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운영 비용 일부 또는 전체가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넷 리스(Net Lease) 계약은 부담하는 비용 범위에 따라 싱글, 더블, 트리플로 나눠집니다. 특히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트리플 넷 리스(Triple Net Lease, NNN Lease)는 임차인이 부동산 재산세, 건물에 대한 보험, 건물 유지관리비 등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비용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임대 형태입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정해진 임대료를 수취하면서 운영 비용의 변동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오피스, 리테일, 물류, 헬스케어 등 많은 리츠들이 채택하고 있는 임대 형태이기도 합니다.
트리플 넷 리스는 임차인에게 임대료만을 받지만 반대로 리츠가 운영하는 자산의 영업 현금흐름을 받을 수 있는 RIDEA 모델도 있습니다(‘코로나 이후 美 시니어 하우징 리츠의 리스크와 회복’편 참조, 2022.01.10). 트리플 넷 리스보다 매출액 상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산의 운영 리스크를 모두 부담하게 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개념인 것이죠. 이런 형태는 호텔, 헬스케어(특히 시니어하우징) 섹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RIDEA 모델을 취하는 리츠들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런 리츠들은 운영 성과가 매우 좋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해당 리츠들의 실적은 훼손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트리플 넷 리스 계약 중심의 리츠들은 나름 방어적인 실적을 보였습니다. 임차인의 실적과 상관없이 리츠는 임대료를 받고 운영 비용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잡은 리츠도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임대료 이연이 발생하긴 했지만 일부 중소 규모 임차인에서만 발생해 리츠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덕분에 트리플 넷 리스는 RIDEA 모델 대비 리스크가 훨씬 낮은 것처럼 보이게 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가 지난 지금은 다소 분위기가 달라졌는데요. 헬스케어 리츠를 예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오메가 헬스케어의 예시미국의 대표적인 전문간호시설(SNF, Skilled Nursing Facility) 리츠인 오메가 헬스케어(Omega Healthcare)는 높은 배당수익률로 시장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리츠 중 하나였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트리플 넷 리스 구조로 안정적인 임대료를 수취하고 있던 오메가 헬스케어는 견고한 실적과 배당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코로나19가 끝나가던 2022년부터 일부 소형 오퍼레이터(임차인)들의 파산 우려가 잇따르고 이연되는 임대료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100% 이상을 유지해 오던 배당 커버리지도 2022년부터 90%대로 하락했습니다. 즉 오퍼레이터로부터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배당을 더 많이 주고 있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자료=Green Street
2023년 1월 오메가 헬스케어는 매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오퍼레이터들에게서 임대료 이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오퍼레이터들에 대한 신용 리스크가 불거져 오고 있었음에도 우량 오퍼레이터가 잇따라 임대료 지불 불능 및 파산 위험에 처해 있다는 소식은 시장에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 기간 집단 감염 우려에 입주율은 하락하는 한편 의료 기기 가격이 급증하고 헬스케어 섹터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더 극심해지면서 운영 비용이 급증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오퍼레이터들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안 좋아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 해당 문제는 RIDEA 구조로 운영되는 시니어하우징, 즉 SHOP(Senior Housing Operating Portfolio) 자산에서는 이미 코로나19 기간 동안부터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반면, 트리플 넷 리스로 운영되던 SNF에서는 오퍼레이터 단에서만 우려되는 사항이었기 때문에 임대인인 리츠에 대한 우려는 비교적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동안 SHOP 자산을 직접 운영하는 리츠들은 비용 관리에 돌입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임대율 및 임대료의 상승과 함께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 데 반해, SNF는 트리플 넷 리스로 오퍼레이터에 의한 간접 운영이기 때문에 직접 비용 관리는 하지 못했고, 코로나19 이후 이자비용도 급격히 상승하면서 결국 오퍼레이터들이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오퍼레이터들의 구조조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한편 SNF에 대한 수요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다시 우호적인 환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2년 들어서 임대료 커버리지(수익/임대료)가 1배 미만인 오퍼레이터 비율은 40% 이상으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20%까지 하락하면서 오퍼레이터에 대한 신용 리스크는 완화되는 모습이고 이에 따라 오메가 헬스케어의 재무건전성도 다시 회복하는 모습입니다.
자료=Green Street
*주)EBITDAR 커버리지: EBITDAR/이자비용, EBITDAR: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구조조정 비용을 제외한 수익
메디컬 프로퍼티스의 예시미국의 병원 리츠인 메디컬 프로퍼티스(Medical Properties Trust)도 위와 유사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병원 리츠의 임대차 계약 구조를 보면 헬스케어 리츠의 하위 섹터 중 가장 임차기간이 길고 대부분 트리플 넷, 마스터리스 및 고정 임대료 상승률 계약을 체결한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띕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병원 수술 건수가 크게 감소하고 약물 및 각종 의료기기의 가격이 급증했지만 역시 트리플 넷 구조였기 때문에 메디컬 프로퍼티스의 실적은 견고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메디컬 프로퍼티스 오퍼레이터 중 가장 매출 비중(20%)이 높은 스튜어드 헬스(Steward Health)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메디컬 프로퍼티스가 보고한 스튜어드의 임대료 커버리지 수준은 2.4배였으나 이는 리츠가 조정한 숫자이며 실질적으로 조정된 값을 제거하면 1배 초반대일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또한 두 번째 비중(10%)을 차지하는 프로스펙트 메디컬 홀딩스(Prospect Medical Holdings)의 임대료 커버리지 수준은 2020년에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1.6배였기 때문에 코로나19를 지나온 시점에서 더 낮아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자료=Green Street
해당 기사가 나온 후 메디컬 프로퍼티스의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스튜어드는 2022년 9월 만기 도래한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을 요청하면서 우려를 키우는 한편 2023년에 들어서 스튜어드와 프로스펙트는 모두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되었고, 메디컬 프로퍼티스에는 임대료를 일부만 지불하거나 아예 미지급하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외 낮은 비중의 다른 오퍼레이터 중에서는 파산하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메디컬 프로퍼티스의 실적은 당연하게도 하락했고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퍼레이터에 각종 대출을 실행해주면서 구조조정 과정을 지원했으나 스튜어드는 2024년 5월 결국 파산 신청을 했고 최근 연방 법원은 일부 자산에 대하여 스튜어드와 메디컬 프로퍼티스가 체결한 임대차 계약에 대한 무효화를 승인했습니다. 메디컬 프로퍼티스는 현재 스튜어드 병원에 대한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이 외에도 메디컬 프로퍼티스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부채를 상환하는 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으나 주가 회복은 여전히 더딘 모습입니다.
자료=Bloomberg
병원 자산 및 오퍼레이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기 시작한 초기에 리츠 또는 임대인들은 퀄리티가 높은 병원의 경우 잉여 현금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다고 언급하며 보유 자산의 퀄리티에 대해서만 증명해왔습니다. 하지만 스튜어드의 사례의 경우 충분히 퀄리티 높은 A급 병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퍼레이터의 운영 능력, 특히 비용 관리 능력에 의한 파산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더불어 트리플 넷 리스 임대차 계약에 따라 임대인의 이익 하방이 막혀 있다는 생각도 이번 법원의 판결에 의해 흐려지게 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수술 건수가 증가하고 비용 압박이 완화되며 병원 수익성도 개선되는 모습입니다.
트리플 넷 리스가 분명 임대인 입장에서 리스크가 낮은 구조임은 맞지만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 시기에는 오히려 리스크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례들을 통해 드러났듯이 항상 자산의 퀄리티나, 계약 구조만을 믿고 리스크를 섣불리 평가하면 안 될 것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