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 투자라는 3가지 키워드에 재테커인 개인 투자자가 더해진 ‘부동산 금융 투자 시장’을 마케팅하기 위해 SPI 플랫폼 마케팅팀은 만들어졌습니다.
개인이 산업에 궁금한 점, 개인에게 말하고 싶은 점 등을 발굴, 개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통역자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시장의 이해도를 높이고, 개인과 기업의 자산 밸류업을 돕는 다양한 정보를 모아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여행이 곧 투자’로 이어지는 투어자(투어+투자) 콘텐츠를 기획, [도쿄 임장 리포트]를 선보입니다.
하라카도 ⓒSPI 플랫폼 마케팅팀
지금까지 도쿄를 대표하는 디벨로퍼 모리빌딩과 미쓰이부동산의 자산을 중심으로 도시와 공간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자산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사람을 이해해야 공간 컨셉부터 구성, 운영까지 일관된 가치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기존의 도쿄 여행과 '임장'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여행의 차이점 중 하나가 단일 장소를 보기보다 여러 장소들의 연관성을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쇼핑, 맛집 등을 찾기보다 전체적인 공간이 제공하는 가치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저희는 '사람과 공간의 관계'가 개발의 주요 포인트라는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어떤 공간도 사람이 없이는 의미를 가지지 못하니까요. 지속될 수 있는 관계인지, 1회성으로 끝나는 관계인지에 따라 건물이나 자산의 지속가능성까지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도쿄의 여러 공간들은 어떻게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요? 이 질문의 첫 키워드로 도시와 공간의 글로벌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인 'Creativity'에 주목했습니다. 실제 도쿄 에이전시 SIGNING에서는 매년 창의적인 힘을 통해 마을에 활력을 주고, 보다 좋은 도쿄의 미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TOKYO CREATIVE REPORT>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리포트에 따르면 앞으로의 시대에서 크리에이티브는 "직업, 장르, 장면의 울타리를 넘어 모든 사람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적극성"이라 정의합니다. 이를 위해 도쿄의 거리에 가장 필요한 것을 "모든 사람이 창조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소, 기회, 자극"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도쿄의 새로운 공간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컨셉으로 해 지역과 사람을 묶으려는 시도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개념을 SPI 플랫폼 마케팅팀은 자산과 지역, 사람이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며 창의력을 발산하는 일상적 공간을 '라이프 커뮤니티 빌딩'이라고 정의하고자 합니다. 이제 자산은 창의력을 발산하는 거점이자 '창의'의 결과가 구현되는 곳으로, 지역과 도시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한 자산으로 사람이 다시 모여들고 새로운 자극과 기회가 생기죠. 미래의 도시에는 저희 팀에서 새롭게 정의한 '라이프 커뮤니티 빌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창발’의 지역, 하라주쿠
도쿄에서 크리에이티브한 GEN-Z가 모이는 대표 장소가 하라주쿠입니다. 하라주쿠는 1970년부터 보행자 중심 지역이었습니다. 1977년 하라주쿠역 앞에서 아오야마 거리 교차로까지 오모테산도 구간이 완성되며 더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죠. 1976년 야마자키 마키유키가 개업한 ‘크림소다’, 1978년 ‘라포레 하라주쿠’의 개업으로 패션의 중심지 기능이 강화되었습니다. 점차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하라주쿠에 있는 빌딩에 사무실을 차리면서, 문화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감성을 가진 어른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이는 거리로 변모해 갔죠. 이후로도 카와이 문화의 중심지, 도쿄 스트리트 문화 중심지 등 꾸준히 문화 중심지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전히 하라주쿠에는 레이디 가가가 자주 찾았다는 패션숍 ‘도그’부터 MZ들의 애정을 받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호카’, 명품브랜드인 ‘디올’과 ‘조말론’ 등이 공존합니다. 미로처럼 복잡한 다케시타 거리를 꽉 채운 이들의 옷차림만 봐도 재미있는 곳이죠.
