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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츠 콥데이’ 행사를 마치며(부제:고금리 시대 생존 전략2)

2023.10.25 08:04:25

K리츠
콥데이
삼성증권
기회

삼성증권은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유망 리츠의 현황과 전망을 듣는 ‘K리츠 콥데이(K-REITs corporate day)’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도 ‘8K-REITs corporate day’를 개최했다. 7개 리츠들이 참여했으며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하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지난 몇 차례 행사와는 사뭇 달랐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단기 리파이낸싱 설명에 급급했고 리츠 별 특색도 없었던 7회 행사 당시와 달리 이번 행사에는 고금리에 적응하기 위한 리파이낸싱 대응 방안뿐 아니라 리츠마다 다양한 전략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매우 인상적일 정도였다. 실제로 고금리 장기화 시대를 상징하는 ‘Higher for longer’에 맞서 리츠마다 고유의 콘셉트를 살릴 수 있는 전략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필자는 행사에서 확인된 리츠의 전략과 검증된 배당 역량, 리츠 시장의 새로운 기회,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로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동시에 얼마전 다녀온 일본 리츠들이 K리츠에 던지는 조언도 함께 소개한다.

 

K리츠의 여러 전략들, 그리고 검증되는 배당 역량


먼저 리츠들이 공을 들이는 기존 자산의 밸류업 측면이다. 대외환경이 급격히 바뀔수록 리츠들은 기본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최우선은 기존 자산의 임대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광고판 설치, 테넌트 변경, 임대료 인상 노력 등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은 경제적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LEED 인증을 취득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중요한 변화다.

다음은 주주 충격을 최소화하는 외형 성장이다. 금리가 높아진 반면 자산의 캡레이트(cap rate)는 여전히 낮아 역레버리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우선주 투자나 고배당 자산으로 섹터와 투자전략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가 마제스타시티1’의 우선주를 편입한 것이 그 예다. 상장리츠가 경영권 없는 지분에 투자한다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비우호적인 시기에도 점진적으로 외형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일정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이러한 재간접 투자가 리츠의 주요 전략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주주 배당 보완을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캐피탈 리사이클링(Capital recycling)이다. 고평가 자산을 매각하고 저평가 자산을 매입하는 운용전략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러한 ‘High cap-rate acquisition & low cap-rate disposition’AMC의 기민한 운용역량을 입증하는 사례다. 처분이익은 배당으로 환원하되, 이를 버퍼로 감가상각비 유보 등 정교한 배당 정책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 리츠들이 자주 활용하는 배당 정책이다. 일본 리츠들은 처분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법적 한도 내에서 배당재원을 유보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한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의 영업권을 배당가능 이익에서 제외해주기 때문에 리츠들은 이렇게 유보된 배당 재원을 배당컷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시 활용하는 등 유연한 배당 설계로 장기적으로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렇듯 장기 고금리에 대응방안을 수립하며 2024년 K리츠의 가중평균 주당배당금(DPS)는 전년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신한알파리츠의 처분이익 배당이 크게 반영된 수치지만 2023년에도 일부 리츠들의 처분이익 배당이 반영됐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을 배당 리스크는 2023년을 정점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반면 주가는 배당 리스크를 과하게 선반영한 상태다. 업종 평균 P/NAV0.6배로 LTV 60% 적용 시, 자산가치가 16% 하락했다고 가정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 리츠들의 자산 매각 사례를 보면 매각 수익률은 30%를 상회한다.

 

실물시장 침체 선반영, '준비된 리츠'에 새로운 기회


물론 주식은 실물시장을 6~12개월 선행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부정적 금리 전망을 선반영해 어려운 2023년을 보낸 국내 리츠의 2024년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으로 딜 클로징이 늦어지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그간 거래를 주도했던 펀드, 기관, 기업 등은 자본(equity) 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매입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장리츠는 차입여력과 자본조달 능력에서 펀드 등 경쟁 vehicle 대비 우월하다. 기존 포트폴리오의 자산가치 상승분을 활용한다면 차입 여력을 증대시킬 수 있고, 전환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조달도 가능하다. 최근 일부 리츠들은 자산 입찰 시, 최고가가 아님에도 자산을 획득하고 주주 수익률을 높이는 사례가 종종 나타났는데 이러한 유연한 자금조달 역량 때문일 것이다. 2024년 부동산 시장 내 상장 리츠는 핵심 매입주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2024년 우량 자산이 매력적 가격에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에, 준비된 상장리츠에게는 성장의 기회다.

물론 모든 리츠가 시장 변화에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 주가 수준이 양호하고 주주 신뢰에 기반해 자본 조달(equity financing)에 어려움이 없어야 하고, 기존 자산의 가치 상승이 이뤄진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리츠들은 설립 당시 설정했던 고유의 콘셉트를 되돌아보고 분명한 전략 수립과 실행에 나설 전망이다.

 

일본 주요 리츠가 K리츠 및 투자자들에게 전한 말


한국보다 역사가 긴 해외 리츠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필자는 지난 8, 일본 주요 리츠들을 탐방했다. 미팅 이후 우리는 일본 AMC들에게 한국 리츠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을 구했다. 긴 역사 동안 여러 굴곡을 겪은 일본 리츠 AMC들의 공통적 답변은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 나름의 강점을 발굴하고 자산관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주주 배당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주주들도 투자 판단 시, 배당 하락이나 저조한 주가의 요인을 단지 금리 탓만 하고 있는 리츠가 있다면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점을 말했다. 반대로 AMC의 운용 역량과 리츠의 전략을 점검하고 고유의 강점(그것이 강력한 배당 안정성이든 넘치는 자산가치 상승 여력이든)을 보여주는 리츠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경자

이경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대체투자팀장

삼성증권에서 K리츠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