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
리츠
리스크 관리
자산 배분
위험(Risk)이란 손실 발생에 대한 불확실성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손실에 대한 예측치와 실제 관측치 간의 차이 정도로 측정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리스크 보유, 리스크 회피, 손실 통제, 리스크 전가, 보험 가입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 방법은 비단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국가나 개인 역시 자산과 생존을 위해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리스크 보유는 기업의 순이익이나 유보금액으로 기금을 적립하여 위험을 스스로 감당하는 방식입니다. 리스크를 관리할 다른 특별한 방법이 없거나, 손실 예측이 가능할 때, 혹은 발생 가능한 최대 손실액이 크지 않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때로는 동질적인 위험이 다수 존재할 경우 자가보험을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거나, 때로는 '캡티브 보험사'를 설립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택시회사가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자동차 손해보험회사나 택시공제조합에 직접 보험을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은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며 그것만으로는 사고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때 수입의 일부를 조금씩 모아 정기예금 등으로 사고 대비 기금을 적립한 뒤, 사고나 차량 교체 등의 위험이 발생했을 때 보험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부분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암이나 간병인 비용 등에 대비하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하면서도, 가정에서 따로 정기예금을 모아 충당하는 것 역시 자가보험의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캡티브 보험사(Captive Insurance Company)란 모기업의 위험만을 전담하는 보험 자회사를 뜻합니다. 단,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에 투자하여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는 캡티브 보험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그룹 물량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위험을 인수하는 원수 보험사이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포스코나 현대제철 같은 제철회사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제철회사는 화재 위험이 높아 일반적인 냉동창고 등 다른 업종 대비 화재보험료율이 높습니다. 보험료는 기본적으로 예상 손실과 운영 비용의 합으로 구성됩니다. 제철회사는 오직 모기업의 보험 물량만 수임하는 보험 자회사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모기업에서 받은 보험료를 바탕으로 코리안리, 뮌헨리, 스위스리 등 글로벌 재보험사에 다시 보험을 가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모기업 전체의 보험료 비용을 아끼는 방식을 취합니다.
리스크 회피는 기존 위험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손실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리스크 회피가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오히려 한 가지 위험을 회피하려다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반면 손실 통제는 손실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한 손실의 규모를 감축하는 활동을 뜻합니다. 우리가 흔히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실행하는 '분산투자' 역시 손실 통제의 대표적인 영역에 해당합니다. 분산투자는 거시경제나 시장 전체의 변동으로 인해 모든 자산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체계적 위험'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 혹은 개별 산업만이 지닌 고유의 취약성에서 발생하는 '비체계적 위험'은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실제로 포트폴리오 내 구성 종목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비체계적 위험은 급격히 감소하여 사라지지만, 체계적 위험은 종목을 아무리 늘려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지 않고 고정된 채 남게 됩니다.
리스크 전가란 위험을 다른 회사에 넘기는 것을 뜻합니다. 때로는 위험 발생이 많은 사업부를 분리하여 별도의 회사로 설립하기도 합니다. 흔히 스핀오프(Spin-off, 분사)를 통해 회사를 쪼갠다거나 소사장제를 도입해 전문적인 회사를 차리는 방식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를 통해 모기업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비용을 줄이면서 위험을 전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분사된 회사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며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상호 간의 장점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리스크를 통제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보험 가입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납입보험료는 세금 공제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보험료가 예상 손실액보다 커서 비용 부담이 높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리츠(REITs)는 하나의 회사입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필자는 '위험 대비'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리츠와 보험사를 비교 대상으로 삼고자 합니다.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리스크를 인수(Risk Taking)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리츠와의 비교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회사처럼 제품이나 용역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아닙니다. 보험사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이차(이자의 차이), 사차(사고율의 차이), 비차(비용의 차이)라는 세 가지 마진(3대 이익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이며,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매우 다양하고 정교한 위험 관리 방법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가입하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원수 손해보험사들 역시 거대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코리안리, 버크셔해서웨이, 에베레스트리(EverestRe) 등 글로벌 재보험사에 다시 재보험을 가입합니다. 또한 금리 인상이나 엄격해진 보험 자본 규제 기준(RBC 비율 및 IFRS17·K-ICS 도입 등)에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는 리츠를 직접 설립하여 위험계수를 낮추고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보험사의 핵심적인 위험 관리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한편, 보험사는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리츠는 부동산 및 관련 자산(증권 등)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회사입니다. 따라서 보험사와는 상이한 리츠만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합니다.
리츠가 직면하는 위험은 공실 리스크, 금리 변동 리스크, 재무적 리스크, 자연재해 같은 물리적 리스크 등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리츠 역시 앞서 살펴본 5가지 관리 방법(보유, 회피, 전가, 통제, 보험)을 활용하지만, 현실적으로 리츠 시장에서 '리스크 보유'나 '리스크 회피'의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대신  ▲손실 통제, ▲리스크 전가, ▲보험 가입의 관점에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츠가 위험을 관리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분산을 통한  '손실 통제'입니다. 포트폴리오(자산)의 분산, 만기(기간)의 분산, 수입의 분산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구체화됩니다.
