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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큰 손들의 전유물에서 국민들의 ‘최애’ 노후 상품으로

2025.04.25 08:00:01

미국 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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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하반기 국내 한 매스컴을 통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으로 리얼티인컴(Realty Income)’이란 종목이 크게 주목받은 적이 있는데요. 리얼티인컴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 월마트, 테스코, 스타벅스, 아마존 등의 수많은 리테일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올리는, 우리에게 리츠라 불리는 상장사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미국 리츠 가운데 하나입니다.

리얼티인컴에 열광했던 이유는 30년여 이상(상장 이후 연평균 배당성장률 4.4%), 100회 이상의 분기배당 인상 등 장기간 보여준 배당 성장과 역량 때문입니다. 그만큼 리얼티인컴은 해마다 외형을 확장하고 임대수익을 증가시키면서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검증된 곳입니다. 리얼티인컴은 SK리츠가 최근 한 IR을 통해 배당 역량 측면에서만큼은 롤모델이자 지향점으로 표현하며 다시 회자되기도 했죠.

*리얼티인컴 포트폴리오(좌), 사이먼프라퍼티그룹 포트폴리오(우), 각사 IR 자료 

한 발짝 더 들어와보면 미국 리츠는 우리의 일상에도 보다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기도 여주, 파주, 시흥 등엔 신세계사이먼의 브랜드를 달고 영업하는 프리미엄아울렛이 있는데요. 이 곳들은 우리나라 신세계그룹과 미국 사이먼프라퍼티란 기업이 합작해서 국내 사업을 전개하는 곳들입니다. 사이먼프라퍼티(Simon property)란 곳이 바로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즉 리츠입니다.  사이먼프라퍼티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지에 오프라인 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울렛 등을 운영합니다.

이외에도 글로벌 물류 공룡이란 수식어로 묘사되는 프롤로지스(Prologis), AMT란 이니셜로 잘 알려진 통신탑 기업 아메리칸타워(American Tower),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황을 무색케 한 데이터센터 섹터 대장주 이퀴닉스(Equinix), 셀프스토리지로 유명한 퍼블릭 스토리지(Public Storage), 목재 리츠로 잘 알려진 와이어하우저(Weyerhaeuser) 등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 곳이 미국 리츠 시장입니다.

사실 알 만한 이들은 알지만 리츠의 본고장이자 고향은 미국입니다. 그만큼 오랜 역사 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을 갖추었고, 때로는 부침을 겪으며 성장한 금융상품이자 시장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국민들의 일상에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팽창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뿐 아니라 경제의 중심에 있는 플레이어이자, 미국인들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견고한 한 축입니다. 실제로 미국 리츠 시장의 위상은 수많은 지표와 데이터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첫 화에서는 미국 리츠는 어떻게 태동했고, 성장해왔고, 지금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해드립니다.

 

 부동산 투자의 대중화첫발오랜 침체기 딛고 도약


미국 리츠는 65년 전인 1960, 대형 금융기관과 부유한 개인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과실이 리츠를 통해 모두에게 향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미국리츠협회에서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소득을 창출하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즉 부동산과 주식 기반 투자의 가장 좋은 속성을 결합하는 방식을 만드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리츠가 첫 발을 뗏다고 묘사합니다.

물론 미국 리츠 시장이 태동 이후 바로 혹은 줄곧 성장했던 것은 아닙니다. 눈에 띄는 도약기를 맞은시점은 도입 후 30년 뒤인 1992년부터였습니다. 당시 저축대부조합 위기와 부동산 과잉 공급 등으로 부동산 회사들의 대출이 어려워졌고, 양도세 과세이연 혜택을 부여하는 등 리츠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본격 성장을 이뤘습니다. 1993년 한 해에 만 50개 달하는 리츠가 상장할 정도였습니다.

*미국 리츠 섹터 확대 흐름, 출처:Nareits

이후 리츠를 둘러싼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했습니다. 리츠 투자펀드는 1992년에 단 6, 10억 달러에 그쳤지만, 5년 뒤인 1997년에는 67, 132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미국 리츠 하나(에퀴티에지던셜) S&P500 지수에 편입되면서 하나의 유의미한 시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리츠 도입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명분은 ‘부동산 투자의 대중화’, 즉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과도 가까웠던 부동산 투자 수익을 국민 개개인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구축하겠단 그림은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리츠 시장의 초반은 우리나라의 지난 20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대목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침체기를 지나 2018년 본격 개화기를 기점으로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는 국내 리츠 시장을 떠올리게 하죠.

지금은 국내 리츠 투자자들은 고금리 여파에 불똥을 맞는 K리츠에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1년 후, 2년 후에는 과연 2022년 이전 수준의 정상화 궤도를 다시 그릴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K리츠의 정상화를 고대하지만,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역사가 깊은 미국 리츠 시장을 참고할 만한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리츠는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성장한 시장입니다.

 

미국인 절반이 리츠 투자, 핵심 재테크 상품


미국리츠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리츠 시장은 200여개 이상 리츠들이 시가총액 2,000조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규모 만큼이나 미국 경제에 미치는 리츠 시장의 파급력은 상당합니다. 미국 경제를 책임지는 주요 한 축이기도 합니다. 2023년 기준 약 350 개의 정규직 일자리에 해당하는 금액을 경제에 기여하여 2,780억 달러의 노동 소득 창출, 리츠에서 분배된 배당금 규모는 그 해만 1,108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보다 더욱 와닿는 데이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단적으로 미국에서는 리츠가 퇴직연금과 각종 펀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유효한 노후상품 중 하나입니다. 미국인들의 2명 중 1명이 401K와 같은 퇴직연금, 펀드 등 각종 루트를 통해 미국 리츠를 담고 있습니다. 65년여의 역사 속에 발전하면서 시장의 성장과 자금의 유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셈입니다.

*미국인들의 리츠 투자 참여 현황, 출처:Nareits

사실 K리츠가 국내에서 받는 대우를 생각하면, 미국 리츠에 대한 현지 국민들의 평가를 가늠하기 힘든데요. 이렇게 많은 미국인들이 참여해 시장을 키운 리츠 시장은 미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안팎으로 집계됩니다.  국내의 경우 1% 수준에도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그만큼 국내와 미국의 리츠 시장의 규모는 온도차가 크게 납니다. 달리 말하면 국내 리츠가 가진 성장 여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리츠는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글로벌 금융상품의 위치로도 빠르고 가파르게 올라서고 있습니다. 미국리츠협회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리츠 만의 접근 방식으로 리츠란 금융상품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도 자리를 잡고 있고, 현재 G7 국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약 2/3를 포함한 40개국이 리츠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며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제 부동산을 창출하는 수익 포트폴리오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고 리츠 상품의 세계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리츠의 전세계화, 출처:Nareits

미국 리츠는 전세계 1위의 위상이 말해주듯이 현지에서도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리츠가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견고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을 받고, 자금이 유입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다음 회차에서는 미국 리츠가 사랑 받는 이유,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강점이 무엇인 지 소개해드립니다

 

 

김시목

김시목

SPI 시니어 에디터

사람 만나고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상업용 부동산과 리츠, 펀드 등에 더해 주요 플레이어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