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PI 고병기 편집장입니다. 최근 한 K리츠 투자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메일 내용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내용이라 지난 7일 저녁 퇴근길 무렵 이메일을 주신 분과 30여분 정도 통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 투자자는 지난 2018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리츠코크렙'을 비롯해 여러 한국 상장 리츠에 투자하고 있고,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링크 리츠에도 투자하는 등 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투자자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상장 리츠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투자자보다 스폰서와 AMC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리츠들의 행태뿐만 아니라 리츠 제도를 만들고 건전한 투자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관리감독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까지 않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리츠 시장의 관계자들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어느 K리츠 투자자로부터 온 편지를 SPI 독자들께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K리츠의 투자자로서 최근 주가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주입니다. (최근 일부 리츠들의 자산편입과 유상증자를 보면서) 자산을 비싸게 떠 안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K리츠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현행 유상증자 제도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당금 수취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K리츠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규 자산을 편입했을 때 구체적으로 이 자산이 매입가 대비 얼마의 수익을 창출하고, 매입을 위해 사용된 부채 규모와 유상증자로 증가된 주식수를 고려하여 향후 주당 배당금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 발표 시점에 신주 발행가액과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주식 수가 확정되어 있어야 하며 그 발행가액으로 자금이 모집되지 않으면 유상증자를 취소하고 자산매입도 취소되는 방식이 되어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현행처럼 사전에 발행가격이 결정되지 않고 유상증자 발표 시점 이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시장 수급에 따라 유상증자 발표시점보다 상당히 낮은 발행가격으로 결정되게 된다면 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효과로 신규 자산 매입이 주당 배당금에 주는 영향은 최초 예상했던 것보다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행 방식 하에서는 시장 참여자가 장기 투자를 지향하기 보다는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리츠 종목의 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기회주의적으로 저가 매수 또는 신주인수권 매수를 통해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자의 부정적인 경험이 축적하게 되면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리츠 종목은 더 큰 주가 하락을 겪고 애초에 예정했던 모집금액을 모집하지 못합니다. 낮은 발행가격으로 주당 가치가 희석되어 애초에 의도했던 주당 배당금의 긍정적인 영향이 반감되거나 오히려 주당 배당금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결국 향후 발행가격이 낮게 형성될 것이고 이는 주주 가치의 희석을 가져온다는 시장의 기대가 형성되어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리츠의 주가는 더 하락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다른 리츠 종목 전반의 주가도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게 최근 K리츠 시장의 현실입니다. 저를 포함해 제 주변의 리츠 투자자는 퇴직연금/IRP, 개인연금 계좌를 통해 상당 비중을 K리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만 ‘죽음의 유상증자’라고 표현할 정도로 신뢰를 상실하면서 투자 수요가 붕괴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상증자 제도가 개선된다면 좋은 자산을 편입하는 리츠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배당금 상향 등 긍정적인 기대가 형성되면서 오히려 (유상증자) 발표 후에 주가가 올라가는 선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의견을 주신 투자자는 첫 메일을 받고 통화를 나눈 뒤에 다시 한번 추가 의견을 전달해 왔습니다.
"한국 유상증자 발행가격 결정의 문제점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청약가액이 최종발행가액 결정 기산일로부터 직전 마지막 5거래일의 평균 가격으로 결정되므로 유상증자 참여자 입장(신주인수권 거래로 신규 매입한 투자자 포함)에서는 낮은 주가로 청약하기를 바라는 유인이 작동되어 주가는 발표일로부터 가격결정 시점까지 본 주식의 주가가 계속 흘러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당연히 유상증자 배정 비율이 높을수록 강화됩니다. 가장 극적으로 한화리츠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 일정이 완료되는 기간도 한국은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 발표일로부터 신주상장일까지 대략 75일 정도 걸립니다. 현재 국내 상장 리츠의 발행 가격 결정 방법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18조(유상증자의 발행가액 결정)을 따르고 있는데요. 리츠의 경우 이 조항을 면제하거나 별도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