이 곳에 도큐부동산이 개발한 ‘하라카도’가 문을 열었습니다. 도큐부동산은 하라카도를 "지금까지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온 하라주쿠와 진구마에 지역의 역사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현재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하라주쿠 문화를 창조하고 체험하는 장소"라고 소개합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리테일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상품을 구입하는 공간이 아니라 하라주쿠 문화를 경험하고 창조하는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앞서 크리에이티브한 공간 또는 거리가 가져야 하는 특성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라카도가 위치한 자리는 1960년대 크리에이터들이 자주 모였다는 ‘하라주쿠 센트럴 아파트’가 있던 곳입니다. 당시 카피라이터이자 ‘호보니치’를 운영한 이토이 시게사토의 사무실이나 패션 디자이너 카와쿠보 레이의 ‘꼼 데 가르숑’이 시작된 곳 역시 이 아파트였죠. 그렇기에 도큐부동산은 지역과 공간의 역사까지 고려해 같은 자리에 크리에이티브적인 요소를 반영한 새로운 공간을 완성한 것입니다.
주변과 얽힐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자산
지역과의 연결을 강조하기 위해 건축가 히라타 아키히사와 협업합니다. 히라타 아키히사는 인터뷰를 통해 “주변의 환경과 얽힐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 건축이라는 생각으로,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건축을 지향”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이런 특성을 공통적으로 보여줍니다. 오타시 미술관·도서관은 안과 밖이 유기적으로 얽힌 풍부한 공간을 실현해 거리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다양한 활동의 장을 제공했습니다. 특히 건물 위에 푸른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토양을 놓아 건축과 녹지의 조합, 예술과 자연의 조합으로 언덕과 같은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방문하고, 지나가고, 다시 마을로 이어지도록 해 거리의 ‘매듭’이자 또다른 작은 마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도시에 창의성을 불어넣기 위한 지성과 감성의 플랫폼’인 미술관의 기능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완성해주는 건축물인 셈입니다.
오타시 미술관 ⓒartmuseumlibraryota.jp
오타시 미술관 ⓒartmuseumlibraryota.jp
트리니스 하우스(Tree-ness house)에서는 식물과 공간이 얽히면서 다층적인 거주 환경을 완성했죠. 큰 개념은 나무였습니다. “나무는 뿌리, 줄기, 가지, 잎, 꽃 등 여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러한 부분이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습니다”라는 그의 설명처럼, 트리니스 하우스 역시 하나의 건물이지만 다층적 공간 구성을 통해 독립적인 공간들이 존재하는 건축물로 완성됐죠. 단순히 층을 하나씩 쌓아 올리지 않고 거리, 외부 공간과 같은 맥락적 요소까지 고려했습니다. 이를 통해 모호한 실내-실외 관계가 특징인 얽힌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히라타 아키히사 건축의 특징인 ‘얽힘’이 드러나죠. 나인아워즈 호텔 한조몬 역시 미러 유리와 캡슐 모듈인 120cm 그리드 새시를 활용하고, 입체적으로 건물 공간에 공중 나무를 배치해 거리에 녹색을 증폭시켰습니다. 이처럼 자연적인 요소를 건축의 일부로 포함시켜 인간과 자연의 관계나 건물과 인간, 자연이 만들어 가는 관계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연출에 특화된 설계를 보여줍니다. “미생물처럼 다양한 인간이 많이 모여 모두 발효하고 꽃을 피운다. 그렇게 해서 거리를 건강하게 한다”라는 그의 생각이 자연 공간을 구현하는 지점에서 투영된 것이죠. 나무와 식물의 형태에 영향을 받은 건축가답습니다.
