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 도시, 사람, 자본의 움직임을 탐색할 수 있는 '영감의 라이프 스타일' 공간을 소개하기 위해 '시티& 트렌드' 카테고리를 확대, 서비스합니다. 두번째 시리즈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드는 뉴욕의 새로운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뉴욕은 고급과 빈곤, 역사와 현대, 평화와 혼잡 등이 공존하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 역사, 이야기가 모두 연결된 도시입니다. 그렇기에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람들의 니즈에 따라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융합형 부동산 개발 및 복합 용도 공간의 필요성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욕의 ‘Mix-used and Multi-functional Spaces : 다기능적 복합 공간’을 비롯해 새롭게 시선을 사로잡는 트렌디한 공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재창조와 변화의 아이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뉴욕이란 도시에 자리 잡은 리테일 공간들을 타운 매니지먼트의 관점을 더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The city that never sleeps.” 뉴욕의 상징적인 캐치프레이즈처럼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은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해 왔습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산업화 시대에 뉴욕의 부동산 개발은 상업지구와 주거지구 등 기능을 분리한 형태였습니다. 맨해튼의 다운타운은 상업 및 금융 중심지, 브루클린은 산업 및 주거지, 월스트리트는 경제 중심지로 구분되어 발전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개발 방향은 조금씩 변화를 겪습니다. 1900년대 기술 혁명,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함께 뉴욕의 급격한 재개발은 고급 주거지와 상업 공간이 결합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오늘날 많은 도시가 겪고 있는 도시화 현상에 따라 주택 부족과 상업 공간의 변화는 융합형 개발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에 상업 공간, 주거지, 문화 공간, 레저 시설이 결합된 대형 복합 개발 프로젝트들이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Hudson Yards와 The Shed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고급 주거지, 상업 공간, 문화적 중심지 등을 결합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교통 연결이나 사회적 교류 촉진이 도시 재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고급 주거 지역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쇼룸 QUARTERS 내부 모습 ⓒ김지영
공장이 떠나고 고급 주거 지역으로 변화한 트라이베카
뉴욕은 단순한 상업적 중심지가 아닌, 문화적 교류와 창의성의 허브로서 계속 진화해 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볼 지역은 트라이베카입니다. 현재는 세련된 로프트, 예술 갤러리, 고급 주거 공간으로 유명한 동네지만 과거 모습은 달랐습니다. 창고, 제조업 시설, 공장이 많았던 산업 지구였죠. 이후 1980~1990년대 산업들이 맨해튼을 떠나면서 트라이베카 지역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합니다.
비어 버린 건물은 예술가들과 창작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저렴한 임대료로 구식 공장과 창고를 개조해 높은 천장과 넓은 개방형 구조를 갖춘 로프트 공간을 만들어 활용합니다. 1990~2000년대 초반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등 유명인들이 이 지역을 선호하면서 유명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에는 트라이베카 영화제(Tribeca Film Festival)가 창립되었죠. 이런 과정을 거치며 트라이베카는 부유한 지역 이미지가 강조되고 문화적, 예술적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됩니다. 개발자들이 구식 건물을 고급 로프트, 아파트, 콘도미니엄, 펜트하우스 형태의 주거지로 바꾸기 시작했고 부유한 구매자들이 점점 더 몰리면서 트라이베카는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습니다.
이 지역에 “주거”라는 특징을 살려 사람들과 공간을 연결하고 예술과 디자인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새로운 형태의 융합형 리테일 공간이 들어섰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In Common With의 창립자들이 만든 컨셉 스토어이자 만남의 공간인 Quaters입니다. Quarters의 창립자 중 한 명인 Felicia Hung는 트라이베카 지역에 대해 "예술적인 역사와 활기찬 디자인 커뮤니티를 갖춘 동네"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과 지역의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실제 트라이베카는 소호에 이어 뉴욕의 새로운 예술, 문화, 디자인 중심지로 성장하며 최근 독립 가구, 조명, 텍스타일 스토어 Colony, 아트 갤러리 Superhouse, 디자인 에이전시 Casa Valle 등이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갤러리 Cristina Grajales Gallery, 홈 굿즈 스토어 TRNK, 가구 스토어 Egg Collective, 20~21세기 디자인 전시 및 가구 갤러리 R & Company와 같은 기존의 주요 갤러리/상점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갤러리와 디자인 스튜디오, 고급 레스토랑들이 집중되며 자연스럽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고급 주거 환경도 조성되었죠. 이처럼 트라이베카는 In Common With의 고급스럽고 독특한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기에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집처럼 꾸며진 QUARTERS 내부 모습 ⓒ김지영
융합형 리테일 공간이자 커뮤니티 허브
Quarters는 트라이베카(Tribeca: Triangle Below Canal Street)의 역사적인 로프트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온라인 기반으로 제품을 판매해 오던 In Common With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제품에 대한 경험을 높이기 위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Quarters를 만들었습니다.오프라인 매장을 기획할 때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디자인을 체험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죠. "다양한 종류의 창의성을 한 공간에 모았다는 점을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경험을 나누는 공간으로 기능하길 원합니다."라는 창업자의 바람처럼, Quarters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영감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는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합니다.
