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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상업 시설
곤파치 니시아자부
리테일
다이닝
시티&은 도시사람자본의 움직임을 탐색할 수 있는 '영감의 라이프 스타일공간을 소개하기 위해 '시티트렌드카테고리를 확대서비스합니다세번째 시리즈는 도쿄 상업시설을 다시 소개합니다. 도쿄에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 상업시설들이 꽤 다양하게 존재합니다그 중에서 일부는 케이스 스터디로 여러번 소개되기도 했습니다그러나 명품의 가치를 제품 하나만 본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듯잘 기획되고 개발된 상업시설은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내용들이 많습니다특히 완벽한 컨셉에 따라 운영되는 현재 모습에서 공간의 성공을 유지하는 핵심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 상업시설이 생긴다면어떤 공간들이 있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바탕으로상업시설 컨설턴트의 전문적인 시선으로 도쿄의 상업시설을 다시 보았습니다. 새로운 상업시설의 컨셉 기획과 구현운영에 인사이트가 될 내용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도시의 퇴근길어떤 풍경이 그려지나요? 서울은 어둑해진 한강을 따라 멈춰선 붉은 브레이크 등의 행렬이 떠오르고뉴욕은 맨해튼 특유의 에너지와 속도감으로 걷는 사람들이 떠오른다면 도쿄는 이자카야에서 연기를 피우며 구워대는 야키토리(焼き鳥닭꼬치와 그날의 갈증을 단번에 해소하는 나마비루(生ビール생맥주)가 떠오릅니다.
나마비루는 그냥 생맥주로 번역되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도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선도완벽한 밀도의 거품딱 기분 좋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인정신이 필요합니다그렇게 만들어진 나마비루의 청량한 목 넘김은 온전히 몰입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습니다필자가 도쿄 제1의 음식으로 스시소바에 앞서 나마비루를 꼽는 이유입니다.
야키토리 상점은 개당 100엔대의 저단가부터인당 10,000엔을 넘는 고단가까지 동네마다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필자가 거주하던 히로오 지역을 예로 들면 동네에서 주로 서너 곳의 야키토리 집을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선택하곤 했는데요히로오 상점가에서 문을 열어두고 야키토리를 굽는 찐로컬들의 단골집 '고토부키'부터이면도로에 위치하여 간판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일본식 정문을 지나 정원을 거쳐 좁은 계단을 내려가야 묵묵히 줄지어 앉은 대기 손님이 보이는 럭셔리 야키토리 '토리요시', 도쿄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했을 법한 곤파치등의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1,000엔대 야키토리 고토부키. 100개 이상의 리뷰와 구글 레이팅 3.7점 찐로컬들의 야키도리 상점 ⓒyakitorikotobuki 인스타그램 
10,000엔대 야키토리 토리요시. 200개 이상의 리뷰와 구글 레이팅 4.4점의 럭셔리 야키토리 상점 ⓒtoriyoshi.nishiazabu 인스타그램
특히 곤파치는 도쿄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이자카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도쿄를 오는 분들의 방문 리스트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는 곳이며, 도쿄에 거주하는 분들도 한 번쯤 가보길 권하는 곳입니다도쿄분들 중에서도 좋아하는 분들은 자주 찾는 플레이스로 꼽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관광객의 수가 최고점을 찍고 있는 시기에는 피크 타임대의 예약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한 도시에서 상징적인 상업 시설로 자리매김한 곤파치는 어떤 요인들로 이런 포지셔닝이 가능하였는지 다시 읽어봅니다.
5,000건 이상의 리뷰를 가진 곤파치 니시아자부 ⓒgonpachi_nishi_azabu 인스타그램 
 


명소를 만드는 포인트 1 – 시작이 완벽한 스토리텔링


리테일 브랜딩은 스토리텔링이 팔할이라 하죠곤파치는 누구나 영화 킬빌과 함께 떠올리고 언급하는 장소입니다장소가 실제 영화에 나온 것이던모티브가 된 것이든 관계없이 곤파치=킬빌로 기억됩니다술을 즐기지 않는 관광객조차 꼭 가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되어 있는 장소입니다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고 있다면, 실제 장소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이유로 도쿄 여행 일정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리스트에 올리는 장소가 되곤 합니다.

명소를 만드는 포인트 2 – 전통의 일본다움이 주는 공간의 지속성


도쿄는 식도락의 천국인데요먹거리를 찾을 때 맛뿐만 아니라 공간에서 느껴지는 진한 일본스러움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스시 또는 소바집을 찾을 때도 현대적인 인테리어보다 일본의 전형적인 전통스러움 안에서 즐기고 싶어 합니다영화에 등장한 공간이 유독 많은 도쿄라도 킬빌에 등장한 곤파치만큼 일본스러움의 전형을 보여준 공간은 많지 않기에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이죠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이 영화 제작 시 도쿄 장면의 주요 배경이 되는 세트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니그가 받은 임팩트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다다미 공간돌바닥투박한 나무 기둥대나무 구조물전통 가옥에나 걸릴 법한 조명들까지. 도쿄에서 기대하는 일본스러움을 충족시킬 만한 디자인으로 오픈 시부터 공간 디자인의 리뉴얼 없이 20년 넘도록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속성은 이 도시에서 곤파치가 랜드마크가 된 큰 요소 중 하나입니다.

