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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역을 갔을 때, '이 동네 맛고수, 놀이고수를 만나고 싶다. 그들이 노는 곳, 단골인 가게를 알고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적 있으시죠? 낯선 지역에서 괜찮은 공간을 찾을 때 신뢰도 높은 방법 중 하나가 고수의 추천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죠. 또한 그들의 추천과 콘텐츠는 동네의 매력을 느끼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티&amp;'이 일상의 즐거움을 1g 더해줄 숨은 고수, 로컬 크리에이터의 공간 소개 시리즈를 선보입니다.&nbsp;시작은 직장인으로, 동네 주민으로 수십년간 여의도 안에서 맛을 탐험한 맛고수의 '맛기행' 장소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살아있는 동네 찐 고수를 발굴해 여러 지역의 매력적이고 개성 강한 공간들을 소개하겠습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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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마음만은 저속노화 식단의 시대를 살아가기에, 고탄고지 빌런 그 자체인 중국음식점에 가기 위해서는 나름 용기가 필요하다. 2주 만에 놀랍게 감량시켜 준다는 기적의 양배추 요리 숏츠와 릴스를 수십 개씩 보던 어느 날,&nbsp;마치 실제로&nbsp;2주간 채소찜과 샐러드만 먹은 사람처럼 탕수육과 간짜장이 간절해졌다.&nbsp;그렇다.&nbsp;쿨타임이 찬 것이다.&nbsp;예전에는 몰랐던 취나물의 향취를 알고 생선 매운탕이 아닌 지리의 맑고 시원함을 알고 이제는 제법 어른의 입맛이 된 듯 우쭐하다가도 혈중 짜장 농도가 희박해지면 간짜장 너 아니면 안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길 막힘 걱정 없이 갈 수 있는 간짜장 잘하는 집들을&nbsp;AI보다 빠르게 읊을 수 있지만 무릇 사자가 토끼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하는 법.&nbsp;행여나 새로운 집을 놓칠까 큰 기대 없이 검색창을 열었다.&nbsp;어라?&nbsp;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익히 아는 맛집들 사이에서 처음 듣는 이름을 만났다. ‘호화대반점?&nbsp;뭐야 호화반점 짭이야?&nbsp;그 옛날 압구정 갤러리아 건너편 골목에서 영양센터를 마주하고 있던 그&nbsp;&lt;호화반점&gt;&nbsp;친척이야?&nbsp;주문하고 컵에 물을 따르자마자 곧바로 탕수육이 탁자에 날라져 오던 그 집?’&nbsp;호기심과 사명감이 끓어올라 바로 검증 차 방문했다.
유리로 된 아치형 천장 아래 좁게 뻗은 상가 계단을 내려가서 한 번 꺾어지면 바로 목적지다.&nbsp;마치 승부를 앞둔 쿵푸팬더처럼 빼꼼 들여다보며 살짝 불안해졌다.&nbsp;전형적인 노포 맛집의 외관인데 그동안 불철주야 가동해 온 먹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은 맛집이 이토록 가까이에 심지어 여의도 안에 존재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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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left;">여러 의미로 눈길을 사로잡는 호화대반점 외관 ⓒ여의도 먹장금</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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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인상은 만두를 파는 중국집이다.&nbsp;만두 사랑 필자의 편견에 따르면 중국 음식점은 만두를 파는 중국집과 딤섬을 파는 중국집 두 가지로 나뉜다.&nbsp;요즘 무려&nbsp;3만 원을 넘기기 시작한 한우 트러플 짜장면집들은 대부분 쉐프가 빚는 딤섬을 팔고, 아직 가슴이 수긍하는 가격의 중국집들은 주방장이 빚는 만두를 판다.&nbsp;역시나 일일 수량이 한정된 수제 군만두 메뉴가 벽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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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left;">바삭한 만두를 한 입 베어물면 육즙이 퍼지는 겉바속촉의 정석 ⓒ여의도 먹장금</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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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짜장을 먹고 싶어서 왔지만 사실 이 간짜장은 단독 식사 메뉴를 뜻한다기 보다는&nbsp;(탕수육과 깐풍기를 먹은 다음에)&nbsp;간짜장을 먹고 싶다는 복합적이고 외교적이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집합명사이다.&nbsp;순리대로 탕수육과 깐풍기 그리고 간짜장을 주문했다.&nbsp;평범한 단무지와 짜사이가 세팅 되고,&nbsp;다른 테이블 사람들은 주로 뭘 먹는지 염탐할 새도 없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아아 빙고!!&nbsp;가까운 시일 내 재방문이 확실시되는 식당을 새롭게 발견하는 이 희열이란!'