트리니스 하우스 ⓒVincent hecht
히라타 아키히사 건축의 특징은 하라카도 설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공간이 지역과 사람, 건물과 관계를 만들고 이들이 서로 얽히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유리로 된 외관과 그 중 일부를 떼어내고 완성시킨 옥상 테라스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이죠. 건물이 곧 작품이자 미디어이기도 합니다. 하라카도 앞 교차로는 연간 8,900만명의 전 세계인들이 오가는 곳입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발신이 가능한 미디어는 하라카도가 유일하죠. 건축물 자체가 연결의 고리가 되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을 공간 안으로 유입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그램과 마케팅으로 ‘크리에이티브’ 아이덴티티 강화
하라카도는 크리에이티브를 키워드로 한만큼 오픈 소식도 새로운 형식으로 알렸습니다. 오프닝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인데요. 하라카도와 연결된 크리에이터들, 입주하는 브랜드의 직원 등 총 300명의 스텝이 참여했으며, 40시간에 걸쳐 촬영을 했습니다. 팝 하우스 유닛 ‘수요일의 캄파넬라’의 시우가 기념곡 <시텐노>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라카도만의 감성을 담아 뮤직비디오가 완성됐죠. 공간이 오픈하기 전 뮤직비디오를 통해 ‘하라카도’라는 공간의 흥미를 높여줄 마케팅 활동을 시작한 셈입니다.
하라카도 오프닝 뮤직비디오 ⓒtokyu-land.co.jp
하라카도 오프닝 뮤직비디오 ⓒtokyu-land.co.jp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기존과는 다른 리테일 구성이 완성됐습니다. 중심 역할은 3층에 조성된 크리에이터 플랫폼이 담당합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는 약 20개 정도의 매장을 입점시켜 창작자와 창작자, 창작자와 대중간의 적극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트렌드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장소로 운영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히데 아키라(OOAA 대표)와 프로듀서 시로모토 쿠츠미가 운영하는 BABY THE COFFEE CREW CLUB도 인상적입니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크리에이터들이 모이는 라운지 역할을 합니다. 2층과 3층을 연결해 잡지들을 모아 놓은 COVER, 요히쿠 디자인 스튜디오의 카피 코너도 크리에이티브를 지원하는 곳들입니다. 영감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잡지와 아이디어의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는 곳들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는 것이죠. 이밖에도 소셜 크리에이티브 전문 스튜디오, 팟캐스트 스튜디오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 시설이 3층 곳곳에 자리합니다. 크리에이터의 모든 활동을 하라카도 3층에서 한 번에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좌) 하라카도 커뮤니티 플랫폼 / (우) 하라카도 BABY THE COFFEE CREW CLUB ⓒSPI 플랫폼 마케팅팀
핵심 테넌트 시설로 도쿄 크리에이티브 트렌드 체험을 제공
하라카도의 핵심 테넌트 시설 또한 ‘크리에이티브’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고스기유 하라주쿠’ 인데요. 고엔지 지역에서 문을 연 지 91년이 된, 문화재로도 지정된 목욕탕입니다. 사우나 시설보다는 목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일상에서 목욕을 즐기던 일본의 문화를 살리면서 매일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든 것이죠. 목욕탕이라는 공간적 특징 외에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마케팅 활동도 꾸준히 진행합니다. 언더아머의 물품을 대여해 주거나 삿뽀로 맥주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죠. 더불어 지역을 하나로 묶어주는 커뮤니티로의 역할에도 충실합니다. 목욕탕은 지역 주민을 만나거나 친근한 이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고스기유 하라주쿠 ⓒPRTIMES.JP
<TOKYO CREATIVE REPORT> 내용에서는 사람의 창의성이 발휘되기 쉬운 10개 장소 중 한 곳으로 목욕탕을 꼽기도 했습니다. 전자 기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입니다. 기분이 좋아지거나 숙면을 취하게 되는 등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긍정적인 라이프의 변화도 있을 것이고요. 사우나는 현재 도쿄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로 주목받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1956년 일본 최초의 사우나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는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곳곳에 위치한 사우나를 탐방하는 내용의 만화 「사도(サ道)」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몇 년간 젊은층의 관심이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카츠(사우나+활동)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죠.
