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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은 도시, 사람, 자본의 움직임을 탐색할 수 있는 ‘영감의 라이프 스타일’ 공간을 소개하기 위해 ‘시티& 트렌드’ 카테고리를 확대, 서비스합니다. 첫 시리즈는 서울의 아트 플레이스에 집중했습니다. 서울은 경제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예술 공간들도 빠르게 변화해 왔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예술을 소비하는 성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관람과 감상에 머물기보다 직접 체험하며 경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에 예술 공간에 대한 인식 역시 거창하고 대단하게 영감을 얻는 곳이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으로 달라졌습니다. 우리의 일상에 함께 하는 곳, 일상의 영역 안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들을 타운 매니지먼트 관점을 더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술 공간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영화관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이 중 영화관은 대부분 지역마다 자리 잡고 있어 쉽고 편하게 방문해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관은 대형 멀티플렉스로, 거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을 소비하는 성향이 점차 개인화 되어가면서 영화관을 운영하는 주체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운영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인이 지역 특색에 맞춰 운영하는 영화관들이 점차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이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오픈한 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입니다.
당시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모든 영화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실제로 CGV나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들도 문을 닫는 곳들이 많아졌고, 극장 사업을 재검토한다는 기사들이 속속 나왔습니다.
자본 규모가 적은 예술영화계는 더 휘청거렸습니다. 미쟝센단편영화제와 인디다큐페스티벌 같은 영화제는 막을 내렸고, 여러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던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KT&G 상상마당 영화관 등도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처럼 모두가 문을 닫는 시대에 새롭게 문을 여는 영화관은 궁금증이 생기기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라이카시네마의 1층 로비 전경 ⓒSPI 플랫폼 마케팅팀

 

있을 법한데 없는 공간, 영화관


라이카시네마는 주택가가 모여 있는 연희 삼거리에 ‘스페이스독’이라는 건물 지하 1층에 있습니다. 연희동의 토박이이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서기분 대표가 건립했습니다. 영화 산업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오직 연희동에 복합문화공간을 짓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만든 곳이죠. ‘라이카시네마’라는 영화관의 이름 또한 공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지점이었습니다. 많이 알려져 있는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Leica)가 아닌 1957년 소련에서 우주로 간 최초의 강아지인 라이카(Laika)를 기리며 극장 이름을 따왔습니다. 광활한 우주처럼 영화라는 세계로 여정을 떠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 산업과 무관하고, 공간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복합문화공간을 짓는다는 건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은 또 다른 연희동 주민인 MZ 세대 이한재 대표가 운영을 담당합니다. ㈜SPDG라는 회사를 만들고, 스페이스독 건물의 공간 설계 기획부터 임대, 운영까지 맡고 있죠.
시작은 ‘연희동에 있을 법한데 없는 공간’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연희동에는 미술 작품 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지재단이나 소규모 갤러리들도 많고, 연극을 볼 수 있는 극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은 없습니다. 연희동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은 영화관의 부재를 느낄 수밖에 없었죠. 본인이 애정하는 동네에 복합문화공간을 짓고 싶은 강력한 의지와 로컬 주민의 니즈가 만나 탄생한 곳이 연희동 최초의 영화관, 라이카시네마입니다. 
라이카시네마 건물의 각 층 구성을 볼 수 있는 LED 화면 ⓒSPI 플랫폼 마케팅팀

공간 기획 과정에서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예술적 무드에 따라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보다는 예술영화관이 더 알맞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예술영화관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8조’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전용 상영관을 의미합니다. 예술영화관으로 지정되려면 일반 영화관과 달리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하는 독립, 예술, 애니메이션, 청소년 영화를 연간 상영 일수의 100분의 60 이상 상영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술영화관이라는 포지션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다른 차별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공간 구성도 ‘연결’에 집중했습니다. 상영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1층 로비에서 표를 끊고 지하로 내려가야 합니다. 동일 건물 2층에는 카페가 있고 3층과 4층은 공유 오피스로, 옥상은 루프탑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물이 하나의 유기적인 연결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복합문화공간 속에 영화관이라는 콘텐츠가 라이카시네마로 표현되도록 구성한 것이죠.