명소를 만드는 포인트 3 – 절정의 공간 대비


도쿄에서는 큰 식당들도 좁은 문을 통과해 미로처럼 얽힌 복도를 지나 프라이빗한 룸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큰 공간을 잘게 쪼개어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지켜내는 패턴에 익숙합니다곤파치는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작은 정원의 돌계단을 오르면 입구에 들어섭니다이어 입구와 연결된 작은 통로를 지나게 됩니다통로의 한쪽 벽엔 할리우드 셀럽 사진들다른 쪽엔 소바를 반죽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쇼룸을 지나 낡은 나무로 된 미닫이문에 다다릅니다.
모리타워로부터 도보 8분 거리에 위치한 곤파치 니시아자부 외관 노윤영 
곤파치의 입구. 작은 통로를 지나면 낡은 미닫이 목재문과 마주하게 된다. ⓒ노윤영, gonpachi_nishi_azabu 인스타그램 
그 문을 여는 순간식당 전체의 거대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급작스레 넓은 공간이 펼쳐질 때의 압도감을 극대화하였습니다. 전체 공간을 세 레벨의 높이로 구분하여 입구를 중간 레벨에 두었기 때문인데요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층고의 전체 공간 중간 레벨로 진입하게 됩니다첫 시선의 시작에 고도를 주어한 레벨 아래 중심이 되는 오픈 키친과 대형 보이드 공간과 이를 둘러싼 한 레벨 높은 층의 테이블들까지 한눈에 수월하게 들어옵니다
내부 공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오픈 키친을 저층에 두고세개의 층으로 구분된 곤파치의 내부 노윤영
1층은 오픈 키친이라기 보다 소형의 바 형태 선술집을 둘러싼 요코초 거리를 통째로 담아낸 듯한 개방감이 느껴지는데요. 기둥이 없는 중앙의 보이드 공간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였습니다관찰자 시점으로 어떤 야시장의 명소를 밖에서 바라보는 유니크한 시선을 경험케 합니다.

명소를 만드는 포인트 4 – 고요한 도시에 꼭꼭 숨겨둔 생동감


 도시의 그 어떤 우울감도 파크 플레이스 마켓에 가면 생동감에 묻혀버린다.”라는 표현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으로 번역된 ‘Fish’라는 책에 등장하는 내용인데요사고 파는 장소를 넘어 축제의 현장 같았다고 묘사한 장면이 고요한 도시 도쿄에서 곤파치의 작은 미닫이문을 여는 순간 시작됩니다. 왁자지껄한 축제 속에 언제든 자신을 가져다 둘 수 있음이 곤파치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특히 도쿄인지 모를만한 다수의 밀집된 외국인들이 발산하는 쾌활한 주파수들중앙 키친 숯불에서 굽는 야키토리의 연기 퍼포먼스, ‘환영한다’라는 의미의 일본어가 끊임없이 샤우팅 되는 공간 분위기, 스태프들의 완벽하게 높은 톤의 영어가 뒤섞인 생동감은 매일 새벽 3시까지 이어집니다오전 11 30분부터 런치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을 굳이 예약의 어려움을 딛고 저녁 시간에 오려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이 축제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자 함입니다.  

명소를 만드는 포인트 5 – 공간이 주는 만족감에 다이닝 맛은 후순위? NO!


곤파치는 유난히 청쾌한 나마비루 외에도모든 메뉴가 충분한 가치를 하는 보기 드문  다이닝입니다. 꼬치구이소바덴푸라심지어 갖은 종류의 스시나 신선한 야채오야꼬동 등의 식사류 또는 디저트류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모두 각 전문점 정도의 제맛을 냅니다객단가가 유난히 높은 식당들이 많은 지역임에도 합리적인 가격들의 메뉴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심지어 런치 시간에 제공되는 메뉴들은 대부분 1,000엔 대로 제공합니다.
5,000건 이상의 리뷰를 가진 곤파치 니시아자부 ⓒgonpachi_nishi_azabu 인스타그램 


명소를 만드는 포인트 6 – 지속가능한 자본력을 가진 운영 주체


곤파치는 글로벌 다이닝이 운영합니다. 글로벌 다이닝은 곤파치 외에도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형 외식 기업입니다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주인공이 일하던 카페신주쿠의 라보엠도대규모 동남아 음식점 몬순 카페도 글로벌 다이닝 산하의 브랜드입니다
글로벌 다이닝이 운영 중인 외식 브랜드 글로벌 다이닝 홈페이지 
글로벌 다이닝의 오너는 와세다 대학을 중퇴한 후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1973년 글로벌 다이닝의 전신을 설립했습니다실험적인 다이닝 공간을 시도하기도 하고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상업 시설로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들을 가능케 했습니다코로나 시절 정부의 단축영업 명령에 대해 영업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소를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50여 년의 축적된 영업력과 자본력은 도시와 함께 호흡하고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지속 가능케 하였습니다.
[공간 정보]
인스타그램 : gonpachi_nishi_azabu
홈페이지 :https://gonpachi.jp/nishi-azabu/
주소 : 西麻布1-13-11, Minato-ku, Tokyo, Japan 106-0031
노윤영

노윤영

리테일 전문가 / 전)쿠시먼앤웨이크필드

브랜드 스토어 개발을 시작으로 상업용 부동산에 입문하여 세빌스코리아와 쿠시먼앤웨이크필드에서 리테일 부동산 자문을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