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총 10회에 걸쳐 ‘리츠 투자자가 알아야 할 #숫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주가, 배당, 시가총액, 자산규모 등 쉽게 익숙할 수 있는 숫자부터 P/NAV(주가/순자산가치), P/FFO(주가/경상적영업이익), 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 등 비교적 난도가 높은 데이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요. 모두 리츠 투자의 기준 혹은 참고로 삼을 만한 지표들입니다.
다만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숫자가 전부는 아닙니다.숫자 이면의 여러 가지 요인들이 주가 형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중에서 상장 종목의 주가를 가를 수 있는 핵심 요인은 투자자들의 여러 심리, ‘센티멘트’입니다.시장 전반의 분위기나 개별 종목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좌우하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숫자가 보여주는 펀더멘털(Fundamental)
펀더멘털은 사전적 의미로는 한 나라 혹은 기업의 경제 및 경영 상황을 나타내는 기초 지표들을 말합니다. 기업 관점에서는 A라는 회사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더 나아가 부채비율과 주가수익비율(PER) 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절대적 지표와 함께 동종 타사와의 비교를 통해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숫자들 ⓒSPI
리츠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숫자들이 모두 펀더멘털을 구성하는데요. 투자에서는 여러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2023년 연간 임대 수익은 최상위권이지만, 이듬해 대규모 차입금 리파이낸싱이 예정돼 있어서 배당금에 변화가 있다면 투자 판단을 보류해야 합니다. 만약 배당컷(배당삭감)이 있다면 투자를 단행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배당이 증가한다면 투자 매력은 올라가게 됩니다.
K리츠 사례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의 배당금은 상장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꾸준한 배당성장을 보이는 곳입니다. 여러 지표 중 하나이지만 이러한 흐름 자체가 견고한 펀더멘털의 한 축입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2022년과 2023년 잇따라 대규모 차입금 리파이낸싱을 거치는 동안에도 배당금은 올랐습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의 배당금 추이 ⓒSPI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꾸준히 배당컷이 일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이익은 커녕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리츠 펀더멘털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숫자가 의미하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일정 부분 선제적인 손실 방어 혹은 회피가 가능한 셈입니다.
다만 펀더멘털이 투자 수익의 모든 점을 좌우하지 않듯이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숫자에서 보이지 않는 이면의 부분들 역시 리츠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입니다.일부에서는 리츠뿐 아니라 상장사의 펀더멘털을 단순한 기본값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숫자 이면의 리츠 평가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숫자에서 보이지 않는 센티멘트
일반 상장 기업의 주가에서 펀더멘털 이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 중 대표적인 요소로 ‘센티멘트(Sentiment)’가 있습니다.센티멘트를 직역하면 ‘감정의, 감성의’ 정도로 해석되는데요. 투자자들과 시장이 해당 섹터나 종목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 센티멘트에 따라서 주가는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자산가치 대비 급등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산가치 대비 급락하기도 합니다.
이는 리츠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의 주가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열기가 뜨거울 때는 더욱 뜨겁고, 열기가 식을 때는 마찬가지로 더욱 식습니다. 펀더멘털과 주가의 간극이 바로 센티멘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주식으로 불린 카카오와 네이버의 가치 평가가 급등하자 ‘Dream(꿈)’이란 단어를 넣어 ‘PDR’이란 신조어가 따라붙은 것도 연장선입니다.
PDR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던 카카오의 주가 ⓒ네이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22년 고금리 시대 이전 주가가 7,000~8,000원에 달하던 리츠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3,000원대까지 하락하는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1,000원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통상 부동산과 금리가 반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주가 하락 폭은 과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이처럼 센티멘트는 리츠 시장의 한파가 실제 충격 이상의 파급력이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펀더멘털이 숫자나 데이터로 보여주는 부분이라면 센티멘트는 지표에서 보이지 않는 투자자 심리를 말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투자자들의 불안감과 우려감 등이 시장이나 종목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대로 반영되는 셈입니다.
ESR켄달스퀘어리츠의 주가 흐름 ⓒSPI
KRX 리츠 TOP 10 지수 추이 ⓒ한국거래소
이쯤에서 가장 궁금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가는 시간이 지나 결국 실제적인 자산가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사실 짧은 K리츠의 역사를 감안하면 이를 추정하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입니다. 다만 글로벌 최대 리츠 시장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엔 과거 수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주가는 정상화 국면을 걸었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시목
SPI 시니어 에디터
국내외 상장 리츠와 자산관리회사(AMC), 투자자들 그리고 시장 전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취재하고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