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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증권 팩트 분석
가치투자
주식투자
 
 

퀀트의 분류


"퀀트라고 말하면 컴퓨터가 쏟아내는 복잡한 방정식을 떠올리겠지만, 인간의 행동 오류에 대한 해독제로 이해하면 쉽다. 말하자면 우리는 확신에 찬 무능력자다. 인지 편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단이 필요한데 바로 퀀트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퀀트는 행동 오류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남의 행동 오류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 웨슬리 그레이, 토비아스 칼라일 <퀀트로 가치투자하라>

 필자는 부동산 금융에 특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위험관리 모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투자 사이드(Buy-Side)의 액티브 투자 방식과 패시브 투자 방식이 결합된 액티브 인덱스를 연구하고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증권 분석가, 로켓 과학자, 학자들의 노력으로 발전한 주식 시장에서의 위험관리 모형을 부동산 금융 산업에 접목하는 일이다. 특히,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 사고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알고리즘을 리츠 시장에 접목하여 특화된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기초로 하는 글로벌 리츠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영할 계획이다. 
 
퀀트는 투자 분석과 관련된 판단 과정이 계산 규칙에 근거하여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증권 선정 방법이라면 어떤 형태로도 정의될 수 있다. 다음은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인 팩트셋 리서치 시스템(FactSet Research System)의 스티븐 그라이너(Steven Greuber)가 정리한 퀀트 분류이다. 그는 투자 사이드(Buy-Side) 관점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퀀트를 분류한다. 

 
(1) 1분류 퀀트: 지수를 추종한 패시브 투자 퀀트
1분류에 속하는 퀀트는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대표적으로 뱅가드(Vanguard), 바클레이즈(Barchays),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에 속한 퀀트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시장과 경쟁하지 않고 낮은 수수료로 시장을 복제한 제품을 설계한다. 1분류 퀀트 집단은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뢰한다. 시장은 효율적이기 때문에 주식 가격에 이미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초과수익이 발생할 수 없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인덱스를 이길 수 있는 투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몇 년 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면 이는 운에 불과하다. 단순하게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운용 수수료가 저렴하다. 이처럼 순수하게 시장을 추종하는 지수를 사용하여 투자하기도 하지만 시장 지수는 벤치마크 역할로서 사용하고 1분류와 2분류 퀀트 방식이 혼합되어 시장의 효율성 가운데 비효율성을 찾아 시장 벤치마크를 상회하도록 설계된 지수를 사용하여 투자하기도 한다.
  

(2) 2분류 퀀트: 펀더멘털 리서치를 기반한 액티브 투자 퀀트 
2분류에 속하는 퀀트는 펀드 매니저의 리서치를 기반으로 액티브 펀드를 운용한다. 시장을 비효율적이라고 간주하고 알파를 탐색한다. 수익률과 펀더멘털 요소 사이의 관계를 찾으면서 내생변수인 재무제표와 외생변수인 경제 데이터를 면밀히 조사한다. 수익률과 상관성 있는 변수들을 발견하여 시계열로 쌓고 통계적 분석방법론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기도 한다. 이들은 피델리티의 피터 린치(Peter Lynch)처럼 펀더멘털 접근법을 사용하는 기존의 자산운용사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주식과 확정금리부 증권(발행 시에 결정된 이자가 상환 시까지 지급되기로 약속된 유가증권, 국공채 따위)을 전문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퀀트들은 트레이더가 아니다. 트레이더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회전율을 보이는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3) 3분류 퀀트: 트레이딩을 하는 로켓 과학자 퀀트  
3분류에 속하는 퀀트는 주로 트레이딩과 관련이 있다. 물리학자 에마뉴엘 더만이 저술한 <퀀트>와 수학자 짐 사이먼스가 저술한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에 3분류 퀀트들의 삶이 소개되어 있다. 이들은 수학, 통계, 프로그래밍을 무기로 한다. 물리학, 수학, 공학 분야 전문가들이 수리과학적 분석 방법론을 금융 시작에 접목한다. 1980년대부터 이들에 대한 시장의 높은 수요로 월스트리트에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에 물리학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을 보며 'POW: Physicists on Wall Street'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였다. 이들은 주로 헤지펀드, 투자은행, 프랍트레이딩 데스크에서 일한다. 흔히 이들은 트레이더로 간주되며 투자 포트폴리오에 수많은 자산을 포함하고 높은 회전율을 보인다. D.E 쇼,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투 시그마, 시타델과 같은 곳에서 일한다. 이들은 복잡계 물리학의 산지인 산타페 인스티튜트(Santa Fe Institute)의 과학자들과 연구하기도 한다. 3분류 퀀트는 주식, 채권, 외한, 선물, 파생상품 등 여러 분야에서 그들의 전문성을 발휘한다. 

