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놀고, 살고 싶은 동네 이야기를 담아내는 시티& 두 번째 시리즈 여의도 편은 6주간 특집 콘텐츠를 발행합니다. “여의도는 어떻게 놀일터가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에리어 매니지먼트 기능과 역할에 대해 소통한 <시티포럼 2024> 강연 내용의 일부를 요약했습니다. 도시 변화가 어떻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첫 발걸음을 함께해 주신 연사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도시 부동산 개발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1년 2월 26일, 리테일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은 여의도에 리테일 공간이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더현대 서울입니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 경의 설계, 2만 7천 평에 이르는 사이즈 등 더현대 서울은 시작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관심도와 별개로 백화점은 매출로 평가받는데, 더현대 서울은 이 지점에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2년 9개월이라는 최단기간 동안 1조 매출을 달성한 것이죠.매출을 견인하는 명품 3대장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없이, 온라인 매출 없이, VIP 고객 없이 이뤄낸 결과이기에 더 획기적이었습니다. 과연 더현대 서울은 어떤 전략으로 이런 결과를 견인했을까요?
시티포럼에서는 더현대 서울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6년의 시간을 함께한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장우석 상무의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강연을 통해 시티포럼의 주제였던 “여의도는 어떻게 놀일터가 되었는가?”의 주제에 걸맞게, 여의도 지역이 서울의 대표 놀일터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더현대 서울만의 차별화 전략을 알아봤습니다.
지역에 대한 확신보다 걱정이 앞서
현대백화점은 아마존과 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하고, 글로벌 백화점들이 도산하던 2018년 새로운 백화점에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것도 백화점이 6개월 영업하고 문을 닫았던, 여의도 지역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될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기대보다 걱정이 컸습니다. 브랜드 역시 같은 걱정으로 입점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죠.
이에 더해 여의도 지역이 가진 핸디캡도 있었습니다. 여의도는 공간 기획에 있어 제약이 많은 곳입니다. 증권거래소, 국회의사당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물들이 많아 집회 및 문화시설을 지을 수 없습니다. 외국자본이 아닌 경우 더 규제가 심해 영화관, 서점 등을 유치할 수도 없었죠. 기존 백화점 또는 복합쇼핑공간이 가지고 있는 개발 공식을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대규모 백화점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여의도가 유일했습니다.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역이 없었죠. 그렇기에 지역적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현대 서울이 찾은 핵심은 '문화 코어 공간'이라는 방향성이었습니다.
시티포럼 2024에서 강연 중인 장우석 상무의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를 만드는 전략
지역적 한계는 오히려 서울의 중심이라는 개념으로 바꿨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올 수 있는 지역 강점을 강조했죠. 공간 구성과 역할에서도 차별점을 만들었습니다. ‘문화 코어 공간’이라는 기획 방향을 바탕으로 전형적인 백화점 설계에서 벗어났습니다. 수직적 공간을 수평적 공간으로 바꾸고, 층층이 매장 면적을 최대화해서 판매에 집중한 설계 대신 여유 공간을 늘려 경험에 집중하도록 꾸렸습니다.기존 백화점 고객들에게는 낮설 수 있지만, 완전히 다른 경험과 이용 패턴을 만들어 2030을 핵심고객으로 타겟팅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입점 브랜드의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마땡킴, 시엔느, 쿠어 등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스트리트 브랜드지만 SNS 마케팅이 뛰어나고 2030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공략했습니다.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을 거절했기 때문에 공간에 여유가 있었고, 오히려 새로운 브랜드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나이스웨더처럼 편의점 기능을 하는 브랜드, 번개장터를 하는 브랜드 등 이전까지 백화점에서 상상할 수 없는 공간들이 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브랜드들은 더현대 서울의 크루가 되었고, 일본 등 글로벌 인지도와 매출까지 높아졌습니다.
1년에 100억 적자라는 시뮬레이션에도 흔들리지 않고, 직원들의 새로운 도전 과제이자 회사의 자산이 될 경험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사업을 이끈 최고경영자의 판단도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지역이나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현대백화점의 브랜드 이미지를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화의 성지로 포지셔닝 하다
더현대 서울의 또 다른 포인트는 K팝 가수들과의 협업입니다. 가수들의 런칭이나 앨범 발매를 알리는 공간으로 더현대 서울을 활용한 것이죠. K팝 문화의 성지라는 인지를 만들었습니다. 가수의 팬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며 바이럴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고,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꼭 가야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식품 영역 또한 인플루언서들이 런칭한 브랜드,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의 한국 런칭 장소로 운영했습니다.
내부 공간 설계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점을 만들었습니다. 거리의 놀이 공간을 연출하고, 여유 공간을 넓혔으며, 고객 휴게 공간을 휴식하며 사진 찍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입점이 이뤄지지 않아 비어 있던 공간은 팝업존으로 활용했습니다. 팝업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와 잘 맞으며 더현대 서울이 활발한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기회가 됐습니다.
시티포럼 2024에서 강연 중인 장우석 상무의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조경이 아닌 바이오필릭 디자인으로 구현된 사운드 포레스트
더현대 서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사운드 포레스트입니다. 하늘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외부 옥상에 구현된 정원을 실내로 들여왔습니다.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정원을 만들었죠. 크리스마스, 여름 휴가철 등 시즌에는 특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평소에는 고객들이 놀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합니다. 매출을 일으키는 공간이 아니라 더현대 서울을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공간, 고객들이 찾아와 더현대 서울의 감각으로 체감하는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죠.
