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군자에 아메리칸 스타일 파이 전문점 '따우전드'를 열어 골목까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든 플레이어, 1996년생 천형제 대표다.
요즘 군자는 재미있다. 군자역 주변은 5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고 세종대학교와 어린이대공원, 중곡동과 능동의 주거지를 배후에 두고 있지만 상업적으로 크게 주목받던 곳은 아니었다. 가구거리와 먹자골목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동네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생활 상권이었지만, 성수나 연남처럼 서울 반대편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라고는 할 수 없던 곳이다.
이런 군자에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생겼다. 큰 상업시설이 들어서거나 대규모 개발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골목 곳곳에 작지만 자기 색깔이 분명한 가게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그 가게를 찾아 타 지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인근 답십리 고미술 상가가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끌면서 이 두 곳을 연결해 즐기는 방문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군자의 변화는 본격적인 개발사업이 아니라 F&B 플레이어들이 만든 변화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따우전드는 군자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브랜드다. 2022년 군자에서 약 10평의 작은 카페로 시작한 따우전드는 지금은 신사(세로수길)와 성수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따우전드가 개성 있는 디자인의 외관과 비주얼과 맛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다양한 종류의 아메리칸 파이를 판매하면서부터, ‘파이를 사러 군자에 가는’ 방문객들이 생겨났다. 따우전드는 유명 상권에 들어가 유동인구를 흡수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던 골목에서 스스로 유동을 만들어낸 것이다.
따우전드 군자점. Ⓒ신지혜 더욱 흥미로운 장면은 따우전드의 첫 번째 매장이 있던 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우전드가 인근의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플래그십 매장으로 이전하면서 이전의 1호점 자리에 군자의 또 다른 핫플레이스 '윤숲 후르츠산도점'이 들어왔다. 3개의 매장을 내며 군자의 가장 핫한 플레이어로 떠오른 윤숲이 그 입지의 헤리티지를 이어받은 것이다. 역시 90년대생 CEO가 창업한 윤숲은 방문객들이 오픈런을 하고 종종 제품이 품절되는 군자 최고의 인기 매장이다. 따우전드의 웨이팅이 윤숲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한때 따우전드를 찾아 사람들이 줄을 섰던 작은 점포에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와 다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늘 하는 얘기지만, 어느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 시작에는 언제나 몇 명의 플레이어가 있었다. 이들은 상권이 자리 잡은 이후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 상권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했던 시기에 먼저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기 공간을 만든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이처럼 남들보다 먼저 지역을 발견하고 들어간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SNS를 통해 작은 가게 하나도 서울 전역에서 사람들을 불러올 수 있게 되면서, 좋은 입지가 브랜드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개성 있는 콘텐츠가 새로운 입지를 만들어내는 일도 흔해졌기 때문이다.
군자는 아직 성수나 한남처럼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상권이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지금의 군자가 더 흥미롭다. 작은 브랜드들이 각자의 이유로 이곳을 선택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면서 상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앞쪽에 따우전드가 있다. 왜 하필 군자였을까. 작은 카페는 어떻게 사람들이 줄을 서는 브랜드가 되었을까. 그리고 90년대생의 젊은 창업가는 지금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야기를 천형제 대표에게 직접 들어보자.
Q. 대표님이 처음 매장을 열게 된 히스토리를 들려주세요.천형제: 돌이켜보면 저는 처음부터 창업가가 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 제가 해보고 싶은 일을 직접 해보는 쪽에 가까웠어요.
수능을 마치고 처음 했던 일이 군고구마 장사였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정해진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성인이 되는 첫 순간만큼은 제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장소를 정하고, 준비하고, 손님을 만나고, 제가 움직인 만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예상보다 장사가 잘됐고, 그때 처음으로 ‘내가 만든 무언가를 사람들이 돈을 내고 선택해준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구나’라는 감각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하기 전에는 푸드트럭을 직접 꾸며 닭꼬치를 팔았습니다. 사실 거창한 사업적 판단보다는 푸드트럭이라는 일이 낭만 있어 보였어요. 트럭에 직접 색을 칠하고 디자인하고, 소스도 만들어가며 하나씩 완성했습니다. 어느 순간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제가 만든 공간과 음식 때문에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경험을 처음 해봤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회사에도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다녀보니 조직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제가 원하는 삶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퇴사했고, 그다음 시작한 것이 지금의 따우전드입니다. 지금 보면 군고구마와 푸드트럭, 짧은 직장생활까지 모든 경험이 따우전드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매 순간 궁금한 일을 해봤을 뿐이에요.