 
(4) 데이터 분석 및 리스크 모형 서비스 제공 업체 
이외에도 투자 회사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퀀트도 있다. 팩트셋(FactSet),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로이터(Reuters), 블룸버그(Bloomberg)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퀀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기업분석, 증권분석, 신용평가, 차트분석, 가치평가, 실적평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주식 변동성 리스크 모형, 포트폴리오 성과귀속(portfolio attribution) 등 투자 분석에 필요한 시스템을 서비스한다. MSCI-리스크 메트릭스(Risk Metrics), 알고리드믹스(Algorithmics)에서 일하는 퀀트들이 리스크 모형을 개발하여 서비스한다.
 

벤자민 그레이엄도 퀀트였다


"그레이엄은 증권 분석가들에게 영원한 스승이다. 그레이엄 이전에는 증권 분석가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레이엄 이후부터 증권 분석가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 아담 스미스 
 
"그레이엄과 그의 집단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 중 하나는 투자 시 자제력을 갖고 사용할 수 있는 계량적 투자 공식(Quantitative Trading Formula)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 공식은 오늘날 계량적 가치투자자들이 사용하는 많은 공식들의 원형이다."
-  브루스 그린왈드
벤자민 그레이엄은 재무제표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계량적인 분석을 통해 주식을 투자한 가치투자의 창시자이다. 그는 주식 투자를 '투기가 아닌 계량적 분석에 기반한 합리적 탐구 과정'으로 바꾸며 투자 분야 자체를 개척한 인물이다. 최초의 퀀트인 셈이다.
벤자민 그레이엄
학계에서는 '효율적 시장 가설'과 '포트폴리오 이론'을 토대로 투자론을 설명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시장 가격에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이미 반영되어 있어 새로운 정보를 통한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가설이다. 그러므로 시장에 투자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여러 종목에 골고루 분산해서 투자하면 수익 대비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 두 가지 내용을 결합해 보면 결국 모든 종목으로 구성된 시장 포트폴리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된다. 
 
반면에 벤자민 그레이엄과 그의 투자 사고 체계를 승계한 워런 버핏은 시장은 비효율적이라고 간주한다. 그레이엄은 자신의 책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에서 '투자란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철저하게 분석하는 대상이 주가의 흐름이 아닌 기업의 펀더멘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가 어느 시점에는 주식 가격에 반영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즉,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치와 가격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식 가격이 저렴할 때 해당 증권을 매수한다면 비교적 높은 확률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레이엄은 '내재가치 보다 저평가된 기업'에 주목했다.
 
 

벤자민 그레이엄 가치투자의 사고 체계


"나는 오마하 공공 도서관에서 주식시장에 관한 책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흥미롭고 매혹적인 책이 많았다. 하지만 정말로 유용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그러나 그레이엄과 도드를 책을 통해 처음 만나고 나중에 직접 가르침을 받은 후 지적 방황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들은 나에게 투자를 안내하는 지도를 그려주었다. 나는 57년째 이 지도를 따르고 있다. 다른 지도는 찾아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는 그레이엄으로부터 세 가지 기본 아이디어를 배웠다. (1)주식은 기업의 일부로 보아야 하고 (2)시장을 보는 적절한 관점을 유지해야 하며 (3)적정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그레이엄으로부터 직접 배운 내용이다."
- 워런 버핏