(좌) 만화 사도 표지 ⓒfurosauna.com / (우) 목욕탕 앞 드라마 사도 포스터 ⓒSPI 플랫폼 마케팅팀
창의성을 살려주는 도심 속 라이프 포인트 스팟
트렌드를 이끄는 공간들은 기존의 사우나와는 다릅니다. 감각적이죠. 도심의 새로운 라이프 포인트 스팟의 역할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하라카도의 고스기유 하라주쿠와 함께 크리에이티브를 살린 사우나 몇 곳이 눈에 띕니다. 긴자에는 '사람이 자연체가 될 수 있는 공간이나 씬을 체험하기 위해 태어난 묵지 않는 호텔'을 컨셉으로 한 복합시설이 있습니다. 사람이 오가고, 모여 커뮤니케이션하며 도쿄 긴자 거리에 새로운 활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긴자 7가에 완성된 복합시설 'SALON 91°(살롱·나인티원)'입니다. 아리카 사진관 빌딩 자리에 지상 12층 규모로 건설되었으며, 9층부터 12층까지는 도쿄 다마 지역에서 생산된 삼나무를 활용해 목조 건축물로 지어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을 체감하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이 곳의 대표 시설은 11층과 12층에 위치한 사우나입니다. 11층은 객실 형태로 사우나가 설치되어 있는데, 1인부터 최대 3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입니다. 12층은 15명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대중사우나가 위치합니다. 회원제도를 통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며, 현재는 시간 단위로 예약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심 속 라이프 사이클의 온오프를 가능하도록 만들어 줄 일상 속 휴식의 공간이죠.
SALON 91 ⓒmademefigaro
긴자의 상공에 떠 있는 목조 상자, salon91 ⓒsalon91.com
시부야 SAUNAS ⓒnarita-akihabara.jp
부티크 호텔처럼 고급스러운 공간을 컨셉으로 4층짜리 건물 하나를 사우나 시설로 만든 ‘ARCH’도 있습니다. 숙박과 사우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사우나입니다. 니혼바시 지역에 ‘먹는 사우나’를 표방하며 생긴 SAUNA OOO TOKYO도 인상적입니다. 사우나 후의 행복감을 깊게 느끼며, 신체에 상냥한 맛을 제공한다는 컨셉으로 레스토랑 ‘+O+O+O Sauna And Kitchen’을 함께 운영합니다. 이 곳에서는 COEDO와 BRUTUS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맥주 SAÚDE(사우디)도 판매합니다. 사우나를 경험했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플랫폼도 있습니다. sauna-ikitai.com 인데요. 도쿄 내 사우나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이벤트, 굿즈 등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 문을 연 사우나 정보도 소개됩니다. 자체적으로 매거진을 운영하며 사우나 문화에 대해 공유합니다.
SAUNA OOO TOKYO 브랜딩 이미지 ⓒooo-sauna.com
크리에이티브를 심은 동네 다이칸야마
도쿄의 크리에이티브한 동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다이칸야마입니다. 1977년 힐사이드 테라스가 완성되며 도쿄 여성지 대부분에서 다이칸야마를 소개했습니다. 한적한 주택지에서 사람들이 방문하는 거리로 변화되는 지점이었죠. 1983년 4월 8일 발행된 <an・an>에서는 "자극해 주는 거리, 패션 피플이 모이는 거리 다이칸야마에는 BIGI, MELROSE, PINK HOUSE, D.GRACE, CUSHUKA 등의 스튜디오가 자리하며 더 많은 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 곳들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패션 관계자가 눈의 띈다. 또한 이들이 이용하는 레스토랑과 다방이 자연스럽게 패셔너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라고 소개했습니다. 1988년 3월 16일 발매된 매거진 <POPEYE>도 "다이칸야마는 지금, 가장 세련된 거리"라는 타이틀로 다이칸야마 특집을 다뤘습니다.
1983년 4월 앙앙 잡지에 소개된 다이칸야마 ⓒdaikanyama.life
1980년대의 일본은 경기호황에 따른 경제 성장 시기였기에 패션에서도 개성과 차별성을 강조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백화점뿐 아니라 병행수입, 대형 자본의 유통에 의지하지 않는 해외 브랜드 발굴과 유행 등이 진행됐습니다. 작은 숍들이 인기를 얻었고요. 다이칸야마에도 급속도로 작은 패션브랜드 숍들이 늘어나며 일본의 대표적인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 역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마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이렇게 매력적인 거리로 인식된 다이칸야마는 점차 독특한 그 지역만의 특징을 키워 나갔습니다. 그로 인해 크리에이티브한 감성이나 센스를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었죠. 거리의 개성에 주목하던 도쿄의 1980-1990년대, 다이칸야마는 단연 가장 매력적이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리였습니다.