공간의 구성과 운영 변화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돈을 써서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도 공간을 찾은 고객, 팝업을 하는 브랜드, 신제품을 런칭하는 인플루언서나 K팝 가수 등을 통해 더현대 서울 공간 곳곳이 자체 바이럴 됐습니다. 지금도 더현대 서울의 바이럴 지표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바이럴까지 확장되었죠.
더현대 서울의 아이코닉한 공간, 사운드 포레스트 ⓒSPI 플랫폼 마케팅팀
백화점, 상업시설에서 ‘PLAY’ 콘텐츠 허브로 진화하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공간 기획과 변주가 활발하게 준비되는 중입니다. '사람, 장소, 문화를 연결하는 플레이그라운드'를 표방하는 '커넥트현대'라는 컨셉으로 24년 9월 부산 동구에 기존 부산점을 재단장한 '커넥트현대(CONNECT HYUNDAI)' 역시 반응이 좋습니다. 2028년에는 미래형 복합 문화홀로 더현대 광주 오픈을 준비중입니다. 태국과 일본 등 글로벌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장우석 상무는 “백화점은 더이상 상업공간이 아닙니다.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공간에 가깝습니다. 지역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능과 특징을 구현하고,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리어 매니지먼트의 개념에서 더현대 서울 개발을 살펴보면 도시의 대표 기능인 직주락 중 락, 즉 PLAY 측면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놀이 기능이 약한 여의도 지역이었기에 오히려 더현대 서울이 주목받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한강공원으로 대표되는 외부 놀이 공간을 가기 위해 찾아야 하는 지역이었지만, 특별한 놀거리가 없던 여의도에서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포지셔닝 할 수 있었던 것이죠.
공간 운영 면에서 기존 백화점 공식에서 벗어나 인플루언싱 역할에 뛰어난 MZ를 타겟으로 경험적 기능을 강조해 놀 곳을 찾던 MZ들에게 놀이터라는 키워드를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팝업, 콜라보 등 더현대 서울에서만 느낄 수 있는 PLAY 콘텐츠의 꾸준한 변화 발전을 통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 나갔습니다. 공간의 지속적 변주는 사람들을 모으는 콘텐츠가 되며, 일회성 방문이 아닌 지속적인 방문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지역을 하나의 커다란 자산으로 생각했을 때 백화점은 핵심 시설인 앵커 테넌트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을 모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 역시 여의도 지역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여의도가 놀일터로 거듭난 것 또한 이 지점입니다. 기존의 업무지구 성격이 강했던 여의도를 놀러 오는 곳, 즐기러 오는 곳으로 변화시켰죠. 앞으로 더현대 서울을 통해 여의도 지역에 어떤 변화가 만들어질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니인터뷰] Q. 시티포럼에서 어떤 주제로 강연을 진행해 주셨나요? A. 시기적, 공간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더현대 서울의 성공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 있었고, 그 도전이 모여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백화점과 다르게 지어졌는데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 좋은 브랜드들 입점을 못시켰는데 빈 공간은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 젊은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재미있게 여길 건지 계속 고민을 하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Q. 더현대 서울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요? A. 첫 번째는 공간의 매력도죠. 실내에서 접할 수 있는 큰 그리너리 공간이 가장 매력적이고 사람들한테 와우 임팩트가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그 공간들을 활용해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니까 기존에 다른 유통시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사운드 포레스트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거는 상업공간으로 사용하지 않는다입니다. 고객들에게 끝까지 새로운 체험과 경험을 주는 힐링의 공간으로 남겨놓는다가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것 같습니다. 1-2년이 지나면 결국 매대를 깔게 되는데, 한번 깔기 시작하면 그 전해 매출이 있기 때문에 매대를 깔지 않고는 안되거든요. 그래서 현대백화점은 매출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제1 목표로 했습니다. 그 결과 젊은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많이 오고, 그리너리가 있고 새로운 볼거리가 있다 보니까 고객들한테 경험 거리로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Q.앞으로 리테일 계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포인트가 있나요? A. 국내 대표 백화점 3사(현대, 롯데, 신세계)의 점포는 61개가 있습니다. 그 61개가 다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고객의 기억에 남고 고객한테 선택받은 공간만 살아남기 때문에 앞으로의 오프라인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머리에 남을지, 그 61분의 1이 될지에 대한 게 관건인 것 같습니다. 브랜드나 상품으로는 차별성이 없을 것 같고, 공간과 경험 아니면 새로운 방식의 시스템 등으로 고객에서 선택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더현대 서울에서 여의도란 어떤 공간이었나요? A. 사막같은 공간이라 생각됩니다. 유통시설이 성공하리라는 주변 환경도 없었고, 배후 상권도 없었고, 주변 지역의 백화점에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 돼있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인허가로 인해 영화관이라든지, 서점이라든지 기존의 키 테넌트들을 유치할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짜 사막같은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바이를 떠올렸던 것처럼 완전히 극한의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대로 다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성공 요소들이 있었다면 "이건 빼자, 이건 안돼" 등의 사례가 있었겠지만 아무것도 없으니까 뭐든지 해보자라는 점이 성공의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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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라는 그릇 안에 자본, 도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깨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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