SPI
리얼티인컴
사모펀드
조인트벤처
블랙스톤
아폴로
리얼티인컴(Realty Income)과 블랙스톤, 아폴로, GIC 같은 글로벌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의 관계를 단순히 건물주와 임차인으로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은 부동산 자산으로 연결된 '전략적 금융·투자 파트너(공동 투자자)'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협력 체제가 구축된 배경에는 자본 조달 방식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리얼티인컴의 자산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기존처럼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만으로는 유의미한 성장을 지속하기에 한계가 찾아왔습니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돌파구가 바로 사모펀드나 국부펀드가 운용하는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리얼티인컴의 행보는 커진 규모에 맞춰 자금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적 동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아폴로 (Apollo Global Management)
리얼티인컴과 아폴로의 조인트벤처(JV) 협력은 외형상 자산 지분 매각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본질은 부동산을 담보로 한 7~15년짜리 장기 대출(지분형 금융)에 가깝습니다. 리얼티인컴은 미국 내 리테일 자산 500개를 묶어 설립한 JV 지분의 49%를 아폴로에 넘기며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부동산의 운영과 관리는 리얼티인컴이 전담하며, 아폴로는 투자한 지분만큼의 배당 수익을 수취하는 구조입니다.
이 계약의 핵심은 리얼티인컴이 일정 기간 내에 아폴로의 지분을 다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아폴로는 리얼티인컴이 기한 내에 지분을 되사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만약 지분 재매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폴로가 가져가는 배당률이 단계적으로 대폭 상승하는 '스텝업(Step-up) 조항'과, 아폴로가 자산을 시장에 강제로 통매각할 수 있는 '강제 매각권(Drag-along)'이 대표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약속된 기한이 오면 고리의 배당을 계속 주느니 지분을 되사오는 것이 훨씬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어, 사실상 확정 만기가 있는 담보 대출과 동일한 효과를 냅니다.
아폴로가 투자했기 때문에 500여개의 자산이 우량하거나, 수익률(Cap rate)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평균 수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얼티인컴의 목적은 자산 자체의 임대 수익률보다 현금을 어떻게 다시 활용하느냐는 자본 재배치, 즉, '캐피탈 리사이클링'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당시 리얼티인컴이 갚아야 할 만기 임박 대출 금리가 7%였다면, 아폴로에게 받은 10억 달러로 부채부터 상환해 버립니다. 6%짜리 자산 지분을 내주고 7%짜리 이자 비용을 상환하였기 때문에 그 차액만큼 이득이 남습니다. 아니면 유럽의 고수익 물류센터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처럼 7~8%대 수익률이 나오는 신규 자산을 새로 사들이기도 합니다. 즉, 하방이 다져진 자산을 유동화해 더 높은 수익을 내는 포트폴리오로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입니다.
자료 = 리얼티인컴IR
만약 리얼티인컴이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식을 발행해 돈을 조달했다면, 배당 증가율 등을 고려했을 때 매년 지불해야 하는 자본 비용이  최소 연 7.0%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13.9%까지 계속 치솟게 됩니다. 반면 이번 계약을 통해 아폴로에게 보장해 주기로 한 목표 수익률(Target IRR)은 연 6.875%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추가적인 수익원인 자산관리 수수료 구조도 리츠에 도움이 됩니다. 부동산의 매각 이후에도 운영과 관리는 여전히 리얼티인컴이 전담하기 때문에, 아폴로가 가져간 49%의 지분에 대해서도 매달 수수료를 징수합니다. 결국 기초자산의 임대 수익률은 그대로이지만, 리얼티인컴은 기존 51% 지분의 임대료에 아폴로 측에서 나오는 수수료 마진을 더하게 됩니다. 부동산을 일종의 비히클로 활용해, 주주들이 누리는 실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 전략입니다.
물론 아폴로 입장에서도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리얼티인컴의 주식을 매수하거나, 리얼티인컴이 발행하는 신주에 투자하는 대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장 주식 투자는 자산의 펀더멘털이 아무리 좋아도 매크로 금리 변동이나 증시 폭락, 경영진 리스크 같은 외부 변수에 의해 주가가 밀리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주가가 20% 하락하면 펀드 수익률도 그대로 20% 깎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조인트벤처(JV)를 통한 실물 지분 투자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됩니다. 리얼티인컴의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아폴로는 미국 전역 500개 매장에서 매달 나오는 임대료의 49%를 챙길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회사가 망하면 휴지조각이 되는 주식과 달리 아폴로의 명의로 등기되는 실물 자산은 확실합니다. 설령 리얼티인컴이 부도가 나더라도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다른 운용사로 교체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확실한 '엑시트(Exit) 경로'가 보장된다는 점도 큽니다. 사모펀드는 보통 5~7년 주기로 펀드를 청산해 연기금 등 출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합니다. 수조 원 규모의 주식을 시장에서 한 번에 매도하려면 일시적인 변동성으로 탈출이 어렵지만, JV 계약에 포함된 7~15년 차 콜옵션은 엑시트가 수월합니다. 리얼티인컴이 지분을 되사가지 않으면 자산을 통째로 시장에 강제 매각할 수 있는 권리(Drag-along)까지 쥐고 있어 원금 회수가 용이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모투자자만의 특약이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상장주식에 투자하면, 일반 개인 투자자와 동일한 배당 조건만 받아야 하지만, JV 계약은 아폴로가 원하는 조건으로 설계가 가능합니다. 매달 나오는 임대료 중 리얼티인컴보다 먼저 수익을 챙겨가는 '우선적 분배권'이나,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리얼티인컴의 지분을 깎아 아폴로에게 넘기는 식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블랙스톤(Blackstone)

