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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속세 개편에 관한 기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상속세 개편 논의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 아직 완전한 개편까지는 국회 협의가 남아있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상속세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드려볼까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우리나라는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일단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일본(55%) 다음으로 높습니다. 그런데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이 최고세율이 60%까지 치솟습니다(최대주주 할증). 그래서 회사를 물려받는 경우에 상속세가 특히 더 문제가 됩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0월 고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었을 때, 주식 19조 원을 포함한 총 26조 원의 상속재산에서 발생한 상속세가 무려 12조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거액의 상속세였습니다. 또한 넥슨 고 김정주 회장이 2022년 2월 사망하면서, 지주회사 주식을 포함한 총 10조 원의 상속재산에서 6조 원의 상속세가 발생했습니다.
삼성의 경우 갑작스러운 상속은 아니었기에 여러 상속세 납부 방안의 구상이 가능했고, 경영권 약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상속인들은 아직 경영권에 큰 흔들림 없이 주식담보대출과 주식매각 등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넥슨의 경우 갑작스럽게 상속이 개시된 탓인지, 현재까지도 경영권에 관한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속인들이 막대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인들이 실제로 주식을 매각하지는 않았으나 상속세를 주식으로 납부(물납)하였고, 그 결과 국가(기획재정부)가 넥슨 지주회사의 2대 주주가 되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주식의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상속인들이 물납한 주식의 가액이 무려 4조 7천억 원 규모여서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향후 누가 그 주식을 매수하여 2대 주주가 되는지에 따라 상속인들의 경영권 행사에 여러 변수가 생길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상속세 때문에 말이죠.

부부간 상속세 폐지? 유산취득세?


여야는 최근 부부간 상속세 폐지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세법으로는 배우자가 상속받는 재산은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할 수 있는데, 이 배우자 공제 한도를 없애 배우자 사이의 상속에는 상속세 부담이 없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부부간 상속세가 폐지된다면, 배우자 중심으로 상속을 받는 경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나중에 배우자가 사망해 자녀들이 상속을 받는 단계에서 적용되는 자녀 공제 한도가 현행 세법보다 늘어나야, 배우자 중심으로 상속을 받는 것이 보다 더 확실하게 세무상 유리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12일,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용어가 조금 어려운데요. 유산세는 상속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 뒤 이를 상속인들이 나눠 내는 방식인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로 실제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유산취득세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유산세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구분 유산세 방식(현행) 유산취득세 방식
내용 •    피상속인(망인)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 •    상속인이 각자 취득하는 개별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
특징 •    과세당국의 상속세 산정 및 부과 용이 •    상속인의 담세력에 따른 세금부담이라는 원칙에 충실
피상속인(망인)의 상속재산이 총 60억 원이고 상속인의 자녀가 3명이며 각 20억 원씩 상속받는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면, 상속인 1인당 상속세 부담액이 유산세 방식보다 2억 이상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아래 참조).
구분 유산세 방식 유산취득세 방식
상속세 총액 25.4억 원 19.2억 원 (= 인당 6.4억 원 x 3)
상속인별 부담 인당 약 8.5억 원
(= 25.4억 / 3)
인당 약 6.4억 원
현행 상속세 제도는 일단 세율도 너무 높고, 각종 공제금액도 수십 년 전의 금액 그대로이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 수준(물가, 특히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상속세를 걱정하는 다소 기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여야가 상속세 개편 논의에 다시 물꼬를 튼 김에, 상속세 제도가 이제는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정되기를 바랍니다.
황태상

황태상

변호사

숫자를 볼 줄 아는, 회계사 출신 변호사입니다. 세금, 상속, 부동산 문제를 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