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color: rgba(0, 0, 0, 0.87); font-size: 18px; font-weight: 300; letter-spacing: -0.02em;">작년에 방문한 영국 런던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국가 상황과 달리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꾸준히 개발되는 중입니다. 도심 곳곳에 대규모로 공사 중인 사이트들이 보였고 과거 런던에서 보기 힘들었던 대규모 고급 아파트 단지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 있는 전문가의 이야기로는 향후 런던 인구가 무난하게 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런던 인구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가 진행된 2016년에 878만명있으나 그동안 약 100만명의 인구가 유입되면서 현재는 서울 인구보다 많은 974만명입니다.</span></div>
<div>도시 내 직장 증가와 인구 증가는 분명 공간의 가치 상승에 긍정적 요인입니다. 다만 영국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최대 11%까지 치솟았고 현재 기준금리가 5.25%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어 상업용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이 가장 큰 지역 중 한 곳입니다.&nbsp;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오피스 리츠를 통해 런던 오피스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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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trong>오피스 시장에 나타난 파레토의 법칙(?)</strong><hr>오피스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현재 오피스 시장은 전체적인 숲을 보고 판단하기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고 생각됩니다. 팬데믹 이후 권역별로 임대율 악화의 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JLL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센트럴 런던 시장의 평균 공실률은 9.2%인데 권역별로 나눠보면 이스트 런던(East London) 시장의 공실률이 16%까지 치솟아 있고 핵심 지역 웨스트 엔드(West End) 권역과 시티(City) 권역 공실률도 팬데믹 이전 대비 상승했으나 각각 7.4%, 9.1%로 비교적 양호한 모습입니다.&nbs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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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nG20aQXJfdIwMMEJSWICyZjPYk2D5j4f.png" alt="">
<figcaption>자료=JLL</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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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 style="color: rgba(0, 0, 0, 0.87); font-size: 18px; font-weight: 300; letter-spacing: -0.02em;">그런데 JLL의 빌딩 숫자별 공실률 분포 차트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납니다. 전체 오피스 빌딩들을 왼쪽부터 공실률이 높은 순서대로 가로축으로 늘어 놓았을 때 전체 빌딩 숫자 중 하위 1%의 오피스 빌딩이 전체 공실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실이 하위 17% 빌딩 내에서 발생했습니다. 시장 평균 공실률 9%가 빌딩 별로 유사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위 20%의 빌딩에 시장 공실이 집중되어 하위 빌딩들은 텅텅 비어 있고 나머지 80%의 빌딩은 완전 임대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nbsp;</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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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자료=Green Street</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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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 style="color: rgba(0, 0, 0, 0.87); font-size: 18px; font-weight: 300; letter-spacing: -0.02em;">아마도 이러한 상황은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to-quality)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팬데믹 이후 정착된 재택근무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에서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회사는 직원들이 함께 모여 일하는 사무실로 복귀시키기 위해서 보다 더 나은 입지와 퀄리티를 갖춘 오피스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최근 퀄리티 등급별 오피스 테이크업 추이를 살펴보면 A급 오피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C등급에 대한 수요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영국의 경우 2027년부터 최저 EPC등급이 C등급, 2030년부터는 B등급으로 상향되는 강력한 환경 규제가 시작되기 때문에 낮은 퀄리티 자산의 임대 펀더멘털 악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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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trong>East Short, West Long</strong><hr>영국 상장 리츠는 경영진이 시장의 다양한 변화를 고려하여 굉장히 액티브하고 전략적으로 포트폴리오 자산을 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리츠의 전략을 통해 그들이 시장을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nbsp;<br>시가총액 약 8조원에 이르는 복합리츠 랜드 시큐리티(Land Securities)는 전체 자산의 약 60%가 런던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20년 새로운 CEO 마크 앨런(Mark Allan)이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자산 리밸런싱을 예고하였는데 2020년 이후 약 22억 파운드의 자산을 매각했고, 이 중 83%가 싱글 테넌트 자산입니다. 또 87%가 시티(City) 권역과 카나리 워프(Canari Whaf) 지역의 자산이었습니다. 특히 카나리 워프 지역에서 완전 철수한 것은 팬데믹 이후 싱글 테넌트 대형 자산의 리스크를 높게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nbsp;</div>