이런 특징은 꾸준하게 이어집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며 다이칸야마는 점차 '세련된 동네, 어른의 거리’라는 키워드로 인식되기 시작했죠. 매거진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다이칸야마 곳곳의 모습이 소개됐습니다. 트렌디한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얻기도 했고요. 1996년 방송된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롱베케이션’과 2000년에 후지TV에서 방영한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가 다이칸야마를 배경으로 합니다. 야마토 나데시코는 국내에서 김희선 주연의 드라마 '요조숙녀'로 리메이크 되기도 한 작품입니다. 일본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배우 마츠시마 나나코가 주연을 맡으며 큰 화제성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드라마의 인기도 엄청났죠. 드라마를 보고 실제 다이칸야마를 방문하는 이들도 늘어났습니다.
다이칸야마를 상징하던 '힐사이드 테라스'
패션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모이고,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다이칸야마는 지속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한 거리라는 인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다이칸야마 힐사이드 테라스'입니다. 실제 다이칸야마에 새로 매장을 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다이칸야마에 입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다이칸야마 힐사이드 테라스의 존재였을 정도입니다. 가장 다이칸야마의 느낌이 나는 곳을 묻는 질문에도 약 40%의 사업자가 다이칸야마 힐사이드 테라스를 꼽았죠.
ⓒacademic.daniels.utoronto.ca
1969년 A동과 B동이 완성되며 문을 연 힐사이드 테라스는 주거, 점포, 오피스로 구성된 복합 건축물입니다. 아사쿠라 부동산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를 활용했는데, 당시에는 초록빛이 우거진 길쭉한 경사지였습니다. 급한 개발을 지양하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천천히 융합될 수 있기를 원했던 아사쿠라 부동산의 방향성에 맞춰 1969년부터 1994년까지 6단계로 나눠 개발이 진행됐죠. 첫 건물이 문을 연 후 모두 완공되기까지 약 25년의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을 충분히 들여 개발과 운영을 이어오면서 힐사이드 테라스는 건축물과 공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도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죠. 상호작용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academic.daniels.utoronto.ca
공간은 건축가의 건축관에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힐사이드 테라스를 설계한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의 건축관은 “부분과 전체, 공간과 형태, 내부와 외부가 각각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전체 공간이 완성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건물이 모여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 도시가 되는 군집형태의 발견이죠. 힐사이드 테라스가 건축물 배치에 따라 각기 다른 거리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점, 하나의 건물 안에 단순한 요소와 기하학적 디자인이 어우러지는 점 등에서 마키 후미히코의 건축적 특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하나의 건물만으로도 기능적 역할은 충분히 수행합니다. 그러나 건물과 건물이 모여 또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C동의 내부에는 건물의 마당같은 공간을 만들고, 이를 감싸는 형태로 상업 공간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용하는 이들로 인해 건물의 내부와 외부가 상호작용하도록 만든 건축가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각 건물마다 다른 재료를 활용해 외관에도 차이를 주었습니다. 이는 25년의 시간동안 어떤 변화를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빠르게 짓고자 했다면 알 수 없었던, 지어진 당시의 시대적 특징이나 트렌드도 건축물에 반영됐습니다.
