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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리츠의 딜레마를 넘어, 그래도 가능성을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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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고금리의 리파이낸싱과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여러 위기를 버티며 국내 리츠는 이제서야 혹한기를 조금 벗어난 것 같습니다. 더불어 본격적인 금리인하를 시작으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리츠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이 기대되는데요. 시장에서도 이를 체감한듯 그동안 미뤄지던 대기업 스폰서 리츠들의 신규 상장 소식도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마냥 곱지가 않습니다. 대기업들이 리츠를 단순히 유동화 창구로만 활용하려 한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옆동네인 일본의 경우 스폰서 리츠를 중심으로 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궤도를 그려온 바 있습니다. 사실 국내도 일본처럼 스폰서 리츠가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은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 비중이 큰 국내 산업 구조상 그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상당한 수준인데(2022년말 기준 국내 5대 대기업 투자 부동산 장부가액 합산 규모는 약 17조 7,000억원입니다.) 기존 사업의 성숙화로 신규사업 개발이 불가피해지며 비영업활동 자산인 부동산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자료=경실련



초저금리 시대의 수혜를 누린 일본의 스폰서 리츠와 그렇지 못한 한국

그렇다면 왜 국내 스폰서 리츠는 일본처럼 쉽사리 성장궤도에 올라타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유를 찾아보자면 우선 타이밍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본 스폰서 리츠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초저금리 시대였다는 점입니다. 200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다수의 기업들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면서 리츠는 저렴한 가격에 자산을 편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저금리 기조 속에 비용은 낮추고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익을 높이는 리츠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 가능한 환경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성장둔화 및 경기불황으로 자산 유동화의 니즈는 높지만 고금리의 역습으로 리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금리 기조가 국내 리츠가 본격 태동하던 2018년 후 약 4년에 불과했기에 성장기에 진입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자료=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srt,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자료=Trading Economics



스폰서의 업종 차이

스폰서의 업종 차이 역시 존재합니다. 일본의 경우, 기본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디벨로퍼가 대형 스폰서로 있었기에 리츠와의 동반성장이 가능했습니다. 미쓰이 부동산, 미쓰비시지쇼, 스미토모 부동산, 노무라 부동산 등 오래된 재벌그룹 계열의 대형 디벨로퍼가 리츠를 통해 자산을 유동화하고 AMC/PMC를 통해 관리 수수료도 수취하는 한편 리츠는 안정적으로 매입 자산을 확보하고 노후자산은 다시 디벨로퍼에 매각하는 등 자산 리밸런싱이 가능한 상생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선순환이 지속되면서 디벨로퍼 스폰서 리츠들이 일본 상장리츠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JAPAN-REIT 
디벨로퍼와 리츠의 상생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노무라부동산의 마스터펀드를 들 수 있습니다. 마스터펀드는 노무라부동산을 스폰서로 둔 공모 상장 리츠로 시가총액 기준으로 일본 상장 리츠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리츠의 주요 전략은 스폰서와의 거래를 통한 자산 선순환입니다. 스폰서로부터 자산을 지속적으로 공급 받으면서 노후화된 일부 자산은 재매각해 리밸런싱하는 구조입니다. 이 전략으로 마스터펀드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선 노후화된 자산 교체로 포트폴리오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마스터펀드가 보유한 293개 자산에서 연식이 20년 이상인 자산의 비중은 약 32%로 처분 시 매각차익은 약 960억엔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도쿄 중심의 일본 내 주요 권역에 위치한 자산이기에 양호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스폰서가 보유한 양질의 우량자산 편입도 가능합니다. 마스터펀드가 스폰서로부터 취득한 47개 자산은 도쿄권 비중이 약 98%, 건물연령은 7.9년으로 전체 포트폴리오(83%, 20년) 대비 우량합니다. 이는 리츠가 전략적으로 스폰서로부터 양질의 자산을 받아올 수 있음을 방증하는데요. 해당 자산들의 취득 후 가치 상승률은 약 20%에 달해 매각 시 배당률 개선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반면 국내 리츠는 대형 디벨로퍼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부분 제조업이나 리테일 대기업이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구조 자체가 제조업과 리테일 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기업 스폰서들에게 일본 디벨로퍼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긴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스폰서와 리츠 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려면 국내 대기업들이 부동산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자료=노무라 마스터 펀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중심의 한국


리츠에 대한 정부 지원 환경의 차이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스폰서 리츠가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버블경제 몰락 이후 부동산 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파산을 해결하려 간접투자시장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2000년에 리츠 제도를 도입한 후 초기 정착을 위한 법인세 면제, 등록면허세 면제, 취득세 감면 등의 조세감면혜택을 부여했으며 지방은행의 리츠 투자 수익 회계 처리 변경, 리츠의 자산매각이익 내부 유보 허용 등 투자자 이익 극대화를 고려한 지원책을 제공해 투자수요를 이끌었습니다. 또한 천재지변이나 금융위기 등 위기상황마다 일본은행(BOJ)이 매입 프로그램에 나서 리츠 주가를 방어하는 등 안정적인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바 있습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 리츠는 지원보다는 규제의 대상으로 여겨지면서 다소 까다로운 제약 속에 운영되어 왔습니다. 2001년 일본과 유사한 시기에 제도가 도입되고 구조조정리츠 중심의 활발한 상장이 이루어졌지만 2011년 일부 자기관리리츠의 부정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는 결국 복잡한 설립 및 상장절차, 고세율 등 규제 강화의 계기가 되어 리츠 투자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자료=BOJ,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긍정적인 시그널

그럼에도 국내 스폰서 리츠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금리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8일 한국은행이 깜짝 금리인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습니다. 지난 2년 간 리츠의 투자심리를 가장 크게 저해한 요인이 고금리였던 만큼 리츠의 구조적 회복이 기대됩니다.

또한 보유 부동산에 대한 대기업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일정 수준으로 사업이 성장했을 때 사옥을 확보하거나 더욱 확장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저성장과 경기둔화에 직면하면서 부동산을 계속 유보해 기회비용을 높이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이에 최근 일부 대기업들은 보유 사옥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울 및 분당 권역 오피스 거래 10건 중 5건이 기업의 현금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하나금융 강남사옥, 장교동 한화빌딩, 태영빌딩, 삼성화재 판교사옥, 한샘상암 오피스 등입니다. 보통 사옥 매각 이후에도 기업들은 임차사로 계속 머무르는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리츠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수취할 자산을 편입할 수 있어 좋습니다. 물론 리츠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양질의 자산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선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자료=Real Capital Analytics, Cushman&Wakefield 

정부의 리츠에 대한 입장 변화도 긍정적입니다. 최근 정부는 리츠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시장 육성에 힘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자산 재평가 활성화, 리츠 간 M&A 지원, 리츠 내 자금 유보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이어 10월에는 후속 조치로 리츠의 투자 대상 확대 및 규제 합리화를 위한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또한 지난달에는 ETF의 상장 재간접리츠와 부동산∙리츠 재간접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스탠스 변화는 향후 리츠에 대한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어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리츠 활용을 장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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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