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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연초 국내 증시를 크게 주도했던 트렌드 중 하나는 단연 밸류업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하게 낮은 PBR을 끌어올리기 위한 주주가치와 기업 가치 제고 정책, 이를 잘 시행하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련 종목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다만 2월 말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계획에서는 기업 자율성의 강조에 따른 강제성 부족,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 대비해서는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결국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크게 상승했던 저PBR 종목들은 짧은 순간의 테마 투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br><br><span style="color: rgba(0, 0, 0, 0.87); font-size: 18px; font-weight: 300; letter-spacing: -0.02em;">이런 가운데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최근 디벨로퍼 섹터에서 밸류업과 관련된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단 기존 자산의 펀더멘털 개선과 신규 자산의 개발 발표만이 아닌 회사의 사업 구조까지 바뀌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디벨로퍼 중 한 곳인 미쓰이 부동산이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발표한 내용을 통해 그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span></div>
<div>지난 2월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이 미쓰이 부동산의 지분을 2% 이상 취득했으며 주주 가치 현실화와 과도하게 저렴한 밸류에이션 해소를 위해 보유 중인 오리엔탈 랜드(Oriental Land)의 지분을 매도해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시행하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엘리엇의 요구는 2차 대전 종전 후 진행된 일본의 재벌 해체 이후부터 독립된 회사들 간의 상호 및 순환출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했던 일본 기업들의 거버넌스 문제에서부터 진행된 오래된 문제를 지적했던 것입니다.</div>
<div>엘리엇은 주주서한을 통해 미쓰이 부동산이 오리엔탈 랜드와 그들이 운영하는 도쿄 디즈니 리조트의 개장 당시부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6% 규모의 지분은 약 5,000억엔의 가치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를 포함한 자산 매각 후 1조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서한이 발표된 후 주가는 12%나 상승했습니다. 시장에서 이 제안을 아주 매력적으로 보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div>
<div>또한 미쓰이 부동산은 지난 3월 초 기존 1주를 3주로 늘리는 액면 분할을 발표했고 그에 따라 주당 4,000엔을 넘어섰던 주가는 분할 후 1,000엔 중반대로 변경되었습니다. 미쓰이 부동산은 공시를 통해 액면 분할의 목적으로 매수 단위를 하향 조정해서 투자자들의 투자 난이도를 줄이고자 함과 동시에 주식 유동성 상승과 투자자 저변 확대를 들었습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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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ypQG2SE7XCEx3rJCj1cyUfta0FnGCbvq.png" alt="">
<figcaption>자료 =Mitsui Fudosa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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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color: rgba(0, 0, 0, 0.87); font-size: 18px; font-weight: 300; letter-spacing: -0.02em;">이와 함께 최근 20년 이상 꾸준히 상향 트렌드를 유지해 온 배당 정책에 대해서도 2030년까지 중기 전략 발표에서 2024~2026년에 배당 성향은 35%까지, 자사주 매입까지 포함한 Total payout return ratio는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언급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주요 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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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3iXoBgzEifTRvxbYp2kGQ1DeSTu87uRA.png" alt="">
<figcaption>자료=Mitsui Fudosa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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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아울러 미쓰이 부동산은 보유한 유형자산 및 매각 대상 부동산을 2026년까지 2조엔 가량 매각하고, 주식 시장을 통해 매각이 가능한 전략적 지분 보유 및 단순투자형 증권에 대해서도 줄이거나 매도해 배당 재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략적 지분 보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엘리엇이 요구했던 오리엔탈 랜드의 지분 등이 이 항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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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zjso1RMSdyjjTP1koc6QtP2rsHoTSs4V.png" alt="">
<figcaption>자료=Mitsui Fudosa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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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 style="color: rgba(0, 0, 0, 0.87); font-size: 18px; font-weight: 300; letter-spacing: -0.02em;">이렇듯 수익성 자산의 매각과 배당성향 상향, 액면분할을 통한 유동성 증가까지 발표한 미쓰이 부동산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대부분 충족시켰고 그 결과는 유의미한 주가 상승이었습니다. 미쓰이 부동산 효과는 개별 종목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종목까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은 디벨로퍼 섹터 전반에 대한 강한 매수세로 이에 보답했습니다.</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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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l2dA0FNL7xwWOYdSjcnLHnoBmAncr7yA.png" alt="">
<figcaption>출처=Bloomberg,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span style="color: rgb(150, 150, 150); font-size: 14px; letter-spacing: -0.02em; font-weight: 300; font-family: Pretendard,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pple SD Gothic Neo', 'Noto Sans KR', Roboto, 'Segoe UI', sans-serif;">&nbsp;</span></figcaption>
<figcaptio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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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br><br>이 같은 일본 디벨로퍼의 변화는 일본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연결됩니다. <span style="color: rgba(0, 0, 0, 0.87); font-size: 18px; font-weight: 300; letter-spacing: -0.02em;">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 이후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자본 구조가 개선되었고 조달 부담이 줄어듦에 따라 2010년대 일본 주식 시장에서는 성장을 강조하는 기업들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시장의 신뢰를 크게 흔드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nbsp;</span></div>
<div>2004년 한 해에만 3번의 액면 분할을 통해 기존 1주를 1만 주로 바꾸고 결국에는 주가 조작과 회계 부정으로 이어진 라이브도어 사건, 2012년 자회사에서 수십억 엔을 빼돌려 카지노에서 탕진한 다이오 제지 사건 등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관리 책임이 커지면서 일본 증권거래소는 정부와 손을 잡고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이어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시행했습니다.</div>
<div>2022년에는 상장시장 분류 변경과 과도하게 주가가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액면분할 권고, 2023년에는 거래소 주관으로 상장사들에게 자본 비용 및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 방안 회신을 요구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정부에서 N-ISA(일본의 ISA 계좌)의 비과세 규모와 보유 기간 등 제한을 크게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투자자 저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div>
<div>액면 분할에 따라 거래 단위 금액이 줄어들고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기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한편 상대적으로 투자 자금이 부족한 청년층의 N-ISA 가입 및 투자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은 투자자들에게 유효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업들 또한 자체적인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거나 공개 매수 등을 통해 자진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 내에 자리잡는 모습입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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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feed/3tNGxiNsg9r4XPRMqWO9nlQvVs3rBvwo.png" alt="">
<figcaption>출처=일본금융청, 일본증권거래소, 신영증권 리서치센터&nbsp;</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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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투자 상품 측면에서도 발빠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3년 심플렉스(Simplex)라는 운용사에서는 테마를 반영하여 정책보유 해소 추진, PBR 1배 미만, 투자자경영자 일심동체 등 밸류업 트렌드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또 올해 거래소에서는 향후 밸류업 목표를 잘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을 모은 JPX 프라임 지수를 기초로 선물 상품을 출시하는 등 밸류업 트렌드와 발을 맞추는 모습입니다.</div>
<div>여기까지의 내용을 토대로 다시 미쓰이 부동산의 행보를 살펴보면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정부와 증권거래소가 제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여러 방면에서 충족시키고자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와 상대적 주가 상승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진행되었던 밸류업 프로그램이 리츠 시장까지 확대되기를 기다리던 투자자 중 하나로서 자율적인 밸류업 전략을 기획할 때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다면 시장의 요구와 더 가까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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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디벨로퍼의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