집을 키워드로 구성된 공간이기 때문에 가지런한 실내 슬리퍼마저 멋진 장면처럼 연출된 침실 침대에 앉아 보기도 하고, 로프트 찬장에서 떨어지는 조명 아래 서재의 책상에 앉아도 보고, 높은 층고만큼 세로로 길쭉한 창문 너머로 밖을 구경해보고, 응접실 혹은 거실 공간의 의자와 소파에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면서 몸을 푹 눌러앉다 보면 실제로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집니다. 공간을 채우는 In Common With 디자인의 조명, 빈티지 가구, 협업/동료 디자이너들의 작품, 셀렉된 특별한 팬트리 소품을 하나하나 더 자세하게 살펴보며 꽤 오랜 시간 머물게 됩니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컨셉 스토어에 그치지 않고, 낮에는 카페로 저녁엔 와인바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와인 한 잔과 페어링 되는 간단한 음식들을 주문하고, 공간과 음식을 소비하며 살고 싶은 장면을 상상해 보게 됩니다. Quarters는 고요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의 어느 멋진 집, 식사 자리에 초대된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집”의 개념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따뜻하고 친밀한 느낌을 주면서도 호스피탈리티의 연극적인 요소가 더해져 ‘살고 싶은 공간’으로 기억에 남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완성한 것입니다. 50석 규모의 다이닝룸 공간에서는 세프를 초대해 프라이빗 디너 파티와 디자인 토크를 결합하는 행사를 열어 네트워킹을 만들어 가는 등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기획해 제품이나 브랜드뿐 아니라 디자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협업 아티스트의 팬까지 모일 수 있도록 운영합니다. 공간을 단순히 쇼룸으로 두기보다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낮에는 카페, 밤에는 와인바로 이용할 수 있어 뉴요커들의 커뮤니티 허브가 된 QUARTERS ⓒ김지영
영감을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
Quarters는 더 많은 이들이 브랜드 철학과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예약제로 운영되는 다른 갤러리나 쇼룸과 달리 자유로운 방문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바 공간은 예약이 필요하지만, 그 외에는 언제든 편하게 입장할 수 있습니다.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Ozemba는 "우리는 Quarters를 우리 집이라 여기고 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느낌을 받길 원한다. 우리의 세계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열린 초대장에 가깝다."라고 말합니다. 세심하게 꾸며져 있는 공간이지만, 편안하게 브랜드가 제공하는 아름다운 집을 경험할 수 있기에 독특한 예술 작품을 찾고 있는 경험 많은 업계 전문가들, 디자인 애호가들, 그리고 디자인과 예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창작자들과 협업, 공간의 다채로운 변화와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지속적인 트래픽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8,000제곱 피트 규모의 역사적인 19세기 로프트의 높은 천장, 큰 창문의 건축 요소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조명, 큐레이션 된 소품, 디자인, 예술, 음악, 그리고 F&B까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현했습니다. 그렇기에 실제 Quarters를 방문하면 “나의 드림 하우스야.” “모든 공간의 장면이 멋지다.” “영감을 얻는 공간이야.” 등의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유명 아티스트의 전시도 개최합니다. 문을 연 첫날에는 Claudio Bonuglia와 협력해 바 영역을 장식하는 핸드 페인팅 대형 프레스코(fresco :벽화)를 공개했습니다. 유명 디자이너 Sophie Lou Jacobsen, Danny Kaplan, Shane Gabier 등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구 컬렉션, 조명, 타일 컬렉션 등도 선보입니다.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경험 제공을 강화해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더해지며 Quarters는 리테일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복합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이자 뉴욕에서 스타일리시한 동네 중 하나로 발전한 트라이베카의 매력을 한 공간에 집약해 예술과 디자인의 깊이를 느끼는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치이는 인파에 익숙해져야 편한 뉴욕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분위기를, 사람을, 공간을 탐미하고 사유하고 싶은 스타일의 사람들에게 맞춤인 곳입니다.
글로벌 광고 대행사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르꼬르동 블루 호주에서 파티셰 코스 이수 후 8년간 5성급 호텔, 파인 다이닝 등에서 파티셰로 근무했다. 삶의 근거지를 뉴욕으로 옮겨 스몰 배지 디저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해 전 세계 여러 곳의 리테일 공간을 경험하며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수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