탕수육은 작은 사발에 건더기 없는 소스가 담겨 나오긴 하지만 고기튀김처럼 소금을 찍어 먹는 스타일이다.&nbsp;찍먹 부먹 따위 구분할 필요도 없다.&nbsp;조심스럽게 첫 입을 베어 물고,&nbsp;와 정말 주방에 숨어 계신 무림 튀김 고수를 향해 합장할 뻔했다.&nbsp;개인적으로 촉촉한 육즙 탕수육보다는 바삭 탕수육파로서 마치 솜사탕 피로 감싼 듯 얇고 보들하게 튀겨져서 바삭한데 또 쫀득한 맛이 실로 만족스러웠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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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left;">두툼한 고기와 얇은 튀김옷이 인상적인 탕수육 ⓒ여의도 먹장금</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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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기대 이상의 탕수육에 절대 뒤지지 않는 대박 깐풍기!&nbsp;이것은 유린기인가 양념치킨인가?&nbsp;닭고기로 빚어낼 수 있는 최애 중식 메뉴 중간쯤에서 어떻게 이런 황금 밸런스를 찾아냈지?&nbsp;가히&nbsp;&lt;호화튀김대반점&gt;이 아닌가.&nbsp;나중에 수 차례 재방문 끝에 맛본 팔보채,&nbsp;깐소새우,&nbsp;잡탕밥,&nbsp;볶음밥,&nbsp;짬뽕 등등 대부분의 메뉴가 평균치를 웃돌며 훌륭했지만 이 깐풍기는 자칫 눅눅해질 수 있는 양념을 이겨낸 강력한 바삭함과 과하지 않은 달달함의 조화가 정말 혀에 딱 앵겨 와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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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left;">바삭함과 달달함의 조화가 기막힌 깐풍기&nbsp;ⓒ여의도 먹장금</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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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처음에 몽땅 주문한 탓에 정작 오늘의 명분 간짜장은 메인 요리에 밀려 짜게 식어간 후에야 맛을 보게 되었다.&nbsp;아니 근데 식었는데도 이렇게 맛있으면 정말 찐사랑이 아니겠는가.&nbsp;일반적인 간짜장처럼 달달 볶아서 면과 따로 나오지 않고 짜장을 면 위에 올려 나오는 게 특이했는데 결론적으로 간짜장도 역시나 필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nbsp;주인장께 여쭤보니 이 건물 지하 자리에 계속 중국집이 들고 났지만 지금의&nbsp;&lt;호화대반점&gt;이 문을 연 건&nbsp;6년 전이라고 한다.&nbsp;이럴 수가.&nbsp;무려&nbsp;6년이나 이렇게 취향 저격인 중국집이 실존하는 멀티 유니버스를 몰랐 다니 이렇게 억울할 데가 없다.
여의도에는 화려한 마천루의 위용을 자랑하는 신축 빌딩에 잘나간다 싶은 핫플이 늘 새로 입점하고 있고,&nbsp;한편으로 이게 언제 지어진 건물인가 싶은 허름한 상가의 지하 미로에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맛집들이 여전히 공존한다.&nbsp;그 수많은 간판들과 뻔한 여의도 밥집들을 눈 감고도 줄줄 꿴다 자신했건만 바로 등잔 밑에 존재해 왔던,&nbsp;하지만 완벽하게 몰랐던 낯선 상가에서 소울푸드를 발견한 기쁨이 참으로 장했다.&nbsp;누군가 필자에게&nbsp;“그래서 서울 시내 최고의 간짜장인가요?”라고 물으면 자신 없다.&nbsp;하지만 적어도 누가 뽑았는지도 모를,&nbsp;그리고 무엇보다 나머지 두 집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서울&nbsp;3대 짬뽕류 홍보를 믿는 거보다는 분명 가 볼 만한 집이니 한 번 탐험해 보시라 권해 본다.
이제 냉장고 야채칸에서 시들고 있는 양배추들만 남몰래 처리하면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다. “괜찮아.&nbsp;먹으면서 기분 좋고 행복했으니 짜장면은 정속노화 식단이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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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지하 상가에 위치한 '호화대반점'은 6년 동안 숨겨진 맛집으로, 탕수육, 깐풍기, 간짜장 등 다양한 메뉴가 훌륭하다.

“괜찮아. 짜장면은 정속노화 식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