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피스 시장이다. 로스앤젤레스와 댈러스 시장을 합친 규모보다 큰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뉴욕 오피스 시장은 뉴욕시 전체 일자리의 45%를 창출하고 재산세(Property Tax), 부동산 거래세(RPTT), 모기지세(Mortgage Recording Tax), 임대 소득세(Rent Tax) 등으로 시의 세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2023년) 뉴욕시는 약 310억 달러의 세수를 올렸고 이는 전체 재산세의 약 40%에 해당한다. 그러나 재택근무의 보편화와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주요 자산들이 부실매물로 나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의 오피스 공실 증가와 고질적인 주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과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오피스 주거 컨버전(Conversion)을 2022년부터 공식적으로 지지해왔다. 이들은 뉴욕시에 50만명을 수용할 주거 공간을 늘리자는 제안이 담긴 ‘City of Yes’ 정책을 발표했고 관련해서 일부 법안이 2024년 6월 시의회를 통과했다. 또한, 2023년 1월 뉴욕시 도시계획국(New York City Department of City Planning)은 ‘Local Law 43’에 따라 ‘The Office Adaptive Reuse’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오피스 전환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 및 제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3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피스 컨버전의 배경과 정책, 고려사항,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미국 오피스 시장은 '지금'

먼저, 그 전에 현재 미국 오피스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자. 크로우 홀딩스(Crow Holdings)는 미국 전체 오피스 마켓이 지난 20년간의 평균치로 회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Years-to-Recovery)을 논리적으로 계산하면 최소 6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대략 미국 전체 80억 제곱피트의 오피스 면적과 12억 제곱피트의 공실 규모로 시작해보자. 20년 기간의 평균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4억 제곱피트의 오피스 면적이 임대 또는 제거되어야 한다. 팬데믹 이전(2003년~2019년)의 평균 임차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매년 약 6,000만 제곱피트의 오피스가 흡수되어야 하며 신규 공급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회복에는 최소 6년이 걸린다는 것을 계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을 각 도시에 적용해보면 오피스 시장 회복까지 로스앤젤레스는 32년, 뉴욕은 27년, 샌프란시스코는 2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물론 팬데믹 이전의 활발한 오피스 시장을 가정한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이다.

오피스 임차 회복에 소요되는 평균 기간 /자료=Crow Holdings, 2024 Spring Market Outlook

흔히 오피스 시장 붕괴의 근본 원인으로 하이브리드 및 재택근무의 확산이 지목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댈러스에서는 오피스 근무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다른 주요 대도시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주중의 절반 정도만 출근하고 있다. 미국 오피스 보안 업체인 캐슬(Kastle Systems)이 집계한 ‘오피스 복귀율’ 데이터에 따르면 팬데믹 시작 직전인 2020년 2월과 비교할 때 2024년 2분기 미국 상위 10개 도시의 평균 오피스 복귀율은 51.1%에 불과하다. 뉴욕의 경우 지난 5월 ‘Partnership for New York City’의 조사에 따르면 맨해튼 직장인의 평균 56%가 평일 동안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팬데믹 직전 대비 평균 오피스 복귀율은 72%로 나타났다. 은행, 금융, 부동산 분야에서 오피스 복귀가 다수 이루어져 안정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여전히 오피스 임차 수준(Occupied SF)은 계속 감소하는 실정이다.

안정화된 오피스 복귀율 /자료=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Newmark Research

뉴욕 맨해튼의 오피스 공실률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팬데믹 이전 8%에서 2024년 2분기에는 약 14%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스타(CoStar) 데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상승 추세는 2030년까지 17%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팬데믹 이후 임대료(Asking Rent)도 약 8% 하락했다. 과거 경제 위기와 비교하면 현재 임대료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닷컴 버블(dot-com bubble) 당시 오피스 임대료는 35% 하락했으며, 9.11 사건 이후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25% 하락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Global Financial Crisis) 때는 33%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뉴욕주 감사관(New York State Comptroller)은 현재의 임대료 하락이 실제로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다양한 임차 혜택과 인센티브가 공실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오피스 시장의 위기 속에서 오피스 건물의 용도 변경(컨버전)이 최근 몇 년간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CBRE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내에서는 평균적으로 매년 45개의 컨버전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완공 및 진행 중인 컨버전 프로젝트가 약 120개다.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오피스 컨버전 파이프라인은 향후 몇 년간 꾸준히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 컨버전 프로젝트의 63%는 멀티패밀리(Multifamily)로의 전환이며, 라이프사이언스(12%)와 호텔(8%)이 뒤를 잇고 있다. 2016년 이후 오피스 컨버전을 통해 2만 2,000가구가 공급되었으며, 앞으로 3만 1,000가구가 추가로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뉴욕 맨해튼에서는 올해 상반기 부동산 개발 거래액의 절반이 오피스 주거 컨버전에 해당한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1억 2,000만 달러 수준이다.