그래서 저의 창업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이야기한다면 ‘계획했던 길이라기보다, 한 걸음씩 걷다 보니 만들어진 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좌우명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인데, 제 삶이 정말 그렇게 흘러온 것 같습니다.
따우전드의 파이를 소개하고 있는 천형제 대표. Ⓒ신지혜
Q. 천 대표님이 브랜드 '따우전드'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처음 카페를 시작했을 때 저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실 멋진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을 보면 정말 많은 카페가 생기고 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커피만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기는 쉽지 않겠다는 위기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따우전드만의 확실한 디저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생각했던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의 기본으로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까.’ 매장이 늘어나고 언젠가 더 큰 규모로 확장하려면 지나치게 복잡한 메뉴보다는 하나의 탄탄한 베이스에서 여러 가지 메뉴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파이 크러스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맛을 구현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 큰 파이를 가운데 놓고 함께 나누어 먹던 모습이었어요. 친구들이 모이는 날에도 파이가 있었습니다. 화려한 디저트라기보다는 사람을 한 테이블에 모이게 만드는 따뜻한 디저트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이걸 제대로 해보자’ 하고 결심했고, 그렇게 아메리칸 파이가 따우전드의 중심이 됐습니다.
미국식 파이라는 음식뿐 아니라 그것을 먹는 경험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50~60년대 미국의 문화와 그래픽, 음악, 가구, 색감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지금의 따우전드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저희가 옛날 미국을 그대로 복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따우전드가 상상하는 ‘좋았던 시절의 미국’을 지금 서울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우드톤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 따우전드 성수점. Ⓒ시티폴리오
인테리어 역시 대부분 직접 기획합니다. 처음에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반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는데, 하나씩 해보다 보니 점점 제가 원하는 공간을 구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정확한 도면 하나를 만들어놓고 그대로 찍어내기보다는 그 건물과 동네를 오래 보고,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파이를 먹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매장을 하나 완성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입니다.
따우전드 성수점의 내부 인테리어. 따뜻한 조명부터 천장 장식, 마감재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시티폴리오
그리고 결국 브랜드의 중심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매주 파이를 먹어보고 조금씩 레시피를 수정합니다. 계절마다 좋은 과일이 나오면 새로운 메뉴를 만들기도 하고요. 공간과 패키지,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마지막에 손님이 기억하는 것은 결국 ‘그 파이가 정말 맛있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따우전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이 맛있는 파이를 만드는 일입니다.