 가치투자는 현재 가치에 비해 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고 성장주 투자는 미래 가치에 비해 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기업이 몇 년 동안 주당 순이익 증가율이 평균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두었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을 성장주라고 정의했다. 가치투자의 본질인 내재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의 주식을 매수한다는 점에서 성장주 투자와 가치투자는 다르지 않다. 주식 투자란 결국 가격과 가치에 관한 게임이다. 소유하고 싶은 기업의 주식을 내재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주식 투자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투자자에게 가격 변동성은 시장의 일시적인 비효율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이다.
워런 버핏이 벤자민 그레이엄으로터 배운 세 가지 사고 체계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버핏은 자신의 모든 투자는 이것들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이야기했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사고 시스템은 (1)주식을 기업의 일부를 여기고 해당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고 (2)시장의 변동성을 친구로 여기고 (3) 내재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저평가 주식을 매수해서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적절한 수익률에 매도하는 것이다.

 
(1) 주식은 기업의 일부이다.
 워런 버핏은 벤자민 그레이엄에게 주식은 차트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종이 문서가 아니라 기업의 일부라는 가르침을 얻었다고 한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가장 사업처럼 하는 투자가 가장 현명한 투자>라고 말한 바 있다. 진정한 투자자라면 해당 기업의 대표와 동업자가 되어야 한다. 회사가 발행한 증권은 그 회사 일부에 대한 소유권이다. 현명한 투자자에게 시장 변동성은 친구이다. 가격이 폭락했을 때에는 해당 기업을 싸게 매수할 기회이다. 주식 가격 변화 추이에 신경쓰기 보다 회사의 영업실적 추이와 배당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낫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자자와 투기꾼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주가 흐름을 대하는 태도에서 극명하게 구분된다고 한다. 투기꾼의 관심사는 주가 흐름을 예측해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반면에 투자자의 관심사는 우량 주식을 적정 가격에 매수해서 보유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주가 흐름을 중시하는 것은 주가가 낮으면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가 높으면 매수를 보류하거나 매도하기 위함이다. 또한, 벤자민 그레이엄은 주가가 낮아질 때까지 매수를 계속해서 미루기 보다는 적정 수준에서 매입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오랜 기간 기다리다가 배당 수익에 따른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없고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시점이 아니라면 투자 자금이 생길 때마다 주식을 매수하거나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서 염가 주식을 찾아 투자하라고 한다. 
 
그레이엄은 초과수익의 두 가지 원천으로 '시점 선택 타이밍(timing)'과 ' 가격 선택(pricing)'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시점 선택 타이밍이란 가격이 오를 타이밍이 되었다 싶을 때 매수하고 하락할 것이라 판단되면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 선택이란 적정가격보다 낮다 싶으면 매수하고 높다고 판단되면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그레이엄은 이론적으로 시점 선택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면 좋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가격 선택만으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주식의 내재가치가 주식의 가격보다 낮을 때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여 해당 기업의 동업자가 되야 한다. 투자자는 사업체를 소유하여 그 사업의 과실을 나눠 갖는 사람이다. 소유주의 이익(owner`s earnings)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조사해서 기업을 분석하고 소유해야 한다.
 