오피스 컨버전 공급 예상 추이 /자료=CBRE Research, Q1 2024

뉴욕 로워 맨해튼을 중심으로 한 'Office-To-Residential' 컨버전의 역사와 배경

뉴욕의 건물 재사용(Adaptive Reuse)은 도시 및 건축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뉴욕은 역동적인 경제 변화에 맞춰 기존 건물들을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하며 도시의 요구에 부응해왔다. 그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욕의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소호(SoHo)와 트라이베카(Tribeca) 지역의 산업용 창고들이 비어가기 시작했고 많은 창고 건물들이 주거용 로프트(Loft)로 변환되었다. 이러한 전환은 상업적 창고들이 경제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작되었으며,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젊은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후 뉴욕시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와 법률 개정을 통해 맨해튼 일부 지역의 건물 재사용을 장려해왔다.
앞서 언급했듯 뉴욕 오피스 시장의 위기는 팬데믹 이후가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경제 침체는 뉴욕의 오피스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당시 뉴욕시에서는 3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이는 미국 전체의 2% 하락보다 큰 9% 수준이었다. 1991년 뉴욕의 오피스 공실률은 17%에 달했고 오피스 임대료는 1980년대 대비 약 20% 하락했다. 경제 위기뿐 아니라 1980년대 오피스 개발 붐으로 인한 공급 과잉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특히 로워 맨해튼(lower Manhattan)의 공실률은 1994년까지 20~25%에 이르렀고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오피스 빌딩의 총평가 가치는 약 28% 하락했다. 이로 인해 뉴욕주 정부의 재산세 수입도 감소하면서 뉴욕시는 로워 맨해튼의 부흥을 위해 다양한 도시 재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1995년 많은 기업이 로워 맨해튼에서 미드타운(Midtown)으로 이전하자 뉴욕주와 뉴욕시는 오피스의 주거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로워 맨해튼 재활성화 프로그램(Lower Manhattan Revitalization Program)’을 추진했다. 1997년 시행된 조닝 변경은 1977년 이전에 지어진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 건물의 용도 변경 기준을 완화해 오피스의 주거 전환을 쉽게 했다. 특히, 재산세 감면 인센티브인 ‘421-g’ 프로그램을 통해 오피스의 주거 전환을 장려했다.

’90 Washington Street’ 사례: ‘421-g’ 인센티브를 통한 재산세 감면 효과 /자료=Citizens Budget Commission

이후 9.11 테러가 발생하자 뉴욕시는 2002년에 ‘리버티 본드(Liberty Bond)’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컨버전과 개발을 위해 디벨로퍼에게 저비용 파이낸싱 혜택을 제공하여 로워 맨해튼의 변신에 기여했고 2010년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1995년부터 2006년까지 로워 맨해튼 오피스의 약 13%가 주거용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Citizens Budget Commission에 따르면, 1984년부터 2019년까지 ‘421-g’ 인센티브를 통해 98개의 오피스 건물이 주거용으로 전환되어 약 1만 3,000가구가 공급되었다. 또 다른 1만 7,000가구도 인센티브 없이 공급되면서 정책의 확장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두 프로그램이 모두 만료된 후에도 로워 맨해튼에서 오피스 주거 컨버전은 비록 전보다 느린 속도일지라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421-g’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된 주거세대 및 건물 /자료=Citizens Budget Commission

컨버전을 촉진하기 위한 뉴욕시의 전폭적인 이니셔티브와 제도 수립

뉴욕시 도시계획국(New York City Department of City Planning, DCP)에 따르면 2010년 이래로 맨해튼과 브루클린에서 50개 이상의 오피스 건물이 주거용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주거용으로 컨버전이 활발했으며 미드타운을 중심으로 한 호텔 컨버전을 통해 약 3,800개의 숙박 객실이 공급되었다. 이 기간 동안 정부의 별도 보조금이나 지원 없이도 약 4,200가구의 주거가 공급되었는데 대부분 ‘산업 및 상업 감세 프로그램(Industrial & Commercial Abatement Program, ICAP)’에 따른 세금 인센티브를 활용했다.

