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츠 활성화 방안을 통해 공모 리츠와 공모 예외 리츠, 즉 사모 리츠 간의 합병을 통해 외형 성장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상장 리츠의 외형 성장과 불필요한 과정 축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모 리츠에 대한 수요가 왜 발생했는지 확인해 보면서 정책의 효과를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상황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2010년대 들어 급격하게 성장한 일본 사모 리츠와 성장세 둔화된 상장 리츠 일본에서는 2010년대 들어 사모 리츠의 급격한 성장이 나타났습니다.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한 사모 리츠의 수는 2023년 3분기 기준 상장 리츠의 절반까지 올라왔고 자산 규모도 전체 리츠 시장의 15%까지 늘어났습니다. 반면 상장 리츠 수는 2020년 이후 Tokaido REIT 1개사의 상장이 진행됐으나 Invesco Office REIT의 상장폐지와 케네딕스 산하 3개 리츠의 합병 등으로 2020년 이후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자료=ARES Japan Property Index(비상장리츠는 AJFI-Open End Core Unlisted REITs 기준)
사모 리츠의 성장 배경 사모 리츠는 운용사와 투자자의 수요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GFC) 등으로 전통 자산의 가치 하락이 나타나면서 보험사와 기관 등 안정적인 자산 운용과 투자 자산 다변화가 필요했던 투자자들은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장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타 주식들과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에 변동이 나타나는 상장 리츠 대신 비상장 리츠를 통해 투자를 진행하려는 수요가 나타났습니다.
AMC 입장에서도 수시로 주주가 바뀌고 수많은 주주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자료 제공, 리츠의 결산 기간인 매 반년마다 주주총회 참석에 대한 초청장을 보내야 하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기관 주주에 대해서만 운용보고서 및 주주총회 자료를 제공하면 되는 운영상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사모 리츠를 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2019년 말 회사법 개정에 따라 2022년 9월이 되어서야 주주에 대한 주주총회자료의 전자제공제도가 시행되었고 실제 적용은 2023년 3월부터 진행될 만큼 주주총회 개최 및 안내 비용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이는 리츠들의 주당 가격이 수십만 엔을 상회하더라도 주식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자료=Yahoo Finance,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또한 실질적으로 상장 리츠와 사모 리츠의 차이는 상장 여부 정도에 불과하며 일본에서는 같은 투자신탁법(Investment Trust Law)을 적용 받고 평균적인 LTV나 운용 기간 등도 유사합니다. 시점이나 금액의 제한이 있지만 상장 리츠에서는 할 수 없는 환매 요청이 가능하다는 점은 수익자들이 투자 기간에 맞는 전략을 설정할 때 활용하는 수단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상장 리츠와 사모 리츠의 이해상충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사모 리츠에 대한 수요가 왜 발생하며 AMC가 사모 리츠의 운용을 받아들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모 리츠의 존재가 상장 리츠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반적인 전략상 사모 리츠와 상장 리츠 간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사모 리츠는 상장 리츠가 편입할 수 있는 자산의 대부분을 편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장 리츠 입장에서는 매입 대상 자산의 경쟁 심화와 그에 따른 매입가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100%는 아니지만 사모 리츠 제도가 없었다면 상장 리츠의 주주가 될 수 있었던 투자자가 사모 리츠를 선택하면서 주주 다변화와 외형 성장의 기회가 줄어드는 점도 상장 리츠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사모 리츠를 운용하는 AMC 중에는 골드만삭스 등의 금융사나 JR 큐슈, 도쿄 가스 등의 회사들도 있지만 미쓰이 부동산, 케네딕스 등 상장 리츠를 운용 중인 곳들도 별도의 사모 리츠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자료=각 사,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상장 리츠를 운용하는 AMC가 사모 리츠를 같이 운용하는 경우의 문제는 자산을 신규로 편입하고자 할 때 상장 또는 사모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장 리츠는 물류, 사모 리츠는 오피스 등으로 섹터가 구분되어 있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지만 Mitsui Fudosan Investment Advisors의 경우 오피스, 주거, 물류, 리테일에 특화된 총 4개의 리츠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자산을 두고 사모 리츠와의 이해 상충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2012년 설립해 10년 이상 운용 중인 Mitsui Fudosan Private REIT의 자산 비중을 보면 2023년 말 기준 오피스가 51%, 주거 30%, 물류 10%, 리테일 9%로 공모 리츠와 겹치는 섹터의 자산을 4,000억엔 규모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케네딕스 또한 2023년 오피스, 리테일, 주거로 나뉘어져 있던 3개 리츠를 합병하면서 대형 다각화 리츠를 구성해 미쓰이 부동산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출처=각 사
때문에 상장, 사모 리츠를 모두 운용하는 AMC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자산 퀄리티의 동질성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일본 출장 당시 공모 리츠와 사모 리츠를 동시에 운용하는 AMC와의 미팅에서는 공모와 사모 모두에 편입될 수 있는 자산의 경우 통상적으로 준공 연도에 따라 홀수는 공모, 짝수는 사모 리츠에 편입하는 등 기계적인 분류가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단순 기계적 분류 방식은 의도에 따라 자산과 리츠에 대한 제어권을 가지고 있는 AMC가 특정 리츠, 더 나아가 특정 수익자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사모 리츠와 차별화된 상장 리츠의 전략 상장 리츠와 사모 리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장 여부입니다. 사모 리츠는 장 내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보유한 자산 NAV가 그대로 주당 가격으로 인식되며 투자 심리 등 증시 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인들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금리 인상이나 펀더멘털 악화에 대한 우려 등 선제적으로 변화를 반영하는 상장 리츠들에 비해 가치 변동을 천천히 인식하거나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료=Bloomberg,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미국의 사례를 예시로 보더라도 리츠 지수는 부동산 실물 지수를 선행해서 움직이며 더 큰 진폭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사모 리츠의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은 연기금, 보험사 등 대체자산 투자 수요는 있지만 변동성 노출은 꺼리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상장 리츠 또한 이 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상장 리츠는 불특정 다수의 주주 사이에서 손바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외부 요인과 투자 심리 등이 주가에 반영된다는 점이 핵심인만큼 리츠 주주에 대한 어필을 통해 보유 자산 대비 더 높은 주가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현재는 할인 구간에 있으나 일본 리츠는 도입 이후 현재까지 주가 순자산가치 비율(P/NAV)이 1.14배로 외형 성장을 위해 신주를 발행할 때 희석 효과가 그만큼 줄어들어 자본 비용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자료=미즈호 증권
이와 같은 상대적 매력도를 확보하기 위해 리츠들은 신규 자산을 편입하는 외형 성장, 보유 자산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내부 성장,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는 주주 환원 등의 방법을 활용해 왔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역사적으로 주요 섹터의 내부 성장이 적어 외형 확대에 주력해 왔는데 최근 일본은행의 매파적 정책 도입으로 외형 성장의 효과가 줄어들면서 리츠들은 주주 환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리츠들은 자사주 매입에 주력하고 있는데 P/NAV가 1보다 높을 때 증자를 통해 자산을 매입하면 희석 효과를 줄일 수 있듯 현재와 같이 0.8~0.9 수준의 낮은 P/NAV를 기록하고 있을 때 자산 매각 대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사주를 취득, 주주들의 주당 자산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료=각 사, Bloomberg,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렇듯 일본 상장 리츠들은 상장사라는 특징을 활용해 자금 조달과 주주 환원 등에서 이점을 확보하고자 하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성과 배당 기여,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사모 리츠 합병을 통해 외형 성장을 목표하는 리츠들과 주주 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투자자들 간의 균형점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