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 타운 매니지먼트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사람, 운영, 지속성’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리테일’ 공간을 소개하는 신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특히 고급과 빈곤, 역사와 현대, 평화와 혼잡 등이 공존하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 역사, 이야기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도시 ‘뉴욕’에 주목했습니다. 도시화, 사회적/경제적 변화, 기술 혁신, 문화적 수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융합형 부동산 개발 및 복합용도 공간의 필요성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욕의 ‘Mix-used and Multi-functional Spaces : 다기능적 복합 공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재창조와 변화의 아이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뉴욕이란 도시에 자리잡은 리테일 공간들을 타운 매니지먼트의 관점을 더해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2023년 맨해튼 UN 빌딩 근처에서 롱 아일랜드 시티로 이사를 왔습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는 특유의 활기는 있지만, 지나치게 소란하지 않은 분위기를 원했던 저에게 알맞은 곳입니다. 이런 지역 특징은 롱 아이랜드 시티의 역사와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에서 바라본 맨하튼 전경 ⓒ김지영
뉴욕시의 중앙비즈니스지구(CBD), 롱 아일랜드 시티
1870년 5월 4일 독립 도시로 설립된 롱 아일랜드 시티는 산업 혁명 시대에 공장과 제조업체들이 들어서 산업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1898년 퀸스가 뉴욕시에 통합되면서 롱 아일랜드 시티도 뉴욕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10001인 뉴욕의 ZIP 코드와 달리 11101 ZIP 코드를 사용하며 독립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롱 아일랜드와 다른 지역입니다.
1800년대에는 페리가 운행되며 지역에 활기가 넘쳤고 1909년 퀸스버러 브리지, 1916년 헬게이트 브리지, 1940년 퀸스 미드타운 터널이 연이어 개통되며 맨해튼과 교통 연결망이 확립됐습니다. 1970년대 산업 쇠퇴로 많은 공장과 창고들이 폐쇄되었지만, 그 자리가 스튜디오와 주거공간으로 변모하며 지역에 예술가, 창의적인 사람들이 유입됐습니다. MoMA PS1, 노구치 뮤지엄(Noguchi Meseum), 조각 박물관(Sculpture Center) 등의 아트 갤러리와 예술 기관들이 밀집해 문화적 분위기도 형성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현재까지 이어지며 롱 아일랜드 시티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 창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지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상징적인 펩시 콜라 간판 ⓒ김지영
현재는 뉴욕시의 중요한 중앙비즈니스지구(CBD) 중 한 곳입니다. 2022년 미국 인구 조사국(U.S. Census Bureau)의 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롱 아일랜드 시티의 인구는 52,724명이며, 평균 연령은 34세입니다. 경제 활동에서 수십억 달러를 발생시키는 중요 지역으로, 고용된 인구의 90.87%는 화이트칼라 종사자입니다. 평균 연간 가구 소득은 $136,637로 뉴욕시 전체의 중위 가구 소득인 $79,557 보다 높습니다. 2023년 기준 6,600개 이상의 개별 비즈니스가 존재하고, 1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이 지역에서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거 개발 본격화에 따른 상업 시설 증가
1990년대부터는 주거 재개발이 본격화되었습니다. 2001년 산업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재지정되었고, 이후 꾸준히 생활 편의시설의 증가와 함께 여러 주거 중심 도시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2010년 발표된 헌터스 포인트 사우스(Hunter's Point South) 개발 프로젝트는 뉴욕시의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사례로 꼽힙니다. 2013년에 착공되어 2018년에 1단계가 완료되었으며, 산업 창고들은 이제 맨해튼 스카이라인과 이스트 리버의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하는 아파트와 다양한 편의시설로 대체되었습니다. 또한 일부 공장은 레스토랑, 상업 공간, 문화 시설 등으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개발이 이뤄지면서 최근 10년 동안 급격한 인구 증가가 일어났습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 전체 인구는 40% 증가했으며, 아시아계 주민의 수는 5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는 아시안 컨셉이나 음식 중심의 리테일 공간이 늘어나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대형 체인 식료품점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 2022년 아시안 리테일 스토어인 Tetso Life, 같은 해 한인 마트 H Mart, 2023년 대형 할인 소매점 타겟(Target) 등 다양한 상업 시설이 생겨나며 일상 생활에서의 편리함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의 풍경 ⓒ김지영
고급스러운 아시안 스타일 중심의 리테일로 변화
롱 아일랜드 시티에는 예전의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맥주 양조장, 커피숍, 미술관, 레스토랑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돈되지 않아 투박하지만, 덕분에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 매력적입니다. 최근 아시아계 주민들이 증가하며 리테일의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타이, 베트남 등 아시안 중심의 다양한 식음료 리테일과 식료품점들이 많아졌으며,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맨해튼에 형성된 기존 아시아계 리테일 숍들과는 차별점이 명확합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의 젊은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퓨전 요리와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 바, 레스토랑이 등장했습니다. 트렌디한 의류와 잡화 리테일이 함께 있어 기존 롱 아일랜드 시티의 분위기와 새로운 세련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의 또 다른 특징은 밤새 환한 불빛으로 가득한 맨해튼과 달리 상대적으로 밤 문화가 적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다만 젊은 층을 겨냥한 커뮤니티 중심 공간과 트렌디한 바, 카페들이 늘어나며 지역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떠들썩한 밤 문화 공간 또는 리테일 공간보다는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929와 GULP는 타이완과 중국의 전통과 문화적 다양성을 트렌디하게 해석한 레스토랑, 칵테일 바로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중입니다. 공동체를 찾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장소를 만들겠다는 창립자의 의지가 담긴 중국식 칵테일 바 929, 구식 차고를 개조해 오픈한 타이완 레스토랑 GULP는 문화와 커뮤니티가 만나는 특별한 리테일 공간들입니다. 길을 걷다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누구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국적이지만 정겨운 분위기의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에 아시안 스타일을 반영한 리테일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속 공간은 929. ⓒ김지영
