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전공하고 공간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 로컬스티치 김수민입니다. SPI에 종종 공간 기획과 운영에 관련된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건축을 공부하고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부동산금융인 분들과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을 공유하려 합니다.

책 소개를 제안받고 단번에 떠오른 것은 지난 금융인의 서재에서 황두진 건축가님이 소개한 <건축하지 않은 건축가>입니다.

<건축하지 않는 건축가>는 건축가의 이론과 설계가 도시 구성원의 공감을 받는 시기와 그렇지 못한 시기가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현재 새로운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을 전해 줍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현재의’ 방식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를 만드는 방법론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연장선 상에서 토마스 헤더윅의 <더 인간적인 건축>을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그의 결과물에 나타나는 위트와 디테일은 언제나 주목할만 합니다. 건축이 도시와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과 경험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오늘 한국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해외 도시들을 방문할 때면 동네 시장의 정육점과 빵집의 작은 이름표에서도 멋진 취향과 디자인 감각을 발견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것은 도시를 만드는 계획가와 건축가, 부동산 전문가, 지자체 관계자 등 공간을 만드는 이해관계자가 사용자 경험과 디테일, 오리지널 측면에서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노력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 경험을 만들어 주고 그 경험을 가진 개개인이 도시의 생산자가 되어 전체 도시의 취향과 맥락을 만듭니다

서울을 포함한 한국의 크고 작은 도시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부동산-금융-건축-도시-디자인 영역의 플레이어들의 생각과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시를 밸류애드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자원을 활용하는데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원을 적정하게 사용하는 것은 투입되는 재화를 아끼고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이후 세대의 부담을 줄입니다. 지구적 지속가능성과 환경에도 긍정적입니다. 생산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과 협업이 꾸준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도시와 공간 디자인에 대한 동시대적 고민에 대해 함께 한다면 다음 두 권도 추천합니다.

나가오카 겐메이는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를 통해 디자이너의 역할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뿐인 것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참고로 <건축하지 않는 건축가>의 원제는 ‘건축가의 해체’이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겐메이의 책 제목을 오마주 하였습니다.

<철학과 굴뚝 청소부>를 쓴 사회학자 이진경이 쓴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은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공간과 도시 구성요소의 형성 과정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합니다. 도시와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요소가 사람과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사적 시간을 통해 보여 줍니다.

부동산금융인의 서재 <14>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