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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이커머스 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필자는 망설임 없이 ‘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연결고리인 물류센터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단어 ‘Logistics(물류)’는 나폴레옹 시대에 전쟁 군수품 보급을 담당한 부대인 ‘Logistique’에서 유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K리츠 중에서 물류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리츠는 ESR켄달스퀘어리츠입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2021년 쿠팡의 나스닥 상장 테마주로 엮여 주가는 고공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고금리 및 수도권 물류센터 공급 과잉 이슈로 2023년 저점을 찍었습니다. 다행히 E커머스의 성장, 건축비 상승으로 인한 신규 공급 감소 등으로 인해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프롤로지스 사무실
미국에 상장된 물류 리츠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많이 아실 것 같은데요. 바로 프롤로지스입니다. 2022년 9월 경쟁사인 ‘Duke Realty’를 인수하면서 덩치는 더욱 커졌습니다. 프롤로지스는 미국, 라틴아메리카, 유럽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약 20개국에 진출하여 투자 중입니다. 아마존, 홈디포,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약 6,700개의 고객사를 임차인으로 두고 있습니다. 전세계 GDP 흐름의 약 2.8%가 프롤로지스 물류센터를 통과할 정도입니다.
필자는 지난달 베네룩스 3국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침 먹거리를 사러 갔다가 숙소 근처에서 프롤로지스의 자산을 발견하였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암스테르담 ‘Zuid’역 근처에 위치한 프롤로지스의 사무실도 볼 수 있었구요. 해당 사무실은 베네룩스을 관리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제가 유럽에 있을 때  지구 반대편 미국 뉴욕에서는 ‘NAREIT REITweek: 2024 Investor Conference’가 열렸습니다. 해당 행사는 한국리츠협회의 리츠 투자간담회를 떠올리면 되는데요. 미국의 리츠사들이 모여 IR행사를 진행합니다(물론 세계 1위 리츠의 나라답게 참여 리츠 수나 스폰서 등 행사 규모 측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귀국 후, 프롤로지스에 대해 관심이 생겨 프롤로지스가 ‘NAREIT REITweek’에서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IR 자료를 보면서 한국 물류리츠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1. 단순 물류 아닌, 물류 '플랫폼'
일반적인 물류센터 리츠와 동사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물류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2위 물류센터 리츠인 ‘Rexford industrial’, 한국의 대표 물류센터 리츠인 ESR켄달스퀘어리츠와 비교해도 두드러진 차이였습니다.
물류를 위한 공간을 대여하는 다른 리츠와는 달리 동사는 임차인에게 물류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었습니다. 임차인이 보유 중인 중고 선반을 매입(Buy-back)하고, 임차인에게 적합한 선반(랙), 지게차 등을 팔거나 대여해주는 물류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선반과 팔레트의 재설치 등으로 공간 활용도를 높여 물류 처리량을 높였고, 이는 곧 설치공간의 감소와 설치 기간의 단축으로 이어지면서 비용 역시 약 30% 가까이 절감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프롤로지스는 물류센터 리츠보다 4PL(Party Logistics) 또는 5PL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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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프롤로지스 홈페이지
2. 폭넓은 신성장사업
프롤로지스가 물류와 관련된 사업(물류 부동산 개발 및 임대, 물류 서비스 및 솔루션 제공) 외에도 신성장동력이 풍부한 회사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에너지사업, 2) 에너지 스토리지 사업, 3) 모빌리티 솔루션(EV 충전사업) 4) 데이터센터 개발입니다.
프롤로지스는 미국 태양광 발전 사업자 중 2위이며, 현재 16개 국에서 약 535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500메가와트 정도면 일반 가정 집 기준 25만 이상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현재 운용 중인 태양광 발전 사업은 전체 지붕 면적의 5% 미만에 해당합니다. 2030년까지 약 2000메가와트, 현재 대비 약 4배 이상 키울 예정입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고객사 및 지역사회에 공급합니다.
고객사의 전기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서 해운업체인 머스크(Performance Team)와 식품업체 펩시코의 전기트럭을 지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충전 인프라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입니다. 데이터센터 개발이 가장 활발한 지역인 미국 북부 버지니아를 포함해 텍사스 오스틴 등 미국 전역에 14억 달러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이며, 향후 5년 간 20개의 자산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 100개 이상의 자산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향후 프롤로지스가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프롤로지스는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물류창고 사업과 데이터 센터 사업은 모두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한 사업인데 전력 공급에 대한 접근성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데이터센터 사업 등에 뛰어들었습니다.
3. 프롤로지스 벤처스
프롤로지스는 2016년부터 프롤로지스 벤처스를 통해 45개 이상의 물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투자 규모는 약 2.5억 달러($250M) 정도입니다. 공급망 개선을 통해 물류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차세대 디지털 기술을 강화하며, 부동산 및 건설업종의 지속적인 개선을 뒷받침하는 기업들이 그 대상입니다. 1)물류센터 운영 2)에너지 및 모빌리티 3)디지털 4)프롭테크라는 4개의 카테고리 내에 포함된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프롤로지스 및 고객사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차별화된 이익을 제공합니다.
‘Test fit’과 ‘Solar cycle’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먼저, ‘Test fit’은 AI를 활용하여 새로운 물류센터 입지선정 및 투자의 타당성을 판단하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입지의 사진을 찍으면 그 즉시 빌딩을 디자인하고 그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Solar cycle’은 태양광 패널을 재활용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연간 100만 개의 패널을 재활용할 계획이며, 알루미늄, 유리, 구리, 세라믹, 은 등 폐 태양광 패널 속에 함유된 원자재의 95% 이상을 재활용하였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패널의 수명은 약 25~30년 정도이며 수명이 다한 패널은 매립되거나 노후화된 상태로 버려집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친환경에너지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향후 5년 내 미국에 10억 개 이상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집니다. 프롤로지스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의 고객사가 되어 이들의 성장을 이끌어 줍니다. 또한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해 고객사(임차인)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스타트업 역시 프롤로지스가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다른 물류 리츠와는 달리, 프롤로지스만이 가질 수 있는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프롤로지스와 비슷한 전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은 존재합니다. 
*출처:프롤로지스
ESR켄달스퀘어리츠가 프롤로지스와 같이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합니다. 일례로 자사의 물류센터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지난해 ‘KLRE(Korea Logistic Renewable Energy)’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죠. ‘KLRE’가 ESR켄달스퀘어리츠의 물류센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후,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합니다. 이 중 일부가 ESR켄달스퀘어리츠에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프롤로지스 벤처스와 같이 큰 규모의 VC 투자는 아니지만, SK디앤디 역시 물류 스타트업인 파스토에 투자하였고, 파스토는 디앤디플랫폼리츠의 임차인으로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 단편적인 사례이며 규모나 시너지 측면에서 물류 플랫폼 효과를 누리기에는 미미합니다.
최근 들어 아마존이 다시 물류센터 투자에 나선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알리, 테무, 쉬인 등의 C커머스 기업의 진출과 더불어 쿠팡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물류 자산 개발을 통한 성장 및 외형 확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업모델의 지속적인 발굴도 필요합니다. 국내 물류 리츠들이 임차인에게 꼭 필요한 플레이어로 성장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김고양

김고양

개인투자자

필명을 사용해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리츠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을 관찰하고 탐구합니다. "야, 너두 건물주 될 수 있어"라는 모토로, 어려운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I)NTP #지적호기심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