<div>매각 자금은 웨스트 엔드(West End) 및 서더크(Southwark) 권역에 재투자되어 해당 권역의 비중이 2020년 58%에서 작년 3분기 76%까지 상승했습니다. 웨스트 엔드(West End) 권역에 한층 더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참고로 순수 오피스 리츠 더웬트 런던(Derwent London)과 그레이트 포틀랜드(Great Portland)는 포트폴리오가 애초에 웨스트 엔드(West End)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리밸런싱 보다는 해당 권역 내에서 포트폴리오 퀄리티 향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nbsp;</div>
<div>웨스트 엔드(West end) 지역은 현대식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시티(City)나 카나리 워프(Canari Wharf) 지역 보다 평균 임대료가 많게는 2배 가까이 높은데 기본적으로 웨스트 엔드(West end)의 입지가 더 뛰어나며 영국에는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많아서 4~5층 오피스에도 수요가 많습니다. 보통 건물 외관은 오래되어 보이나 내부에는 최신식으로 리모델링한 건물들이 많습니다. 출장 시 방문했던 안젤로고든의 영국 본사 역시 웨스트엔드(West End) 지역의 중소형 빌딩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br>
<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48UJCzzLgB106nbcaUEQapDpgpq28Mmt.jpg" alt="">
<figcaption>&nbsp;안젤로고든의 런던 오피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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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자료=Land Securities</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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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반면 이스트 런던(East London) 오피스 시장은 현재 공실률이 16%에 육박하며 임대시장, 투자시장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카나리 워프(Canari Wharf) 지역은 오피스 자산의 규모가 워낙 크고 임차인도 단일 규모로 큰 면적을 임차했기 때문에 전체 사무실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다운사이징이 일어나며 공실이 확대된 것으로 판단됩니다.</div>
<div>일례로 템즈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카나리 워프(Canari Wharf)를 지나가면 가장 눈에 뛰는 건물 중에 하나가 HSBC 본사 빌딩인데 HSBC은행은 글로벌 본사의 2027년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카나리 워프(Canari Wharf) 에서 시티(City)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중국 청케이그룹이 보유한 카나리 워프(Canari Wharf) 소재 5 Churchill Place 오피스 자산이 2017년 매입가 2억 7,000만 파운드 대비 60% 하락한 1억 1,000만 파운드에 매각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자산 가치 하락도 큰 것으로 보입니다.&nbsp;</div>
<div>상대적으로 좋은 입지의 시티(City) 권역 신축 오피스 공급도 카나리 워프(Canari Wharf)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시티(City) 권역은 주요 권역 중 유일하게 2023년 총 임대차 체결 면적이 전년도 수치 및 과거 10년 평균 수치를 상회한 지역이었습니다. 최근 대규모 오피스 재개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며 과거 카나리 워프(Canari Wharf) 지역으로 이전하였던 금융권 오피스 수요를 다시 뺏아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div>
<div>참고로 작년 런던 출장에서 브리티시 랜드(British Land), 그리고 랜드 시큐리티(Land Securities)가 개발 중인 시티(City) 지역 오피스 현장을 둘러보았는데, 현지 이야기로는 시티(City) 지역은 원래 직장인들이 퇴근 후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이었지만 최근에는 저층부에 인기 높은 F&amp;B를 입점시키고 리테일 광장을 조성하여 저녁 시간 및 주말에도 유동인구가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리츠 경영진의 이야기로는 퇴근 후 친목활동을 할 수 있는 소셜 인프라 구성 역시 출근하고 싶은 오피스를 만드는 일환 중 하나라고 합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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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trong>오피스 리츠 자산 가치 변동 현황&amp;감정평가 문화적 차이</strong><hr>상장 리츠에 투자하며 주로 활용하는 밸류에이션 지표 중 하나는 리츠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 대비 리츠의 주가가 어느 정도 할인되어 있는지 볼 수 있는 P/NAV입니다. 영국 리츠는 주기적으로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여 투자자에게 자산가치의 변동과 자산 평가 시 사용한 일드를 발표합니다. 정보공개의 수준과 투명성 측면에서 국내 리츠와 비교하여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 지점입니다. 팬데믹 이후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한 2022년 하반기 영국 리츠는 전반적으로 타 국가 대비 큰 폭의 자산가치 하락을 발표합니다. 오피스 리츠인 더웬트 런던(Derwent London)은 임대료 상승으로 순임대수익이 전년 대비 3.9% 상승하였으나 자산가치가 하반기에만 -8.1% 하락하였습니다. 랜드 시큐리트(Land Securities) 역시 2023년 3월 결산 기준 웨스트 엔드(West End)와 시티(City) 오피스 자산가치가 각각 -8.0%, -15.4% 하락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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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cYIyHrimxD5gH4IWgubHBdH6dkh4Cc7b.png" alt="">