(2) 시장의 가격 변동성은 친구이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저술한 책 <현명한 투자자>에는 조울증 환자인 '미스터 마켓(Mr. Market)'이 등장한다.
"옆집에는 '미스터 마켓'이 살고 있다. 이 사람은 늘 우리 집에 찾아와서 거래를 제안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조울증 증세가 있다. 어떤 날은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을 제시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사겠다고 한다. 그런데 또 어떤 날에는 같은 주식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제발 헐값에라도 사달라고 애원한다. 안타까운 이 사람에게도 장점 하나쯤은 있다. 내가 아무리 제안을 거절해도 상처받지 않고 다음 날이면 또 우리 집을 찾아온다."
가치투자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쇠고기 등심을 사는 것처럼 주식을 사라>고 말했다. 가능하면 할인된 가격에 쇠고기를 사려는 것처럼 주식도 <할인하고 있을 때 사라>는 것이다. 기업을 분석하여 내재가치보다 싼 가격에 매수했으면 주가가 떨어진다 해도 불안할 이유가 없다. 언젠가는 주가가 내재가치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고평가 된 상태에서 하락하기 시작하면 이전의 가격을 회복하기에 오랜 기간이 걸리거나 원금 회복이 불가할 수도 있다. 해당 기업을 적절한 가격에 매수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심리적 불안감이 강화되고 손실을 안고 시장을 떠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코스피 지수에 10년간 투자하면 연 평균 8%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들이 10년간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다면 목표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은행 예금 이자 8%를 받는 것과는 다르다. 지수에 10년간 투자하여 연 평균 8%를 받는다는 것은 특정 해에는 수익률이 10%가 넘고 어떤 해에는 마이너스 10% 보다도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많은 경우 가격 변동성을 리스크라고 한다. 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우수하다고 평가하곤 한다. 그런데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격 변동성은 리스크가 아니라고 한다. 기업 분석을 통해 내재가치 보다 저평가된 주식 가격에 매수했으면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시장이란 궁극적으로는 효율적이기 때문에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를 찾아간다. 오히려 사업에 대해 충분히 분석하지 않아서 주식의 내재가치가 얼마인지 판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을 리스크라고 본다. 내재가치에 대한 판단 능력과 확신이 부족할수록 타인의 판단과 시장의 가격 변동에 휘둘려 잘못된 선택을 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워런 버핏도 그레이엄과 동일한 이야기를 한다.
"변동성은 위험이 아니다. 주식시장의 일간 변동성이 0.5%든, 0.25%이든, 5%이든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변동성이 클수록 시장에서 발생하는 실수도 증가하니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현명한 투자자에게는 변동성이 커다란 이점이 된다. 재무학과 교수들은 변동성을 곧 위험이라고 한다. 이들은 위험을 측정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변동성을 리스크라고 한다."
주식 시장의 가격 변동성은 투자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시장은 거래가 필요할 때 잠시 들리는 곳으로 미스터 마켓의 조울증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3) 적정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한다.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에서 그레이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엔지니어가 구조물 설계에 안전마진을 반영하듯이 평가자도 기대성장률 계산에 안전마진을 반영해야 한다"
그레이엄은 건축공학에서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개념을 가져온 듯 하다. 워런 버핏도 안전마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다리를 하나 건설한다고 하자. 당신은 3만 파운드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다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당신은 무게 1만 파운드 이하의 트럭만 그 다리를 건너가게 허용할 것이다. 똑같은 원칙이 투자에도 적용된다."
 안전마진은 공학 분야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 건물, 교량, 엘레베이터 등 붕괴 위험이 있는 하중으로부터 안전하려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안전마진은 <절대 돈을 잃지 말라>는 워런 버핏 투자 원칙의 핵심 개념이다. 안전마진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분석 오류에 대한 여유 공간을 포괄한다. 완벽하게 내재가치를 추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우며 일정 수준의 범위를 추정해서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내기에 충분하다. 안전마진을 확보한 투자를 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금을 보전할 수 있으며 시장 변동성 가운데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무제표 상 특정 회사가 최근 몇 년 간 회사채 및 대출 이자보다 훨씬 많은 순이익을 계속해서 내고 있으며 그것의 이익 증가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 해당 회사가 향후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투자자의 손실과 심리적 불안감을 덜 수 있는 안전마진을 갖춘 것이다.
그레이엄은 책 <현명한 투자자>의 '20장. 투자의 핵심 개념 안전마진'에서 이렇게 말했다.
"건전한 투자의 비밀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안전마진이라는 좌우명이다. 안전마진은 지금까지 논의한 모든 투자 전략을 직간접적으로 이어주는 핵심 개념이다."
 그레이엄은 기업 분석을 통해 현저하게 저평가되어 있어서 장기적으로 시장 가치를 잃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안전마진을 지닌 주식을 찾았다. 안전마진은 단순히 싸게 사는 이상을 의미한다.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고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실수에 대비한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포함한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을 승계한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그가 쓴 <가치투자의 비밀>에서 가치투자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가치투자는 단순하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따져보라(내재가치). 그리고 손해보지 마라(안전마진). 이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싸면 투자를 두렵게 만드는 주변의 소문은 모두 무시하고 사라. 반대로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높아져 안전마진이 사라지면 주위에서 아무리 좋다고 떠들어도 팔아라. 성공한 투자자들은 모두 대중을 따라가지 않고 과감하게 반대 방향으로 갔다."
투자의 거인들이 오랜 기간 시장에서 검증한 승리 공식은 이렇듯 간단하다. 그런데 가치투자를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 시장에서 실패하는가? 
 
