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미국 고용 지표가 둔화되고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고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 낮은 금리로 대출받아 증시에 투자한 자금이 다시 회수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증시 하락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중동지역 갈등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확대될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하락폭을 키우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국 코스피 역시 8월 2일 금요일 3.65% 하락에 이어 8월 5일 월요일에는 8.77%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반영되었습니다.
다만, 8월 들어 5일까지 미국 S&P500지수는 약 6.08% 하락했지만 미국 리츠는 MSCI 지수 기준으로 2.02% 하락에 그쳤습니다. 경기 둔화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시되면서 이에 대한 수혜가 예상된 점과 2분기 리츠 실적이 전반적으로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었던 점 등이 방어적인 모습에 기여했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미국 리츠를 섹터별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이번 하락 과정에서 섹터별로 주가 움직임이 상이하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 섹터로 호텔, 리테일, 오피스, 산업용(물류센터) 등을 꼽습니다. 그 이유를 간단하게 적어보자면 경기가 위축되면 필수 소비가 아닌 부분에서 줄일 수 있는 여가 및 여행 관련 비용이 줄고 기업 출장 빈도가 줄어듭니다. 또한, 소득 감소에 따라 전반적인 소비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면 기업들의 비용 절감이 나타나거나 폐업하는 회사의 수가 증가하게 되고 관련 산업의 오피스 공간 사용이 줄어듭니다. 아울러 재화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물류창고 수요가 감소하게 됩니다.
반대로 경기 민감도가 낮은 섹터로 개인창고, 넷리스, 임대주택 등이 있습니다. 경기에 상관없이 거주공간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며 소득이 줄어들면 주택 구매보다는 임대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기 둔화가 나타나면 사람들의 거주 공간 축소가 나타나고 이동에 따른 개인 창고 수요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세금, 보험비, 유지보수비 등을 임차인이 직접 부담하는 넷리스 구조의 임차 방식은 통상적으로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연단위 임대료 상승 조건이 있습니다. 때문에 경기가 위축될 때 방어적인 특성이 부각되며 투자 매력이 높아집니다. 특히 카지노의 경우 넷리스 계약이 기본이며 불황에도 카지노 방문 수요는 유지되기 때문에 경기 방어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리츠는 없지만 기숙사 섹터도 대표적인 경기 방어적인 섹터입니다. 주요 대학 교육 수요는 꾸준하며 불황일수록 대학원 등록 증가 등 구직보다 자기 발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증시 변동성 국면 속에 확인된 리츠 섹터별 경기민감도 차이 경기 둔화 우려로 촉발된 이번 증시 하락 국면에서도 상승을 기록한 섹터는 개인창고와 넷리스,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임대주택, 리테일, 통신탑이었습니다. 셀프스토리지 대표 기업인 퍼블릭 스토리지(Public Storage)는 약 6.9% 상승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넷리스 대표 종목인 리얼티 인컴(Realty Income)은 5.0% 상승했습니다. 또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선두 기업인 에퀴닉스(Equinix)도 5.0% 상승했습니다. 헬스케어 섹터 지수는 4.4%, 임대주택 섹터 지수는 3.8% 상승했습니다.
반면 증시 대비 하락폭이 컸던 섹터는 호텔, 오피스, 그리고 산업용(물류센터) 섹터였습니다. 호텔은 같은 기간 약 8.1% 하락하며 타 섹터 대비 하락폭이 컸으며 오피스도 3.2% 하락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을 보더라도 주식 시장 상황에 맞춰 섹터별 특징에 따라 주가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상장 리츠는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인 투자가 용이하도록 리츠별 가장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습니다. 미국 리츠의 섹터별 다양화가 구축되고 그 구분이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GFC) 이후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여러 섹터 자산을 함께 보유한 다각화 리츠 비중이 높았고 리테일과 오피스 등 전통적인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았지만 GFC 이후로는 산업의 발전 등으로 신규 섹터의 비중이 확대되었습니다. 미국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2000년 신규 및 성장 섹터 비중은 약 15%였으나 2024년 3월 기준으로는 약 52%까지 확대되면서 소위 전통 섹터(오피스, 산업용, 리테일, 임대주택)의 비중이 축소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은 상장 리츠의 포트폴리오를 섹터별로 국한해도 각 부동산 섹터의 시장 규모가 충분하여 상장리츠의 성장이 가능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 하나의 섹터로 성장하기에 충분한 시장 규모를 가지지 못한 국가에서는 섹터별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처럼 섹터 구분이 뚜렷한 시장에서는 상장 리츠 투자자들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섹터별 특성을 고려하여 투자 결정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경기 둔화가 심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방어적 성격의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 해당 특성을 보이는 넷리스, 임대주택, 개인창고 등에 투자할 수 있으며 반대로 여전히 견고한 경기지표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경기 민감 섹터의 비중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츠의 주가는 하나의 요인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증시 하락 기간 섹터별 차이도 7월부터 발표되고 있던 2분기 실적의 영향과 섹터별 밸류에이션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경기에 따라 섹터별 특성이 나타나긴 하지만 조금 더 긴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섹터별 펀더멘털이 주요한 요인일 수 있습니다. 임차 수요와 신규 공급 동향, 그리고 매출과 비용에 따른 리츠별 이익 추이 등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주가 움직임이 좋았던 섹터는 이번 2분기 예상보다 높은 이익을 발표하고 향후 전망치도 상향한 임대주택, 헬스케어, 리테일이었습니다. 반대로 실적 부진이 이어진 오피스와 호텔의 주가 하락이 더 컸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 하락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부정적이었으나 예상보다 비용 상승 폭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이익 성장이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반면 호텔의 경우 객실당 매출(RevPAR)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많은 리츠들이 전망한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더 크게 하락했습니다.
따라서, 섹터별 특징은 펀더멘털의 방향성을 예상할 때 참고해야 할 사항이라 생각됩니다. 섹터별 펀더멘털 동향을 파악하여 현재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을지 전망하는 것이 주효해 보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