뉴욕 오피스 컨버전 현황 /자료=CBRE Research, U.S. Office Conversions

2022년 12월 뉴욕 시장과 뉴욕 주지사는 ‘Making New York Work for Everyone’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맨해튼 오피스 공실률을 1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뉴욕 경제개발공사(New York City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 NYCEDC)는 노후화된 오피스 건물의 리노베이션에 세금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뉴욕 산업개발청(New York City Industrial Development Authority, NYCIDA)과 협력하여 ‘맨해튼 상업 활성화 프로그램(Manhattan Commercial Revitalization Program, M-CORE)’을 시작했다. ‘M-CORE’의 목표는 오피스 시장을 개선하고 양질의 오피스로부터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1)맨해튼 59번가 이하 지역에 위치(허드슨 야드와 펜스테이션 지역 제외) 2)2000년 이전에 건설된 건물 3)최소 10만 제곱피트 이상의 연면적. 이 프로그램은 최대 20년 동안 건축세 및 토지세(Property Taxes), 건축 자재 판매세(Sales Tax), 모기지 등기세(Mortgage Recording Tax)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오피스 컨버전을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려면 해당 지역이 주거를 허용하는 구역에 속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컨버전 프로젝트에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뉴욕주 및 뉴욕시 차원의 도시계획 법규들을 살펴보자. 먼저 뉴욕주 공동주택법(New York State Multiple Dwelling Law, MDL)은 건축 및 용도 변경을 규제하는 법률로 용적률(Floor Area Ratio, FAR)을 통해 건물의 밀도를 결정한다. 뉴욕시 조닝 규정(New York City Zoning Resolution)은 각 지역을 구역(Zoning)으로 분류하고, 해당 구역에서 허용되는 건물의 용도와 건축 기준을 명시한다. 또한 뉴욕시 건축법(New York City Construction Codes)은 건물의 설계, 시공, 유지 보수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한다. 이 중에서도 공동주택법(MDL)의 용적률 제한이 주거 전환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뉴욕주 공동주택법 /자료=New York City Department of City Planning

뉴욕에서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준은 마지막으로 검토된 지 25년이 지났다. 1961년 뉴욕 주의회의 입법을 통해 조닝 규정이 수립되었을 때 표준 업무 지구(Standard Business District)에서는 용적률(FAR)이 오피스는 15, 주거는 최대 12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당시 뉴욕시는 다운타운의 오피스 공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주거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1977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주거용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로워 맨해튼에 도입된 ‘421-g’ 프로그램과 함께 개정된 법규에 따라 1977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용적률 제한이 없어졌다. 반면, 1977년 이후에 지어진 주거용 건물은 여전히 용적률 12를 초과할 수 없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9.11 사건 이후 침체된 다운타운의 활성화에 기여했으나 그 외의 지역에서는 검토되거나 적용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미드타운에서 주거용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1961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어야 하며 대부분의 경우 1968년 이전에 허가된 오피스 건물은 용적률 12 이상으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도시계획국을 참고해 현재 컨버전이 가능한 조닝 구역을 살펴보면 비 주거 건물이 주거용으로 전환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한, 뉴욕주 공동주택법(MDL) 제277조에 명시된 채광, 환기, 마당 등의 기준을 포함한 모든 규정을 준수해야 컨버전이 허용된다.

1. 주거 허용구역에 위치 (Located in a zoning district that allows residential)

2. 지리적 위치 (Located in either)

- 1) Manhattan south of 59th Street
- 2) Parts of inner Brooklyn and Queens
- 3) Downtown Jamaica, St. George, or Coney Island Special Districts
- 4) A Special Mixed-Use District

3. 건설 연도 (Building built)

- 1) Before December 1961
- 2) Before January 1977, in the Financial District, Downtown Jamaica, Coney Island, and St. George
- 3) Before January 1997, in a Special Mixed-Use District

조닝에 따른 오피스-주거 컨버전 허용지역 | 출처: NYC Office Adaptive Reuse Study

뉴욕시는 오피스의 용도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견을 중심으로 제안하고 있다. ‘Office Conversion Accelerator’를 통해 11가지 제안과 초안을 발표하며 뉴욕주 공동주택법(MDL)과 뉴욕시 조닝 규정(City Zoning Resolution)을 개정해 컨버전이 가능한 건물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제안 사항으로는 주거용으로 전환이 가능했던 건물의 건축 연도를 기존의 1961년 이전에서 1990년까지로 확대하여, 약 1만 2,000 제곱피트에 달하는 오피스 면적의 컨버전을 용이하게 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컨버전 규정을 현재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중심에서 고밀도 상업 지구(C4, C5, C6)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되었다. 추가로 맨해튼 중심부에서 주거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주차 최소 요건을 폐지하고 허용 가능한 주거 형태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포함되었다. 이러한 제안들은 대부분 지난 2년간 뉴욕시가 추진한 것이며 현재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지원 방향을 바탕으로 오피스 용도 전환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

오피스-주거 컨버전 허용 기존법규 완화 제안 | 출처: NYC Office Adaptive Reuse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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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오피스=>주거' 컨버전 탐구 ①배경과 뉴욕시의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