 

그레이엄 도드-마을의 탁월한 투자자들


"제가 가치투자를 실천한 지난 35년 동안(1984년 기준), 가치투자가 유행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들고 싶어하는 다소 삐딱한 심리가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학계에서는 가치투자 교육이 퇴보했습니다. 배들이 세계 일주를 하는 시대에도 '평평한 지구 위원회'는 번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장에서의 가치와 가격의 차이는 계속 벌어질 것이며, 그레이엄과 도드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계속 성공할 것입니다."
 - 워런 버핏
워런 버핏은 1984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있었던 벤자민 그레이엄- 도드의 <증권 분석> 출간 50주년 기념 강의해서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탁월한 투자자들>을 소개한 바 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인덱스를 이길 수 있는 투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 누군가가 연속적으로 시장을 이긴다면 이는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데 벤자민 그레이엄의 사고 체계를 승계한 투자자들(그레이엄-도드 마을 사람들)은 연속적으로 시장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레이엄과 버핏은 물론이고 수많은 그레이엄 사고 체계의 계승자들이 주식 투자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생긴다. 가치투자가 효과적이라는 것은 오랜 기간 시장에서 입증되었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적인 사고 체계가 공개되어 있다. 그런데 왜 가치투자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적은 것일까? 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고통받고 투자에 실패하는 것일까?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가치투자의 비밀>에서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IQ가 아니라 기질과 심리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역사상 가장 우수한 투자전략으로 증명된 가치투자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것, 그래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 또는 펀드매니저가 되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원인은 IQ 때문이 아니라 기질과 심리 때문이다. 군중심리를 거스르는 역발상 투자를 하면 대다수 펀드매니저를 따라갈 때마다 평판과 경력에 흠집이 날 위험이 훨씬 커진다. 가치투자를 실천하려면 대중들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때로는 멍청하다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가치투자를 한다는 것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소수의 시각을 갖고 이를 행동에 옮기고 인내심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이 폭락하는 가운데 동류 집단의 압박을 견디고 분석에 대한 확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인간 본성을 거스리는 일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숫자 지표와 규칙 기반의 운용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호소할 게 아니라 의지를 갖게 하는 환경을 세팅해야 한다.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은 전문 투자자들을 똑똑한 바보(oxymoron)라고 부른다. 건전한 원칙, 올바른 감정적 태도와 적절한 지성으로 무장하면 누구나 높은 보수를 받는 펀드 매니저들보다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도 인지적 오류, 군중 심리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바른 사고 체계에 기반한 규칙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수행하는 퀀트가 보급되어 인간의 한계성을 보완해야 한다. 올바른 종목 선택 기준을 기초로 규칙적인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하면 투자의 효율화, 알고리즘의 진보, 더 나은 수익률,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까지 기대할 수 있다.
 

참고 자료
현명한 투자자 | 벤자민 그레이엄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현명한 투자자 해제 | 신진오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벤자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 벤자민 그레이엄 지음 | 리딩리더
가치투자자의 거장들 | 글렌 아널드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벤자민 그레이엄의 정량분석 QUANT | 스티븐 P. 그라이너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벤자민 그레이엄 자서전 | 벤자민 그레이엄 지음 | 차이정원
벤자민 그레이엄의 성장주 투자법 | 프레더릭 마틴 지음 | 부크온
벤자민 그레이엄의 재무제표 읽는법 | 벤자민 그레이엄 지음 | 부크온
벤자민 그레이엄의 정량분석 | 스티븐 P. 그라이너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거인의 어깨 | 홍진채 지음 | 포레스트북스 
가치투자의 비밀 | 크리스토퍼 브라운 지음 | 흐름출판
The SuperInvestors of Graham and Doddsville
https://www8.gsb.columbia.edu/sites/valueinvesting/files/files/Buffett1984.pdf
 
 
조철민

조철민

SPI APAC 대표

부동산 금융 산업에 IT 기술을 도입하여 산업의 진보를 이끕니다. 거시 경제, 리츠, 퀀트, 공간 웹에 대한 연구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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