ⓒacademic.daniels.utoronto.ca
이런 특징들이 힐사이드 테라스가 다이칸야마의 대표 장소로 자리잡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내부 프로그램에서도 상호작용을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했습니다. 대표적인 공간이 F동에 위치한 클럽 힐사이드입니다. 도시 속의 마을을 표방하고 지역, 세대, 장르를 넘어 사람들이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됩니다. 입회금과 연회비를 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세미나, 심포지엄, 마켓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며 다이칸야마 지역의 커뮤니티 역할을 합니다. 클럽 힐사이드는 회원들만을 위한 도서관 힐사이드 라이브러리,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 클럽 힐사이드 살롱 등도 함께 운영합니다. 힐사이드 테라스에 사는 사람, 일하는 사람, 방문하는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다이칸야마의 매력을 담은 에세이와 정보 중심의 책, 힐사이드 테라스 통신도 1년에 2번 출간합니다. 커뮤니티와 함께 브랜드 측면에서도 힐사이드 테라스는 여전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작년 4월, 더 콘란샵 다이칸야마가 힐사이드 테라스에 입점했죠. 여전히 트렌디한 브랜드 숍이 힐사이드 테라스를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자산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라이프 플랫폼으로서의 공간, 포레스트 게이트
지금도 다이칸야마의 힐사이드 테라스는 하나의 플랫폼 공간 역할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도시 주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이자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상업시설이 존재하는 곳이죠. 긴 시간 라이프 커뮤니티 빌딩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하나의 장소가 거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힐사이드 테라스는 건축, 디자인, 패션을 비롯해 상업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다이칸야마의 지명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라이프 커뮤니티 빌딩이 "모든 사람이 창조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소, 기회, 자극"의 핵심 요소이자 도시의 창조성을 높이는 원동력이기도 한 것이죠.
최근 도큐부동산이 개발한 새로운 라이프 커뮤니티 빌딩이 다이칸야마에 문을 열었습니다. 포레스트 게이트가 그 주인공이죠. 사실 다이칸야마와 도큐부동산의 관계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시작은 1955년 현재의 포레스트 게이트 부지에 일본 최초의 외국인 대상 고급 임대 아파트 ‘다이칸산 도쿄 아파트’를 개발하면서 부터입니다. 이후 60년 이상 다이칸야마에서 마을 만들기를 진행해왔죠. 도큐부동산은 시부야역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로부터 반경 2.5km 거리의 지역을 광역시부야권으로 설정하고 도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살고, 일하고, 노는 생활의 3요소가 하나로 더해진 공간에 디지털과 지속가능성의 개념까지 포함해 시부야형 도시 생활의 실현 공간을 목표로 합니다.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 역시 그런 실험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 ⓒwww.tokyu-land.co.jp
2023년 10월에 오픈한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는 공간이 가지는 특징이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상업시설, 공유오피스, 임대주택 등이 자리한 메인동과 카페와 이벤트 공간으로 구성된 2층 규모의 목조 건축물인 테노하 동으로 나눠지지만 전체적으로 자연과 숲을 키워드로 했습니다. 건축물 어디에 있어도 초록이 느껴져 마치 숲 속에 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죠. 일상 속의 비일상을 만나는 기분을 제공합니다. 나무 상자를 쌓아 놓은 것 같은 외관과 중간 중간 심어진 나무가 어우러지며 위로 뻗은 숲을 연상시키는데요. 건축가 쿠마 켄고의 설계입니다. 그는 과거에 경험했던 다이칸야마의 고요함과 초록의 분위기를 재현하겠다는 마음으로 설계를 했다고 합니다.
공간 구성부터 브랜드 입점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다
외관에서만 숲과 자연을 연상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 식물, 지속가능성 등의 단어가 연상되는 브랜드가 입점해 있습니다. 그린 디자인의 파이오니아가 만든 브랜드 SOLSO HOME은 집이나 회사 등 일상의 공간에 작은 그린을 완성할 수 있도록 식물과 함께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레스토랑 미드트리는 [음식x뮤직x아트]를 컨셉으로 휴식을 느끼며 오감을 채우는 시간과 음식을 제공합니다. 마음과 몸에 영양을 주는 카페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는 블루보틀도 입점해 있습니다. 특히 인조 잔디밭과 파라솔 테이블 등을 활용해 휴양지에서 만난 카페를 연상하게 합니다. 방문했을 당시 핀란드 디자인 하우스 마리메꼬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일상 속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역시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라는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브랜드 협업의 하나입니다. 천연 효모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빵 브랜드 블랑쥬리, 지역과 생산자와의 연결을 통해 즐거운 푸드 문화를 제공하는 식품고 & Social Kitchen Daikanyama 역시 이 공간의 특색을 강화해주는 브랜드입니다.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 블루보틀 매장 ⓒSPI 플랫폼 마케팅팀
주거 공간도 특별함을 더했습니다. 건축가 쿠마 켄고, 시설 속 자연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사이토 타이치, 푸드 에세이스트 히라노 사키코와의 협업을 통해 세 가지 테마로 구성했습니다. 쿠마 켄고가 디자인한 방은 방 전체를 덮는 한 장의 천이 포인트입니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완벽한 OFF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사이토 타이치가 디자인한 공간은 계절의 변화를 집 안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식물을 중심으로 꾸며졌습니다. 히라노 사키코의 공간은 All day Dining House를 컨셉으로 8인용 테이블이 방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디자인이죠. 각기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중심으로 취향이 있는 공간을 제안합니다.