리얼티인컴과 블랙스톤의 파트너십은 리얼티인컴이 블랙스톤 소유의 자산에 '우선주' 형태로 자금을 투자하고 안정적인 고정 이자를 받아내는 구조입니다. 리얼티인컴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카지노 호텔인 벨라지오(Bellagio)와 시티센터(아리아, 브이달라)의 부동산 지분을 각각 9억 5천만 달러, 8억 달러 규모로 매입했습니다.
실제 현장 운영(카지노, 호텔 관리, 딜러 고용 등)은 대형 카지노 그룹인 MGM 리조트가 전담합니다. 블랙스톤이 건물 운영권과 보통주 지분을 유지하며 자산운영을 맡으며, 리얼티인컴은 그 아래에서 우선주 투자자의 포지션을 취합니다. 즉, 리얼티인컴은 카지노 산업의 운영 리스크는 우회하면서, 연 7.4% 수준(시티센터-아리아, 브이달라 기준)의 고정 배당을 수취합니다.
해당 거래가 성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글로벌 호텔·카지노 업계의 '자산경량화(Asset-light)'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메리어트나 힐튼이 건물 소유권을 넘기고 브랜드 운영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MGM 그룹 역시 2019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카지노 건물들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의 벨라지오와 아리아 같은 자산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유입니다.
당시 시장의 주요 리츠인 비치 프로퍼티스(VICI Properties)가 아직 스트립 전역으로 자산을 확장하기 전이었고, MGM의 자체 리츠 자회사(MGP) 역시 해당 자산 규모를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블랙스톤이 42억 5,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벨라지오를 인수했습니다. 블랙스톤은 이후 2022년 만달레이 베이 등의 지분을 VICI에 넘기며 매각 차익을 실현했고, 마지막까지 보유한 핵심 자산이 벨라지오와 아리아였습니다.
블랙스톤은 벨라지오뿐만 아니라 코스모폴리탄 호텔 역시 운영권은 MGM에 넘기고, 부동산 소유권은 스톤피크, 청 패밀리 트러스트 등과 합작법인(JV)을 결성해 보유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얼티인컴은 이처럼 블랙스톤이 구축해 둔 라스베이거스 부동산 투자에 참여함으로써, 카지노 운영 리스크 없이 연 7.4% 수준의 안정적인 고정 배당을 선취하는 실익을 챙겼습니다.
블랙스톤은 룩소르나 엑스칼리버, 뉴욕뉴욕 등 Mass 카지노 자산 대신 벨라지오와 아리아 같은 초고급 자산만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중앙(Center Strip)에 위치해 입지적 희소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객단가가 높고 고액 자산가들이 모이는 플래그십 자산 특성상 경기 변동에 매우 강하며, 추후 매각 시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에 유리합니다.
리얼티인컴이 체결한 우선주 계약의 세부 조건을 보면, 자산의 매각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초점을 맞춘 자본 전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우선주는 리얼티인컴이 임의로 시장에 매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발행 주체인 블랙스톤이일정 기간(보통 5~10년) 이후 원금을 상환하고  리얼티인컴의 지분을 강제로 되사갈 수 있는'콜옵션'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또한 우선주 투자의 특성상 향후 자산 가치가 아무리 상승하더라도 리얼티인컴이 누릴 수 있는 매각 차익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블랙스톤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리얼티인컴은 투자 원금과 약정된 일부 할증금(Premium)만을 수취하고 포지션을 정리하게 됩니다. 
즉, 자산의 추가적인 업사이드는 포기하는 구조입니다. 대신 리얼티인컴은 비치 프로퍼티스(VICI) 등 경쟁 리츠사 대비 하방 위험을 완화한 상태에서 연 7.4% 수준의 고정 배당금을 최우선으로 수취하는 포지션을 취했습니다.


