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고수익, 국내외 투자 매력도 증가까지 모든 키워드를 아우르고 있는 부동산 섹터가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눈치 채셨겠지만 바로 '데이터센터'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급과 펀더멘털 모든 측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 동향과 데이터센터 리츠들의 4분기 실적, 향후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지표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올해 데이터센터 업황은 아래 차트로 대표할 수 있습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6년 간 매 분기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매출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으며 초기 시장에서 30% 수준의 연 평균 성장률을 3년 이상 유지한 후 현재도 15~17% 수준의 매출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수백억 달러의 추가 캐펙스(Capex) 투자를 통해 데이터센터 확충과 지연율 감소, AI 기반 또는 연동형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2024년도 예상 Capex 투자 규모 /자료= Green Street, S&P Capital IQ(전망), 각 사 공시(2020~2023년)
역사적 수준의 호황 누리는 미국 데이터센터 임대 시장 이는 역사적 수준의 신규 임차, 임대료 상승 등 데이터센터 섹터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 리서치 기관인 데이터센터호크(DatacenterHawk)에 따르면 4분기 데이터센터 신규 임차 규모는 미국에서만 1.2기가와트(GW)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4분기 임차 규모는 3분기의 1GW, 2분기의 800MW 대비해서도 유의미하게 늘어났으며 세계 최대의 데이터센터 밀집지인 북버지니아에서만 600MW의 신규 임차가 나왔습니다. 그 중에는 미쓰비시지쇼의 자회사 TA 리얼티가 개발한 리즈버그(Leesburg) 지역의 430MW 데이터센터 캠퍼스 전체에 대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임차 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주요 지역의 데이터센터 임대료 상승률 추이 /자료= CBRE Research
이는 특히 미국 위주로 주요 지역의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초래했습니다. 250~500KW 임차 기준 주요 지역 평균 임대료는 18.6% 상승했고 그 중에서도 북버지니아에서는 월간 KW당 150~190달러로 전년 대비 42%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는 북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공실률이 2023년 말 기준 1.4%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이 가는 상황입니다. 비단 북버지니아뿐 아니라 2023년 말 기준 3,077MW 규모의 신규 개발 건 중 83%인 2,553MW가 이미 선임대되어 있고 이 때문에 주요 시장 전체 공실률이 3.7%에 그치는 등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자는 현재 데이터센터 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성형 AI 테마의 대두로 추가적인 데이터센터 임차 수요가 늘어날 예정입니다. JLL의 분석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의 저장 용량은 2023년 10.1제타바이트(1제타바이트는 약 10억 테라바이트)에서 2027년에는 그 2배인 21제타바이트로 늘어날 것이며 연 평균 18.5%라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AI 모델의 경우 기존 데이터센터를 임차해서 사용하기에는 가격 등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는 별도의 맞춤형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다가 상용화 단계를 앞두고 연결성이 높은 주요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의 기존 자산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확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와 같이 급증한 수요에 맞춰 공급이 같은 속도로 늘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데이터센터는 그 성격상 IT 인프라 가동과 열 관리 등으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그 때문에 최근에는 입지 자체보다 전력 조달 가능성이 데이터센터 개발의 주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 전력 사업자인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이미 2023년 기준 주 전체 전력 사용량의 21%를 사용하고 있고 2038년 시점에는 5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때문에 과거에는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여러 지역들이 가용 전력 부족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개발을 오히려 막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 주체별 전력 사용 수요(단위: GWh) /자료= Dominion Energy’s Virginia Electric and Power Company Integrated Resource Plan, Washington Post
이러한 추세는 결국 기존 데이터센터 자산을 보유한 리츠 및 운영사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데이터센터 리츠들은 지난 4분기 실적을 통해 강한 이익 상승을 발표했습니다. 에퀴닉스(Equinix)는 여전히 8~10% 수준의 이익 상승과 EBITDA 마진 회복을 언급했고,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 또한 2023년 4분기 동일 자산 NOI가 9.9% 상승하면서 수년 간 이어진 역성장을 끝냈고 최근 10년 이래 가장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디지털 리얼티는 에퀴닉스 대비 상대적으로 대형 임차인 위주인 홀세일(Wholesale) 비중이 높아 이익 상승에 기여했습니다.