첫째는 포트폴리오의 분산입니다. 자산을 다변화하면 리츠 고유의 취약성에서 기인하는 비체계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은 부동성이라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지리적 특성을 필연적으로 반영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지역에 자산을 분산할수록 위험은 자연스럽게 쪼개집니다.
국내 오피스 시장의 핵심 업무지구만 보더라도 권역별 공급량과 수요 특성이 전혀 다르게 움직입니다. 도심 권역(CBD)은 전통적인 중심지이지만 최근 일부 공급 과잉 우려로 가격 상승이 주춤한 반면, 여의도 권역(YBD)은 금융권 중심이라 타 권역 대비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직장인 선호도가 높은 강남 권역(GBD)은 늘 공급 대비 수요가 집중되며, 판교 권역(PBD)은 IT와 게임, 바이오 등 독자적인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즉, 같은 국내 오피스 자산이라도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다면 특정 권역의 공급 과잉이나 침체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지역뿐만 아니라 용도의 다변화 역시 중요합니다. 오피스, 물류센터, 호텔, 데이터센터 등은 자산군마다 경기 사이클이 다릅니다.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는 호텔이 주춤한 반면 물류센터가 호황을 누렸고, 이후에는 오피스가, 다시 최근에는 호텔이 강세를 보이는 식입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나 SK리츠가 보유한 주유소 자산처럼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흐름을 타는 자산을 편입하는 것도 좋은 대안입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분산의 연장선상에서 '자산 경량화(Asset-Light)'전략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실물 자산을 가볍게 만듦으로써 위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고금리 시기이거나 투자 금액이 제한적일 때, 실물 대신 우선주 등에 투자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현금흐름을 누리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선택한 자산 경량화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자산 매각 시점이나 가격을 두고 기관 및 투자자 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자산 운용의 주도권, 책임 소재, 수익 분배 등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만기(기간)의 분산입니다. 정해진 기간이 있는 폐쇄형 펀드와 달리, 영속적으로 운영되는 상장 리츠는 크게 두 가지 만기를 분산해야 합니다. 하나는 수익을 책임지는 임대차 만기(WALE)이며, 다른 하나는 대출 만기(듀레이션)입니다. 이 영역의 위험 관리는 명확합니다. 임대료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시장 상승분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임대차 만기를 가능한 한 짧게 가져가야 하며, 반대로 금리 인상기에는 금융 비용 충격을 유예하기 위해 대출 만기를 최대한 길게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료=신한알파리츠 IR
셋째는 수입과 임차인의 분산입니다. 리츠의 주 수입원은 임대료이므로 단일 대기업 임차인도 좋지만, 공실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임차인 다변화 역시 필수적입니다. 한화리츠는 스폰서 리츠의 임차인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한화그룹에서 이마트그룹으로 임차인을 다변화했으며, 롯데리츠 역시 그룹 내 자산을 다각화하며 임차인 구성을 넓혔습니다. 신한알파리츠는 임차인이 다양하다는 점을 리츠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나아가 수입원 자체를 다변화하여 공실 위험을 상쇄하기도 합니다. 디앤디플랫폼리츠처럼 오피스 빌딩 외벽에 광고판을 설치해 부가 수익을 올리거나, ESR켄달스퀘어리츠처럼 물류센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분산을 통한 손실 통제 외에도 리츠는 '리스크 전가' 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최근 시장에서 임차인의 안정성이 큰 화두로 대두되면서 이러한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임차인의 임대료 미납 위험에 대응하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은 보증금을 두텁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역으로 임대료 미납에 대한 리스크를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확실한 장치가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폰서(대주주나 모기업)가 공실을 책임지도록 하는 '책임 임차(Master Lease)' 역시 리스크 전가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스폰서인 서부티엔디가 대형 매장의 면적을 책임 임차한 사례나, 디앤디플랫폼리츠가 세미콜론 수송 빌딩을 임차하던 SK그룹 계열사들의 이전에 대비하여 스폰서인 SK디앤디와 책임 임차 계약을 맺은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를 통해 리츠는 공실 리스크를 스폰서에게 성공적으로 전가하며 자산의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물리적인 자연재해나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최종적인 보루는 '보험 가입'입니다. 물류센터 화재나 강남역 일대의 침수 피해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적·물리적 위험은 보험을 통해 통제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 구마모토 지진 당시 큐슈 지역에 기반을 둔 후쿠오카 리츠가 주목받았던 것처럼, 철저한 자연재해 보험 가입은 리츠의 기초 자산을 보호하는 필수적인 위험 관리 수단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리츠의 대형화' 역시 위험에 대응하는 강력한 구조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리츠는 법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해야 하므로, 사내에 유보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구조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대형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자산 규모가 큰 대형 리츠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첫째, 특정 자산에서 공실이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수많은 자산에서 유입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위기를 구제할 수 있습니다. 둘째, 우량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회사채 발행 등 다각적인 재무적 조달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최악의 경우라도 유상증자를 통해 이자 비용이나 운영 자금을 신속히 마련할 수 있으며, 자산의 일부를 매각해 핵심 리스크를 방어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미국 뉴욕 자산 매각을 통해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보험사가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을 설명한 이유도 결국 리츠의 본질과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100% 안전한 마스터리스나 공실 없는 자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리츠의 대형화를 통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자금을 조달할 때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생기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대형화가 무조건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출 만기나 임차인 관리를 소홀히 한 대형 리츠보다는, 규모는 작아도 리스크를 촘촘하게 쪼개고 전가하는 구조를 잘 짜놓은 리츠가 불황을 더 잘 버텨내기도 합니다.
결국 어떤 리츠가 끝까지 살아남아 안정적인 배당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의 답은 단순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자산의 포트폴리오나 규모의 크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얼마나 현실적이고 영리하게 통제하고 있느냐가 그 리츠의 진짜 실력입니다.
김고양

김고양

개인투자자

필명을 사용해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리츠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을 관찰하고 탐구합니다. "야, 너두 건물주 될 수 있어"라는 모토로, 어려운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I)NTP #지적호기심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