꾸준한 레시피 연구와 수정으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파이들. Ⓒ(좌)따우전드 제공, (우)신지혜
Q. 첫 매장으로 왜 군자역을 택하셨나요?지금 생각하면 군자는 따우전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처음 중곡동에 갔을 때는 지금처럼 카페나 식당이 많은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기에서 카페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저는 그 점이 좋았습니다. 이미 완성된 상권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군자·중곡 일대를 보면 혼자 살아가는 사람도 많고,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20~30대도 많았습니다. 저 역시 당시에는 자본도 경험도 부족한 초보 창업자였기 때문에 어쩌면 저와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라고 느꼈습니다. 조금 서툴더라도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짧은 기간이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피로감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군자에 오면 편안했습니다. 거창하게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동네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첫 매장은 가장 화려한 곳이 아니라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시작할 수 있는 곳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군자점은 저희에게 단순한 1호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따우전드가 잘돼서 군자가 특별해진 것이 아니라, 군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의 따우전드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뒤이어 신사점, 그리고 3호점인 성수점까지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군자에서 어느 정도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음에는 조금 더 어려운 곳에서 따우전드를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강남은 오랫동안 조금 무서운 동네였습니다. 좋은 브랜드도 많고 소비자의 기준도 높고, 자본력이 있는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팝업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저희 파이를 구매해주시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따우전드가 강남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따우전드의 쇼케이스. 오후가 되면 솔드아웃되는 파이들. Ⓒ시티폴리오
동시에 군자에서 시작했던 브랜드의 색깔도 조금씩 명확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전한 선택을 하기보다는 좋은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상권 안으로 직접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세로수길에 신사점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 목표가 바로 성수였습니다. 성수는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라기보다 서울에서 새로운 브랜드와 문화가 가장 빠르게 실험되는 동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따우전드라는 브랜드가 지금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를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수동 서연무장길에 위치한 따우전드 성수점. 저녁식사 때인 오후 6시에도 대기해야 했다. Ⓒ시티폴리오
결과적으로 세 매장은 각각 역할이 조금씩 다릅니다. 군자는 시작을 배운 곳이고, 신사는 경쟁을 배운 곳이고, 성수는 브랜드를 확장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곳입니다. 같은 따우전드지만 각 지역과 건물의 성격에 맞춰 공간 역시 조금씩 다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Q. 매출이나 오픈런 시간 등 따우전드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나 반응이 있다면 무엇인가요?구체적인 매출액은 회사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감사하게도 첫 매장을 연 이후 브랜드 전체로 보면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매장을 확장하면서 단순히 매출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따우전드를 알고 찾아주시는 분들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양한 팝업을 비롯해 여러 행사에서는 오픈 직후부터 줄을 서주시는 모습을 처음 경험하기도 했고, 군자·신사·성수 매장 역시 특정 시간대에는 파이를 구매하기 위해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실 저희 내부에서는 이런 모습을 ‘인기’라고 생각하기보다 조금 무섭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한 번 기대를 받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그 기대보다 더 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출이나 대기줄보다 저희가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한 번 방문한 분이 다시 찾아오는가입니다. 유행으로 한 번 방문하는 브랜드보다 오랫동안 생각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따우전드의 목표입니다.
Q. 하파크리스틴, 프룻오브더룸 등 여러 브랜드의 협업 러브콜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CU와의 협업 제품 출시 계기도 궁금합니다.먼저 저희에게 협업을 제안해주시는 것 자체가 지금도 굉장히 감사한 일입니다. 저 역시 처음 카페를 시작했을 때는 제가 좋아하던 브랜드들과 따우전드가 함께 무언가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꾸준히 고민해왔습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맛있는 것을 파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지만 동시에 그 공간의 음악을 듣고, 패키지를 보고, 사진을 찍고, 그 브랜드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메리칸 파이를 만드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메리칸 파이를 가장 따우전드답게 경험하는 방법’을 만들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파이의 모양과 맛, 접시, 음악, 직원의 유니폼, 패키지, 공간의 그래픽까지 모두 하나의 이야기 안에 들어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마 다른 브랜드에서도 따우전드의 그런 명확한 색깔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두 브랜드의 로고를 나란히 놓는 것보다는 ‘두 브랜드가 만나야만 나올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CU와의 협업도 따우전드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그동안 매장을 찾아와야만 경험할 수 있었던 따우전드의 맛과 분위기를 훨씬 더 많은 분들에게, 더 가까운 방식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CU에 단독 출시한 제품과 하파크리스틴과 협업한 팝업 한정 제품. Ⓒ(좌)시티폴리오, (우)신지혜
저희는 따우전드가 특정 지역에서만 유명한 카페에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아메리칸 파이’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THOUSAND라는 이름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은 따우전드의 세계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우전드가 구축한 아메리칸 파이와 아이덴티티로 만든 굿즈. Ⓒ시티폴리오
Q. 지금 돌아봤을 때 가장 큰 시행착오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거의 모든 과정이 시행착오였습니다. 저는 제과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인테리어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경영을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메뉴 하나를 만드는 데도 실패했고, 공간을 만들면서도 실수했고, 사람을 채용하고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수없이 부족했습니다.