 

경험의 희소성을 극대화하는 운영 전략 


영화관의 기능적 측면에서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라이카시네마는 39석을 가진 작은 상영관입니다. 공간의 협소함 때문에 4K 버전의 고화질 상영은 크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다만 예술영화를 풍부한 사운드와 함께 보고 싶어 하는 관객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돌비 애트모스 음향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다양한 OTT 플랫폼 채널이 생겨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경향이 강해져도 음향에 대한 아쉬움은 있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시기적으로도 음향을 강조한 돌비 버전의 영화들은 영화 산업 내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라이카시네마가 서울 내 예술영화관 중 유일하게 돌비 애트모스 음향 시스템을 갖춘 영화관이었기에 돌비 영화 특별전도 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돌비 영화 기획전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꼭 라이카시네마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 기획전을 운영합니다. 유명하고 인기있는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카시네마가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의 영화를 소개하는 ‘라이카 라이크’라는 기획전도 이곳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러한 기획전을 통해 ‘이 영화를 보려면 꼭 라이카시네마에 가야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면서 트래픽을 꾸준히 유도하는 것이죠. 
라이카시네마의 지하 1층 상영관 입구 ⓒSPI 플랫폼 마케팅팀

영화관의 홍보 방향도 기존과 다른, 차별화에 집중했습니다. 사실 라이카시네마 근처에는 2개의 예술영화관이 더 있습니다. 아트하우스 모모와 필름포럼입니다. 두 곳의 운영 주체는 개인이 아닌 영화사와 특정 기관이며,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미 예술영화 마니아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에 라이카시네마는 이들과 타겟에서 차이를 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희동을 주로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민을 제외하고, 주변의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 등 주로 20대입니다. 이 지점을 살려 예술영화 마니아보다는 예술영화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어려워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홍보했습니다. 또한 기존 3~4편을 묶어서 한 회차로 소개하는 단편영화 상영에서 벗어나 단편영화 한 편씩 볼 수 있는 기획전도 열었습니다. 단편영화이기 때문에 러닝타임은 10분에서 20분 사이였고, 관람료는 3,000원이었습니다. 관람료도 비교적 저렴하니 부담감이 없었고 숏폼에 익숙한 20대에게 영화를 소비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주기 충분한 경험 제공이었습니다. 

라이카시네마를 총괄 운영하고 상영작 프로그래머를 겸하고 있는 문유정 이사는 “라이카시네마에 오는 분들이 예술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항상 예술영화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공간을 먼저 접한 후 예술영화를 처음 접한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난해한 영화보다는 조금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대중성 있는 예술영화를 고르려고 노력하죠”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예술영화관을 경험해보지 못한 관람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20대 초반의 관객이 대거 늘어났고, SNS를 통한 2차 바이럴도 되었습니다. 

 

연희동을 즐기는 새로운 패턴을 만들다 


건물과 영화관 공간이 가지는 차별화 포인트에 더해 연희동이라는 동네가 주는 정취도 라이카시네마를 찾는 큰 이유입니다. 연희동은 주변 대학가의 영향으로 20대의 거주 비율도 높지만 60대 이상의 거주 비율이 꽤 높습니다. 1970년대 개발 당시 100평 단위로 구획한 영향으로 큰 단독 주택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현재도 단독 주택의 비율이 높고 노후화 측면에서도 오래된 건축물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런 지역적 특징은 프랜차이즈 대형마트보다 연희동 사람들의 사랑방인 ‘사러가 마트’가 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변의 카페나 식당을 둘러봐도 새로운 건물을 지어서 오픈한 공간보다는 기존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연희동은 젊은 세대와 오래된 세대가 공존하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라이카 시네마를 만든 중년 대표님과 그곳을 운영하는 MZ 세대 대표님이 공존하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모든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을 영화관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밖에서 바라 본 라이카시네마 건물 ⓒSPI 플랫폼 마케팅팀 
연희동에 놀러 온 20대는 새로운 경험을 원했고, 라이카시네마는 그 지점을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짧은 예술영화를 본 후, 연희동의 무드를 느낄 수 있는 다른 리테일 공간들을 방문하는 패턴이 만들어졌습니다. 동네를 탐색하고, 지역의 특징을 느끼면서 동시에 차별화된 경험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이 같은 패턴은 예술을 소비하는 성향이 개인화 되어가는 추세와 어우러지며, 연희동을 즐기는 방법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아트 플레이스가 단지 예술적 영감의 공간으로 그치지 않고, 경험의 희소성은 높지만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했기에 가능한 변화입니다. 더 나아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습관을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높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일례로 성수동에 영화관이 생긴다면, 연희동의 라이카 시네마와는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역할은 비슷하지만, 기획과 운영의 측면에서 다른 지점에 있는 영화관을 소개하겠습니다.  
📍 공간 정보
인스타그램 : laikacinema
홈페이지 : https://laikacinema.com/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8길 18, 스페이스독 1층
 

[참고 자료]
1) https://www.kobis.or.kr/kobis/business/mast/thea/findArtScreenStat.do
2)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341153
3)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79165.html
4)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7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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