3. GIC(싱가포르투자청)

 

아폴로 및 블랙스톤과의 거래가 이미 완공된 자산을 사고파는 '재무적 유동화' 성격이었다면, GIC(싱가포르투자청)와의 협업은 미래의 우량 자산을 초기 단계부터 함께 구축하는 '개발 파트너십'에 가깝습니다. 양사는 총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미국 내 대형 우량 기업들이 장기 임차를 확약한 맞춤형 물류센터(Build-to-Suit Logistic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GIC는 리얼티인컴의 부동산 개발 및 운영 역량을 신뢰하여 거액의 자본을 투입했으며, 리얼티인컴이 운용하는 사모 부동산 펀드(U.S. Core Plus fund)의 핵심 앵커 투자자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마존(Amazon), 페덱스(FedEx), 월마트(Walmart) 등 글로벌 빅테크 및 유통 기업들은 물류 효율화를 위해 자사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첨단 물류센터를 필요로 합니다. 이들 기업이 특정 부지에 원하는 조건으로 자산을 개발해 줄 것을 요청하면, 리얼티인컴이 이를 수용해 15~20년의 장기 임대차 계약을 선제적으로 확약받는 방식입니다. 이른바 '선 주문 제작형 개발'을 통해 공실 리스크를 차단한 채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면 단기간에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므로, 리얼티인컴이 이를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따릅니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의 한계를 GIC와의 지분 구조를 통해 해결합니다. GIC는 국부펀드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체 건설 자금의 80%를 공급합니다. 반면 리얼티인컴은 20%의 지분만 출자하는 대신 부지 선정, 인허가 취득, 시공사 관리, 임차인 계약 등 개발과 운영 전반의 실무를 전담하는 구조입니다. 완공 후 발생하는 임대 수익은 각자의 지분 비율(2:8)에 따라 분배됩니다.
이 구조 역시 리얼티인컴 측에 유리한 재무적 레버리지를 제공합니다. 리얼티인컴은 GIC가 출자한 80%의 자본에 대해서도 '개발 관리 수수료'와 '자산 운영 수수료'를 청구하여 수취합니다. 이는 아폴로 JV 사례와 마찬가지로 자산관리 수수료(Fee) 기반의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결과적으로 리얼티인컴은 자체 자본 투입을 20% 수준으로 최소화하면서도 미국 전역에 최첨단 대형 물류센터 포트폴리오를 자사 자산으로 편입하는 효과를 누립니다. 이에 더해 추후 GIC가 해당 자산의 지분을 매각하고자 할 때, 이를 우선적으로 매입하여 지분 100%를 온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우선 매수권'까지 계약에 포함시켜 미래의 우량 자산 선점권까지 확보해 둔 상태입니다.
 
이러한 파트너십 전략은 국내 상장리츠 시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한알파리츠와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자료 = 신한알파리츠 
신한알파리츠는 ▲신한L타워, ▲용산아스테리움, ▲서소문씨티스퀘어 등의 자산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블라인드펀드, 신한리츠운용 블라인드펀드, 경찰공제회 등 다양한 공동투자자를 유치했습니다. 자본합계 약 1,470억 원 규모의 ▲신한L타워에서 신한알파리츠의 지분은 890억 원이며, 자본합계 2,000억 원 규모의 ▲서소문씨티스퀘어 중 리츠의 지분은 840억 원 수준입니다. 이 중 ▲서소문씨티스퀘어는 앞서 살펴본 블랙스톤의 라스베이거스 사례와 유사한 구조를 보입니다. 리츠가 자산의 전면적인 매각 차익보다 공동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운용 수익을 극대화하는 포지션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는 이와 성격이 다소 상이한 기업 파트너십을 보여줍니다.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자산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인 기업이 리츠의 주요 주주로 동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산을 유동화하는 과정에서는 자리츠를 활용해 현대차그룹, 한국투자그룹과 공동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확보한 현금으로 신성장 동력에 재투자할 수 있고, 리츠는 우량 임차인을 확보함과 동시에 자산 가치를 제고하여 추후 매각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리츠가 단순히 실물 부동산을 전액 매입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자본과 자원을 결합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고도화된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거나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 자산 편입이 제한적인 거시경제 환경에서 리츠가 선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돌파구입니다.
다만 합작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의사결정의 주도권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자산의 형태가 다변화될수록 리츠 운용사는 단순한 자산매니징을 넘어, 이해관계가 다른 거대 자본과 기업들을 조율하는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됩니다.
김고양

김고양

개인투자자

필명을 사용해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리츠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을 관찰하고 탐구합니다. "야, 너두 건물주 될 수 있어"라는 모토로, 어려운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I)NTP #지적호기심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