최근 10년 간 디지털 리얼티의 연간 동일자산 NOI 성장률 추이 /자료= Digital Realty, Green Street
데이터센터 리츠를 둘러싼 변수들 하지만 좋은 실적과 업황을 마주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리츠 섹터 또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은 점점 비싸지는 개발비에 대한 문제입니다. 데이터센터의 성지인 북버지니아 라우던 카운티(Loudoun County)에서는 2022년 말 데이터센터 신규 개발 시 별도의 조사 및 허가 과정을 통해 추가 개발을 제한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신규 개발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부지 가격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외 CBRE에 따르면 발전기, 냉각기기, 변압기 등 다양한 기기의 가격도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담이 되는 부분은 열관리일 것입니다. 기존의 레거시 인터넷 데이터센터에서는 서버가 설치되는 랙 당 0.5~1KW 가량의 전력 부하가 있었고 이는 공랭식 열관리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대두와 함께 전력 부하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2018년 AWS는 랙 당 8~9KW의 전력 사용을 요구했습니다. 이 때문에 열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시작하고 직접 칩 냉각 방식 등의 수냉식 열관리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랙 당 전력 부하에 따른 냉각 시스템 사용 예시 /자료= Hewlett Packard Enterprise
이와 같은 수냉식 열관리 시스템으로는 랙 당 30KW 수준의 전력 부하까지 감당할 수 있으나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AI 기반 데이터센터가 이보다 더 큰 전력 부하를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GPU를 사용하는 AI 기반 서버에서는 랙 당 40~50KW 이상, 일부 임차인들은 100KW 수준의 부하 설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서버를 직접 비전도성 액체 속에 담그는 액침냉각 방식이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3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시연된 Submer 사의 액침냉각 기술 /사진= 이머스쿨, 산업일보
액침냉각은 장비에 직접 액체가 닿아 있는 방식으로 열관리 효율이 높으며 전력사용효율(PUE) 기준으로도 통상적인 데이터센터가 1.5 정도인 반면 액침냉각 기술을 활용하면 1.1~1.2까지 개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서버 가동에 필요한 냉각 비용이 기존 대비 60~8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와 같은 방식은 기존 레거시 데이터센터인 인터넷 DC와 클라우드 DC에 즉각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힘들고 도입하더라도 액체 탱크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공간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개발 단계에 있는 기술로 액침냉각에 사용되는 냉각용 액체와 장비의 호환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직은 걸림돌로 보입니다. AI 데이터센터의 대두 그 자체가 데이터센터 개발 및 보유 회사의 이익 상승으로 치환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데이터센터 리츠인 에퀴닉스와 디지털 리얼티 또한 최근 액침냉각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캐펙스 투자가 선행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우려는 경쟁 심화입니다. 견조한 수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주요 시장이 아닌 2급지, 3급지에서도 데이터센터 개발 붐이 일고 있습니다. 여전히 상장되어 있는 2곳의 데이터센터 리츠를 제외하고도 블랙스톤이 인수한 QTS 리얼티와 아메리칸 타워가 인수한 코어사이트 등이 신규 개발을 발표했고, 빈티지 데이터 센터 등 디벨로퍼들도 추가 자금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작년 11월에는 넷 리스 리츠인 리얼티 인컴이 디지털 리얼티와의 JV를 통해 북버지니아 2개 개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집행했고, 올 3월 초에는 세계 최대의 물류 리츠 프롤로지스가 25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개발사들은 완공된 자산의 임대를 위해 협상의 우위를 임차인에게 넘겨주면서 장기 계약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2020년 이후 미국 주요 데이터센터 시장의 개발 자산 물량 (단위: MW) /자료= CBRE Research
세 번째는 리츠 자체의 문제입니다. 디지털 리얼티는 실적 발표와 함께 여전히 제한적인 공급으로 인해 자산 보유자들의 협상력이 높으며 향후 수년 간 임대차 재계약을 통해 높은 수준의 임대료 인상이 기대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디지털 리얼티는 스스로 7%대를 기록했던 2023년은 물론, 컨센서스 대비해서도 크게 하회한 2~3% 수준의 동일자산 NOI 상승률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실망감을 키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동사의 장기 임차 홀세일 자산들이 낮은 성장에 대한 우려를 탈피할 수 없음을 자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디지털 리얼티는 2024년 중 조정 기준 7배를 상회하는 Net Debt to EBITDA를 낮추고, 22.5억 달러 규모의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4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며 이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개발 프로젝트의 JV 전환, 기존 자산 매각 등으로 대응할 예정입니다. 데이터센터 자산에 대한 담보채권 금리가 국채 대비 250~300bps 가량의 스프레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리얼티의 조달 부담은 주가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퀴닉스는 소형 임차인 여럿을 데이터센터에 입주시킨 후 여러 방향의 연결성을 제공하는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높은 내부 성장률과는 별개로 현재 시장의 수요를 이끌고 있는 대형 임차인의 AI 기반 데이터센터 임차의 수혜를 크게 받지 못할 전망입니다. 에퀴닉스는 xScale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홀세일 데이터센터를 개발 및 운영하고 있으나, 에퀴닉스는 xScale 플랫폼의 지분 20%와 개발, 운영 수수료만을 확보하는 JV로 구성되어 있으며 GIC, PGIM 리얼 에스테이트 등 외부 자금을 조달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xScale 자산의 좋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에퀴닉스의 수혜는 제한적입니다.
더불어 여러 소형 임차인을 입주시키는 동사의 전략상 임차인은 비용 전가와 임대료 인상 등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으며, 에퀴닉스는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임대차 계약 해지 비율이 가이던스 상단인 2.4%까지 높아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임차 안정성 제고를 위해 리츠의 수익성 상단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미국에서 2023년 연간 30%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좋은 성과를 낸 섹터인 점은 분명하지만 급격한 발전과 함께 여러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섹터가 되었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