쿠마 켄고 협업 실내 ⓒwww.tokyu-land.co.jp
사이토 타이치 협업 실내 ⓒwww.tokyu-land.co.jp
히라노 사키코 협업 실내 ⓒwww.tokyu-land.co.jp
사람, 공간, 지역의 ‘연결’과 ‘순환’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테노하동의 입구 바로 앞은 다이칸야마 지하철 역으로, 포레스트 게이트가 마치 다이칸야마로 향하는 입구 같은 느낌입니다. 말 그대로 다이칸야마로 향하기도 하고, 지역과 도시를 연결하고 지속가능한 생활이 퍼져 나가는 게이트이자 순환지로서의 역할이죠. 폐기되어 버려진 생화를 업사이클해 만든 드라이플라워를 판매하는 매장, 다이칸야마 지역과 순환을 테마로 포레스트 게이트의 옥상과 실내에서 키운 채소를 활용한 메뉴가 있는 카페, 포장지나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셀렉트 숍 등 공간 운영에서도 이들이 생각하는 ‘순환’의 가치가 드러납니다.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 테노하동 입구 ⓒSPI 플랫폼 마케팅팀
테노하동 CIRTY(서티) 카페 내부 ⓒSPI 플랫폼 마케팅팀
테노하 건물의 중앙부 마당처럼 구현된 공간에서 마르쉐, 지역 워크숍, 플리마켓 등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도 다양하게 진행됩니다. 이는 브랜드, 주거를 넘어 공간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는 커뮤니티의 역할도 수행하는 것이죠.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를 대표하는 커뮤니티로는 CIRTY(서티)가 있습니다. "도시에서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 훨씬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생각한다."라는 의미를 담아 평소 생활에 친밀한 체험부터 함께 해가는 커뮤니티입니다. 아이디어가 모이는 장소이자 정보를 발신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도큐부동산이 지역의 과제를 해결하는 거점 공간 프로젝트로 테노하(TENOHA)를 운영하는 것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포레스트 게이트가 문을 열기 전 이 자리에서 5년간 운영된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 테노하와도 연결됩니다. 포레스트 게이트가 오픈하며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 기능을 넘어 "지역 공생, 제휴 활성화, 도시와 지역의 공동 창출을 만드는 거점이 역할"을 담당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 중앙부 ⓒSPI 플랫폼 마케팅팀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 중앙부 ⓒSPI 플랫폼 마케팅팀
'인간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서 크리에이티브는 시작됩니다. 건축물, 프로그램, 브랜드 역시 이 질문에서 출발하면 창의적인 관점과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만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한 끗 다름이 기존과 다른 가치를 전달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 그 창의성의 발현을 위해 필요한 장소, 기회, 자극이 하나로 모여 있는 곳이 라이프 커뮤니티 빌딩입니다. 동시에 발현된 창의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곳도 라이프 커뮤니티 빌딩입니다. 시작이자 결과인 셈이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만들어지는 곳이자 크리에이티브가 구현된 곳이니까요. 이는 단순히 건물만 지어서는 불가능합니다. 지속적인 운영과 관계 맺기가 이뤄져야 하죠. 그리고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공통 키워드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바이오필릭'입니다. 자연이야 말로 지속적인 운영과 관계 맺기를 통해서만 삶의 일부분이 될 수 있는 요소이니까요.
포레스트 게이트 다이칸야마 업사이클링 플라워샵 ⓒSPI 플랫폼 마케팅팀
다음주 ‘6화. ‘힙’하다는 도쿄 공간에는 다 이것이 있다!’를 통해 바이오필릭이 어떻게 공간, 사람과 연결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