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했던 주식시장
최근 2주간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있었습니다.
4월 2일 트럼프는 이날을 ‘Liberation Day’로 칭했습니다. 즉, 불공정한 무역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라고 의미를 내세우며 관세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추가로 적용하겠다는 강한 조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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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관세 발표 직후 S&P500 지수는 급락했고, 이틀간 시가총액 약 1경 원 이상이 증발했습니다. 제한적 관세를 예상했던 시장의 예측과 달리 실제 강도는 훨씬 높았습니다. 각국이 보복에 나서서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번지면 비용이 급증하고 공급망이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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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CBOE Volatility Index) 역시 급등했습니다. 일반적으로 30을 넘기면 시장의 공포 심리가 심각하다고 해석하는데, 이번에는 한때 60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GFC)와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유례없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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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과 달러도 외면한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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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국채와 달러가 동시에 외면받은 상황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부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채는 하락 폭을 만회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국채금리는 거의 모든 자산 수익률의 기준이 되는 무위험 수익률 역할을 합니다.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부터 개인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대부분이 국채금리를 기반으로 산정됩니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 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해 투자나 고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계 역시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수준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국채 발행 비용을 더욱 증가시키고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부담을 가중하는 악순환에 빠뜨릴 위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동안 주식시장 하락에 개의치 않아 하던 트럼프 대통령조차, 채권시장이 발작하면서 금리가 급등하자 정책 기조를 톤다운 시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채가격 급락은 헤지펀드의 전략 때문?
국채금리 급등의 원인이 헤지펀드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핵심은 ‘국채 베이시스 트레이딩(Treasury Basis Trading)’입니다. 이 전략은 일반적으로 국채 현물을 매수하고 동시에 국채 선물을 매도하는 구조로, 만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basis)가 좁혀지면서 수익을 냅니다. 매우 얇은 가격차이를 활용하기 때문에 보통 20배에서 50배, 많게는 100배의 레버리지를 동원합니다.
2022년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레포(repo) 금리가 상승하면서 국채 보유 비용(carry cost)은 증가한 반면, 국채 선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베이시스 트레이딩의 수익 기회가 커지면서 많은 헤지펀드들이 포지션을 구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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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연준의 긴축, 물가 상승 지속, 재정 적자 확대 등 복합적 요인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 전략의 손실도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른 마진콜이 발생하자 손실 회피를 위해 대규모로 국채를 매도하며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국채가격은 더 하락하고, 이는 또다시 연쇄적인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레버리지를 동반하는 전략의 시장 집중도가 매우 높은 상황인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급격한 포지션 청산이 이번 국채 금리 급등을 초래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의 국채 대량매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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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의 매도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의 일환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있습니다. 즉, 대규모로 국채를 매도해서 시장을 흔들고,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미국 경제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이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를 가속화시켜 국채 입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재정 부담을 키움으로써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다만, 이러한 추측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며 실제로 중국이 어떤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누가 팔았냐’가 아니다
헤지펀드던 중국이던 ‘누가 팔았냐’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왜 안 사느냐’입니다.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공포지수 급등하는 상황 속에서도, 과거라면 당연히 수요가 몰렸을 안전자산 국채와 달러가 외면받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신뢰 자체를 재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는 단순히 미국의 돈(경제력)과 힘(군사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법치주의, 제도의 투명성, 정책의 일관성,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 독립성을 가진 기관의 역할 등 복합적인 요소가 쌓여 만들어진 제도적 신뢰가 기반입니다. 이 신뢰는 시장에서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행정명령 등이 누적되면서 미국이 스스로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케이티 마틴은 이를 두고 “시장이 이제는 미국 자산에 대해 새로운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자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와 미국 국채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안전자산입니다. 달러는 이미 전 세계 무역, 투자, 결제의 표준 통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처럼 남들이 쓰니까 나만 안 쓸 수 없는’ 네트워크 효과가 구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달러를 대체하자면 새로운 통화 질서를 수립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불확실성과 혼란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달러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완전한 ‘탈달러’를 시도할 만큼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채가 달러 패권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과 연기금 등은 유동성이 높고 신용도가 확실한 자산에 가치를 저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미국채만큼 시장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깊은 자산은 아직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채 금리는 전 세계 모든 자산의 할인율 역할을 하며, 각종 파생상품, 레포거래, 헤지펀드 전략 등에서 담보자산으로 쓰입니다. 위기 시에는 연방준비제도가 ‘최후의 보루(backstop, lender of last resort)’로서 개입하여 자산을 사들이고 시장 붕괴를 막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시장참여자들 간에 공유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처럼 미국의 달러와 국채는 단순한 화폐와 채권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련의 사건들이 ‘신뢰’에 흠집을 냈지만,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안전자산이자 위험 피난처로서의 지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흠집이 일시적인 균열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손상인지입니다. 이번과 같은 충격이 반복되면 시장참여자의 기대와 가격 책정 방식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미국 자산 프리미엄에 일정한 변화가 누적될 수 있음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자료]
https://edition.cnn.com/2025/04/11/business/bond-market-trump-treasury-yield-rates/index.html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2025/04/regulating-imports-with-a-reciprocal-tariff-to-rectify-trade-practices-that-contribute-to-large-and-persistent-annual-united-states-goods-trade-deficits/
https://www.federalreserve.gov/econres/notes/feds-notes/quantifying-treasury-cash-futures-basis-trades-accessible-20240308.htm#fig2
https://www.federalreserve.gov/econres/notes/feds-notes/quantifying-treasury-cash-futures-basis-trades-20240308.html
https://www.ft.com/content/7a2b9d5c-03b0-491d-bf21-bac944004c3b
https://www.cnbc.com/2025/04/15/us-treasurys-selloff-what-happened-and-why.html
https://www.ft.com/content/f9025965-cc93-420b-9259-eef25e1f3178
https://www.mk.co.kr/en/world/11290545
https://www.wsj.com/finance/investing/the-simple-explanation-for-this-weeks-treasury-market-mayhem-9351f339
https://www.yardeniquicktakes.com/bond-vigilantes-remain-unhappy/
https://www.reuters.com/markets/us/trumps-focus-us-yields-fuels-bets-bank-leverage-rule-review-2025-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