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국토교통부에서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프로젝트 리츠의 도입, 헬스케어 및 데이터센터 등 리츠의 투자대상 및 금융투자 확대, 자금 유보 및 자산재평가를 통한 리츠 투자여력 확충 등 리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이 마련되었습니다.
지역상생리츠 도입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당시 국토부의 리츠활성화방안 발표에 이어, 부동산투자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8월 28일에 발의되었습니다.

출처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번 법률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일반적인 회사의 공모가 아닌,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리츠'에만 예외적으로 지역주민에게 우선으로 공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상장리츠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신한알파리츠는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그레이츠판교'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2018년에 상장하였습니다. 이번 개정법률안을 당시 신한알파리츠의 사례에 적용한다면, 성남시민 또는 경기도민에게 우선적으로 청약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기초자치단체(시 또는 군)에 국한될지, 광역자치단체 주민(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또는 도)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상장리츠의 지역별 자산 현황
먼저, 상장리츠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비중을 살펴보겠습니다. 21개의 위탁관리형 리츠 중에서 3개사(제이알글로벌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해외자산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제외하고, 나머지 18개 사의 지역별 자산 비중을 살펴보겠습니다. 지역별 자산의 비중은 SPI의 한국리츠 탭에서 개별 종목의 포트폴리오 구성(최근 평가액 기준)을 참고하여 계산하였습니다.
현재 지방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리츠는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롯데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NH올원리츠로 총 5개 사이며, 나머지 13개 리츠는 지방자산의 비중이 없습니다. 이중에서 지방자산의 비중이 50%(절반)을 넘어가는 곳은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단 한 곳이었습니다.
지역상생리츠에 대한 입장과 다섯 가지 이유들
필자는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이유로 지역상생리츠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먼저, 현재 상장 리츠들은 지방자산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지방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리츠들의 운용 계획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방자산의 비중이 가장 큰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와 SK리츠는 지방 주유소 자산 매각 등 지방자산을 빼는 방식으로 지방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롯데리츠와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수도권 자산 편입하면서 수도권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한편, 지방자산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NH올원리츠 역시 전남, 광주에 있는 자산을 매각할 예정입니다.
즉, 지방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리츠의 운용계획으로 볼 때 이들의 관심사는 지방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리츠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리츠의 신규상장이 아닌, 신규자산 편입과정에서 발생한 유상증자의 미달분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고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24년 하반기, K리츠 유상증자 과정에서 롯데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신한알파리츠, 한화리츠 등 대부분이 강남L7, 명동N빌딩, GS서초타워, 장교빌딩 등 서울 또는 수도권에 위치한 자산을 편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상장리츠의 공모기회 또는 우선배정되는 대상은 서울시민 또는 수도권에 거주 중인 시민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강원, 경상, 전라, 제주, 충청(가나다순)에 거주 중인 지방민들은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산 형성과정에서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백번양보하여 특정 지방 자산을 기초로 한 XYZ리츠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증권사에서 상장주관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어려워 주관사를 찾는 것도 힘들 것입니다. 만약 XYZ리츠의 청약이 미달될 경우, 증권사가 미달분에 대해 인수하여야 하며, 매각제한 기간 동안 매각하기도 힘듭니다.
셋째, 투자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았을 때, 과연 지방자산만으로 구성된 리츠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지도 궁금합니다. 최근 아파트의 시세 흐름을 보더라도 서울, 경기의 아파트는 미분양이 해소되거나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지방의 신축아파트들은 아직까지 좋지 않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산가치의 상승률, 섹터의 성장성, 입지의 매력으로 볼 때 수도권의 자산들이 지방의 자산들보다 양호할 것이며, 지방 자산들은 결국 배당매력으로 승부를 걸어야할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몇몇 리츠들은 연 배당률 기준 8%를 상회하는 곳들이 있으며, 이들보다 나은 배당률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소유, 카사 등 단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토큰증권(STO)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보다 더 나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지역상생리츠가 상장 리츠가 아닌 비상장리츠일 경우, 그 인기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째, 현재 리츠 시장규모와 투자자를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고 느낍니다. 24년 6월 30일 기준 SK리츠의 전체 주주는 6만8,653명이며 소액주주(1%미만)는 6만8,642명이며 신한알파리츠의 전체주주는 1만7,860명, 소액주주는 1만7,847명입니다.
최근 공모주의 청약흐름을 보면, 종목 당 20만 건 정도로 청약이 들어옵니다. 반면, 리츠 중 가장 최근에 상장한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신한 2만6,574건, 한국투자 3만3,061건으로 총 5만9,635건이 들어왔습니다.
주주의 숫자가 많은 편도 아니고, 리츠 청약에 메리트를 느끼는 사람도 적습니다. 실질적으로 지역상생리츠를 청약할만한 사람도 적다는 것입니다. 굳이 적은 숫자를 위해서 번거로운 정책을 내는 것은 실효성을 떨어뜨리며 사회적인 비용을 발생시키는 등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단순히 청약조건에 있어서 지역민 우대가 지역민들이 장기적으로 지역의 이익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엄연히 상장리츠이기 때문에 투자자가 필요할 때 주식을 매도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상생리츠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유할 메리트나 보완책이 미비합니다.
이외에도 지역 거주민이라는 자격 증명이 필요한데, 현재 공모주의 대부분은 HTS, MTS로 청약하는데, 오프라인으로 서류 제출 및 자격증명의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증권사 별로 자격증명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A증권사는 직접 방문, B증권사는 마이데이터 연동 등)
지방을 위한 다른 부동산 투자 아이디어
지역상생리츠말고도 지방소멸 또는 지역을 살릴만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습니다.
작년부터 정부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일본의 고향세에서 착안한 제도인데, 지역에 기부하고, 세금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답례품을 제공하는 형식입니다.
지난 9월 25일 국토연구원에서 '부동산 플랫폼 투자를 활용한 고향사랑 기부제 활성화 방안'리포트를 통해 '고향부동산 토큰증권(H-REST)도입을 제안하였습니다.
작년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금의 답례품 중 식품이 대다수입니다. 이를 지방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형태로 바꾸어 부동산의 토큰 증권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역화폐(대구 : 대구로페이, 세종시 : 여민전)나 특산품의 형태로 배당을 받는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예를 들어서, 경북 성주군에 기부하고, 답례품으로 참외밭 1단위를 받고, 매년 참외밭에서 나오는 참외를 배당 받는다는 형식으로 보입니다.
모든 정책과 법률은 선한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까지 선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상생’이라는 모티브에서 착안한 이번 법률 개정안에 대해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결과까지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