<figcaption>Derwent London 2022년 자산가치 변동 현황 /자료=Derwent Londo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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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영국 시장의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 가치 하락세는 영국 시장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유럽 현지의 다양한 기관 등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감정평가에 대한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여 국가별 직접적 비교가 쉽지 않은 영역이라 판단됩니다. 영국 자산 감정평가 가격과 관련하여 영국이 타 유럽 국가들보다 투명성이 높으며 실제 거래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감정평가에 빠르게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div>
<div>단순 비교는 무리일 수 있으나 프랑스 대표 오피스 리츠인 제시나(Gecina)의 경우 영국과 마찬가지로 2022년 급격한 시장 금리 상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 CBD 오피스의 자산가치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에 이르러서 급격한 자산가치 하락세가 나타나며 2023년 연간 기준 CBD 오피스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10.3% 하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만약 런던과 프랑스 시장의 임대 펀더멘털이 동일하다면 감정평가의 문화적 차이로 하락에 대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국 리츠가 1년 먼저 하락을 반영하였다면 상대적으로 더 빠른 반등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nbs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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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trong>리츠가 제공하는 차별화된 멤버십 서비스</strong><hr>런던 출장에서 뉴리버 리츠(NewRiver REIT)라는 리테일 리츠와의 미팅이 웨스트 엔드(West End) 소재 매우 팬시한 공유 오피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공유 오피스가 오피스 리츠 더웬트 런던(Derwent London)이 운영하는 멤버십 서비스 공간이라는 점입니다.&nbsp;&nbs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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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VQOjYx9OvKGYTmxjXxYUUnxFk85TbQ6p.png" alt="">
<figcaption>Derwent London DL/78 in Fitzrovia, 멤버십 공간 /자료= Derwent Londo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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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더웬트 런던(Derwent London)은 런던에 총 66개의 자산을 보유하고 운영중인 순수 오피스 리츠입니다.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의 일환으로 현재 DL/78과 DL/28 자산 두 곳에서 프라이빗 공유 오피스와 미팅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뉴리버 리츠(NewRiver REIT)는 더웬트 런던(Derwent London)이 보유한 자산 중 한 곳의 임차인으로 멤버십을 보유하고 있어 DL/78의 공간을 활용하여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미팅룸이 매우 력셔리하게 꾸며져 있고 케이터링 서비스도 지원하기 때문에 더웬트 런던(Derwent London) 임차인으로서는 행사에 활용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이러한 서비스 자체가 비용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갖춘 리츠가 보여줄 수 있는 차별적인 서비스라 생각됩니다.&nbs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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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trong>파편화된 영국 기업 환경은 웨스트 엔드(West End)를 선호</strong><hr>
<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2KLJl7IUPlFxgzlqF6x5sju4ayp2lCxD.png" alt="">
<figcaption>자료=Nesta</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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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1992년 이래로 제조업이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전문직(High-Skilled) 고용인구는 두 배 이상 급격히 증가하며 지식기반형 사회로 변했습니다. 미국과 단순 비교 시 미국의 인구가 영국 대비 4.8배 많으나 회계사 수는 영국이 미국 대비 2.4배가 많을 정도로 유럽 내에서 금융산업과 전문지식 서비스 산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입니다. 전문직 고용인구 절반이 런던에 집중되어 있어 지식기반 사회의 고용 증가는 런던이라는 핵심도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이고 웨스트 엔드(West End)의 중소형 빌딩 수요를 견고하게 이끌고 있는 요소라 생각됩니다.</div>

영국 리츠를 통해 보는 런던 오피스 시장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