GULP를 지나 철문을 열면 929가 나타난다. ⓒ김지영
지역, 사람과 소통하는 커뮤니티형 공간 GoC
2019년, 맨해튼 미드타운 이스트에서 시작된 THE GREATS OF CRAFT(GoC)는 2024년 5월 롱 아일랜드 시티에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Bar Enzo도 함께였습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의 새로운 커뮤니티형 바와 카페로 자리를 잡아가는 두 곳은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양한 이벤트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 GoC 창립자 조 신코와 그의 아내 스텔라는 "우리는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고 싶어요. 그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이웃의 장소가 되길 원합니다. 그것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이웃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GoC의 목표를 설명합니다. 맨해튼의 작은 공간과 기본 아이디어는 그대로 유지하되, 더 넓은 공간에서 그들의 비전을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공간, GoC ⓒ김지영
지역사회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GoC ⓒ김지영
GoC는 맨해튼의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루프탑 공간과 일상적인 휴식 공간으로 적합한 두 개의 다용도 라운지를 제공합니다. 2024년 9월에는 GoC의 상층에 숨겨진 스피크이지 바, Bar Enzo가 문을 열었습니다. 작은 간판을 지나 바에 들어서면 마치 친구 집에 들어간 듯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GoC는 바와 카페 외에도 지역 인기 벤더들의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소매 시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 이벤트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모임이나 파티를 열 수 있으며, 다양한 클래스와 이벤트도 주최합니다. 요가 클래스, 꽃꽂이 클래스, 코미디 쇼, 트리비아 게임, 루프탑 무비 나잇 등 여러 이벤트로 방문객들은 단순한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또 다른 집이라 여기곤 합니다.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을 강화한다 ⓒTHE GREATS OF CRAFT (GoC) 인스타그램
리테일은 지역의 문화를 구현한다
롱 아일랜드 시티는 페리와 기차 외에도 지하철 E, M, 7, N, W, G, F, R까지 8개 노선이 지나가는 교통의 중심지로 맨해튼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맨해튼 중심인 그랜드 센트럴, 타임스퀘어까지 5-15분 거리이기 때문에 출퇴근이 편리합니다. 또한 롱 아일랜드 시티는 맨해튼과 비교했을 때 넓은 주거 공간,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아파트, 공원, 미술관, 레스토랑, 식료품점 등 생활 편의성도 더해져 살면 살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험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살기 좋은 곳으로 체감되는 변화에 부흥해 새로 지어지는 주거용 아파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높게 올라가는 아파트 공사 현장을 보면 이곳의 스카이라인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다만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신축 아파트의 경우 더 좁고, 비싸지는 등 주거 면에서 점차 비용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특히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부 등이 주거지로 선택합니다. 좋은 치안과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이유로 어린 자녀가 있는 가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죠. 물론 아이가 좀 더 자라면 학군을 이유로 롱 아일랜드나 뉴저지로 이주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생활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으며, 교통의 편리함과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결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살기 좋은 곳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롱 아일랜드 시티의 리테일은 이런 지역적 특성과 주민들의 성향을 반영해 이국적이며, 소통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롱 아일랜드 시티는 자기만의 문화를 간직한 일상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사람과 문화 경험을 쌓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공간 정보] THE GREATS OF CRAFT (GoC) 인스타그램 : greatsofcraft 주소 : 10-15 43rd Ave, Long Island City, NY 11101
Bar Enzo 인스타그램 : barenzo.nyc 주소 : 10-15 43rd Avenue, 2nd floor, Queens, NY 11101
929 인스타그램 : 929lic 주소 : 42-45 27th St, Long Island City, NY, 11101
* 참고 자료 1) https://www.point2homes.com/US/Neighborhood/NY/Queens/Long-Island-City Demographics.html 2) https://data.census.gov/table/ACSST1Y2022.S1901?g=040XX00US36
김지영
LE FIN 대표
글로벌 광고 대행사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르꼬르동 블루 호주에서 파티셰 코스 이수 후 8년간 5성급 호텔, 파인 다이닝 등에서 파티셰로 근무했다. 삶의 근거지를 뉴욕으로 옮겨 스몰 배지 디저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해 전 세계 여러 곳의 리테일 공간을 경험하며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수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