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파트~♬”
최근 블랙핑크의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발표한 신곡 '아파트'의 인기가 핫합니다. 그 인기만큼이나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뜨겁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당시 저점을 찍었던 서울 주택 가격은 2024년 꾸준히 상승하였습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서 정부는 8.8 부동산대책(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을 비롯한 주택공급 정책을 냄과 동시에 디딤돌대출(생애최초 내 집 마련 대출)의 LTV 강화(80% → 70%) 등 주택금융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가격 상승세는 다소 완화되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잡음은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주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정책이 있습니다. 바로 리츠를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첫째, 지방의 미분양주택을 해소하기 위해서 리츠(CR리츠)를 활용할 예정이며, 둘째, 프로젝트형 리츠를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개발사업에서 현재 PF구조가 아닌 리츠로 투자를 하게 되면 대출금리도 낮아지고,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정부에서는 1인 주식 소유한도를 적용하는 것을 제외(현행 최대주주 50% 이상 보유 불가능)하며 주식 공모기한을 준공 후 최대 5년으로 늘려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아직 확정된 정책은 아니지만, 장기민간임대주택 역시 리츠를 활용하여 공급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레지던셜 리츠가 어려웠던 이유들
미국에는 아발론베이커뮤니티(AVB), 에쿼티레지던셜(EQR), 미드아메리카커뮤니티(MAA) 등 주거용 자산을 기반으로 한 리츠가 있고, 일본 역시 컴포리아레지던셜(3282), 어드밴스레지던스(3269) 등이 맨션을 기초자산으로 리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에서 상장된 주거섹터의 리츠는 이지스레지던셜리츠, 에이리츠를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며, 이외에 편입자산의 하나 또는 일부라도 주거용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리츠는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주거용 부동산의 임차료(월세)를 인상하기 힘든 구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주거용 리츠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역시 주거 임대료 상한제는 존재하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주거섹터 리츠를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리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주거용 리츠입니다. 하지만, 주거리츠의 대부분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또는 주택도시기금 등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복지를 위해 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이마저도 수익은 0~2%대로 매우 부진합니다. 상장리츠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어도 정기예적금보다는 고수익을 바랄 것인데, 그와 유사하거나 낮은 수익률이라면 투자의 매력도가 떨어집니다. 물론, 이들이 상장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둘째, 과거에 이미 실패한 이력이 있습니다. 2011년과 현재의 상황은 '주택사업 부진으로 인한 자금 조달'이라는 큰 맥락에서는 비슷합니다. 주택사업자들이 PF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고, 리츠를 설립하여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사용하였습니다. 다산리츠, 골든나래리츠, 광희리츠 등은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을 기초자산으로 하였지만, 주가조작, 횡령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되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임대사업과 분양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자기관리리츠였기 때문에 현재의 위탁관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2011년과 지금의 서울 주택 가격을 비교하면, 당연히 2024년의 가격이 높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보유한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졌던 것은 당시 기준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분양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은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인근에 신축이 공급될 때 자연스레 이들이 보유한 구축의 임대료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료가 낮아지면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셋째, 한국의 주거문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전세계 유일하게 '전세'라는 관습(제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액의 보증금을 임대인(집주인)에게 예치하는 대신, 임차인은 그 기간 동안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주거권을 가지게 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단칸방에서 월세로 살다가 돈을 모으면서 전세로 갈아타고, 거기서 새로운 주택을 분양받거나 전세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 '국룰'이었습니다. 다른 것은 없어도 내 집 한 칸이 있다면 여기저기 이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며, 노후에 주택연금까지 받을 수 있으니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은 인생의 위시리스트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만큼 월세가 보편화된 것도 아니고, 월세집은 단순히 거쳐가는 곳이거나 직주근접이 불가능한 곳에 발령 받아 잠시 머무르는 곳 이상의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즉, 주거용 리츠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기초자산의 매력도가 높아야하는데, 우리나라 주거문화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장리츠가 보유한 자산들로 비유를 하자면, SK리츠가 종로빌딩을, 신한알파리츠가 그레이츠판교 등 트로피 에셋을 보유한 것처럼 주거용 리츠도 이들과 같은 트로피 에셋이 있어야 리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누구나 알법한 한남더힐, 래미안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등을 리츠에 편입하였다면, 인플레이션 헷징은 물론이고,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기초자산의 임차인들도 마땅히 높은 월세를 감당할 여력이 있거나, 임대료를 인상하더라도 기꺼이 거주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현재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보유한 디어스나 디엔디인베스트먼트의 에피소드 역시 코리빙으로 고급화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보유한 디어스나 디엔디인베스트먼트의 에피소드 역시 코리빙으로 고급화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부동산 정책입니다. 20년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서울 강남 삼성동의 삼성월드타워를 46세대를 통째로 인수하였습니다. 이지스 측은 노후된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새로운 주택으로 탈바꿈해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을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다주택자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며, LTV 등 대출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하여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불경기에는 리츠 또는 부동산 운용사 등에게 구원요청을 하지만,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는 이들을 대하는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며 또 다시 규제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K리츠 시장에 레지던셜 섹터가 확장되려면
한국에서도 주거용 리츠가 성공하기 위해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리츠는 트로피에셋을 편입하거나 매력적인 자산을 편입하여야 합니다. 적어도 엑시트(exit)가 가능하며 환금성이 좋은 자산이면 좋겠습니다.
둘째, 리츠가 자산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환경이 계속 조성되어야 합니다. 유휴 국공유지를 통해 낮은 토지비를 바탕으로 한 자산 편입 방안, 미분양 주택의 매입하는 방안 모두 자산 편입 코스트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개별 리츠들은 주택저당증권이라 불리는 ‘MBS(Mortage Backed Security)’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합니다(국토교통부는 MBS 관련, 리츠의 투자 대상 확대 및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과 관련 행정 규칙 개정안을 10월 14일부터 11월 25일까지 입법예고). 최근 문제되었던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이루어짐에 따라 예금금리는 빨리 하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유지되거나 외려 인상되기도 하였습니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를 본 것은 결국 은행입니다. 리츠를 통해 국민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하나의 방법일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개별 리츠들은 주택저당증권이라 불리는 ‘MBS(Mortage Backed Security)’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합니다(국토교통부는 MBS 관련, 리츠의 투자 대상 확대 및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과 관련 행정 규칙 개정안을 10월 14일부터 11월 25일까지 입법예고). 최근 문제되었던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이루어짐에 따라 예금금리는 빨리 하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유지되거나 외려 인상되기도 하였습니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를 본 것은 결국 은행입니다. 리츠를 통해 국민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하나의 방법일 수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