예전에는 시행착오를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마음에 새겨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천 리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하기 어렵지만 오늘 한 걸음만 가겠다고 생각하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따우전드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했고,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고치고, 또 실패하고, 다시 고쳐나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시행착오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것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수는 비용이지만, 그 실수를 통해 다음 선택이 좋아진다면 결국 경험이라는 자산으로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Q. 따우전드와 대표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지금부터는 따우전드가 서울의 세 매장을 넘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9월에는 하와이에서 360 Ewa Beach Country Club, 그리고 뉴욕의 도모도모와 함께 따우전드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1월부터 연말까지는 뉴욕에서 따우전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단기 매장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시기에 맞춰 공개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진출은 단순히 해외에 매장 하나를 내는 의미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메리칸 파이라는 미국의 문화를 서울에서 저희 방식으로 해석해온 브랜드가 다시 미국으로 가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먼 확장을 준비하기 위해 제 고향인 강원도 지역에 디저트 제조 기반을 만드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매장이 많아질수록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서 먹더라도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우전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 새로운 F&B 브랜드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매장 숫자를 늘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확장은 매장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시작한 작은 파이 브랜드가 한국을 넘어 다른 도시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는지, 앞으로 하나씩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Q. 디저트, 카페 등 F&B 창업을 계획하는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제가 누군가에게 창업을 알려줄 정도로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보다 조금 먼저 시작해본 사람으로서 한 가지 이야기는 하고 싶습니다.
너무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자본도, 기술도, 대단한 아이디어도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군고구마를 팔았을 때도 그랬고, 푸드트럭을 했을 때도 그랬고, 따우전드를 처음 열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제가 가진 것보다 없는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직접 해보다 보면 생각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손님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모두 현장에서 배우게 됩니다.
물론 저는 무조건 창업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F&B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좋은 음식만 만든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임대료와 인건비, 원가, 서비스, 조직관리까지 모두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멋있어 보여서’ 시작하기보다는 내가 정말 이 일을 오래 좋아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속에 계속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너무 오래 머릿속에서만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게라도 직접 경험해보세요. 팝업을 해도 좋고, 플리마켓에 나가도 좋고, 작은 메뉴 하나를 만들어 팔아봐도 좋습니다.
저도 군고구마 하나에서 시작했습니다. 경험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꿉니다. 그리고 작은 경험 하나가 몇 년 뒤 어떤 길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천 리를 가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한 걸음이면 충분합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따우전드를 시작했을 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희 파이를 먹어주시고, 매장을 찾아주시고, 또 해외에서까지 따우전드를 소개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지금도 신기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는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결국 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대표 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매일 아침 매장을 열어주는 사람, 파이를 만드는 사람,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 그리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따우전드를 찾아와 파이 한 조각을 선택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따우전드가 단순히 유명한 카페가 되는 것보다 누군가의 좋은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파이를 먹었던 날, 연인과 처음 방문했던 공간, 친구와 웃으며 보냈던 시간까지. 제가 미국에서 사람들이 하나의 파이를 가운데 놓고 나누어 먹는 모습을 기억했던 것처럼, 언젠가 누군가에게도 따우전드가 그런 장면으로 기억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 지금을 돌아봤을 때, ‘처음부터 대단했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온 사람이었다.’ 그 정도로 기억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따우전드는 가고 싶은 길에 비하면 시작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자에서 시작해 신사와 성수까지 왔고, 이제 하와이와 뉴욕으로 또 한 걸음을 내디뎌보려 합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앞으로 따우전드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저희도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지켜봐주시고, 함께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지혜
STS 상무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연구원을 거쳐 2002년부터 상업용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가 분양을 벗어나 테넌트와 콘텐츠의 니즈를 사전에 파악해 상품을 기획하는 방식의 상업시설 개발 전문가로, 2015년부터 부동산∙콘텐츠 업계의 플레이어 120여 명이 모이는 'Retail Networking Night'을 운영하고 있다.
플레이어와 시장의 요구를 개발 과정의 출발점으로 삼고, 그 목소리를 공간 기획에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것이 상업용 부동산 디벨로퍼의 본질적 역할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