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미국 장기채 ETF에 대한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한 미국 투자증권 상위 종목 가운데 2위와 4위가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ETF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자들이 미국채 매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국채금리는 일반적으로 물가, 경기, 중앙은행의 정책 기대에 따라 움직입니다. 최근까지 국채금리는 상승 추세에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관세정책으로 인한 혼란, 연방정부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금리 상승세(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아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됩니다. 먼저, 최근 미국 주식시장 상승세가 둔화되며 주식 대비 채권의 높은 금리가 주는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졌습니다. 또한 향후 경기둔화로 인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장기채는 금리 민감도가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격 상승을 더 크게 누리기 위해서 장기채 ETF와 장기채 레버리지 ETF에 많은 투자가 몰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급증하는 정부부채와 채권시장 불안
그러나 금리인하만을 가지고 장기채 투자에 접근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최근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JPMorgan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5월 30일에 열린 레이건 경제포럼에서 미국의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부채 수준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였습니다. 그는 “채권시장에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최근 하원을 통과한 세법안이 제정될 경우 2.7조 달러에 이르는 적자가 추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정부부채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한 그는 과도하게 빚을 내는 정부에 맞서서 채권을 받아주지 않고 금리를 끌어올리려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는 국채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업 자금조달 비용 상승, 부동산시장 위축, 소상공인 대출 악화 등 실물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120%를 넘어서며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간 이자 지출만 1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는 국방예산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10년간 수천억 달러 이상의 추가 부채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채권시장 수급균형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다시 국채를 사줄 수 있을까?
2020년 팬데믹 당시 연준은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습니다. 무제한 양적완화(QE)를 단행하며 국채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연준의 국채 보유량은 약 5조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팽창했으며, 국채는 시장에 강력한 매수세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6월부터 연준은 양적긴축(QT) 국면에 진입하며 보유자산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QT는 만기 도래한 국채와 MBS에 대해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는 곧 국채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최근 연준은 은행시스템과 장기금리 안정화를 위해 QT 속도를 다소 완화하였지만, 여전히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팬데믹 이전 대비 매우 비대해진 상태입니다. 연준 내부에서도 지속적인 시장 개입이 자산가격 왜곡, 민간 부문의 시장기능 약화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상황은 과거 팬데믹 위기와는 달리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에서의 경기 둔화’라는 점에서 정책 대응이 복잡해졌습니다. 단순한 침체상황이라면 연준이 과감한 유동성 공급에 나설 수 있겠지만, 현재처럼 인플레 압력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나서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또한 연준이 국채를 사주는 행위는 장기금리를 억제하여 행정부를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부부채가 과다한 상황에서 연준이 재정지출과 적자를 직접 보조해 준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은행이 국채를 사줄 수 있을까?
연준 외에 국채의 또 다른 주요 수요처는 대형 은행입니다. 최근 들어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은행들의 국채 수요를 높이기 위해 SLR(Supplemental Leverage Ratio) 규제 완화를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습니다.
SLR은 은행이 보유한 총자산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을 유지하도록 규정한 비율로, 국채처럼 신용위험이 ‘0’인 자산도 총자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국채 보유가 많아질수록 비율을 준수하기 위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팬데믹 시기에는 연준이 일시적으로 SLR 계산에서 국채를 제외해 주는 조치를 취했고, 이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는 2021년 3월 종료되었고, 이후 대형 은행들의 국채 보유 확대는 규제상 제약을 받게 되었습니다.
6월 3일 BNY Mellon의 매크로 애널리스트 John Velis는 SLR 규제완화가 장기 국채금리 하락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 이유는 은행의 국채 보유 비중이 이미 총자산 대비 15% 수준으로 역사적으로 높은 상태이며,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은행들이 장기금리 리스크에 대해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규제 완화 이후 국채를 사들이더라도, 이는 단기물 중심의 운용일 가능성이 높아 장기금리 하락에는 제한적 효과만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보다 더 탄탄한 근거가 필요
미국 국채는 여전히 나름의 투자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제공하며,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와 함께 채권가격 상승이라는 자본이익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연준의 정책 전환 여지, 정부의 재정건전성 회복 노력, 그리고 국채시장의 수요-공급 균형 확보가 그 핵심입니다.
현재는 이와는 반대 방향의 위험 요인들이 더 부각되고 있는 국면입니다. 연준과 은행의 투자여력은 크지 않은 반면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국채 공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수요가 약화된 상황에서 공급 확대가 이어진다면, 이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을 ‘투자 적기’로 단정하기보다는, 수급상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인 금리인하 기대에만 의존해 장기채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예상치 못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1) https://www.wsj.com/finance/jpmorgans-jamie-dimon-predicts-crack-in-the-bond-market-citing-u-s-fiscal-mess-9d90cb3f
2) https://finance.yahoo.com/news/jpmorgans-jamie-dimon-is-getting-louder-about-his-us-debt-worries-175626002.html
3) https://www.marketwatch.com/story/treasury-secretary-bessent-has-a-plan-to-bring-down-long-term-yields-but-will-it-work-bbe73dfe
4) https://www.forbes.com/sites/petercohan/2025/06/03/jpmorgans-jamie-dimon-sees-bond-market-crack---why-and-what-to-do/
5) https://www.bny.com/corporate/global/en/solutions/capital-markets-execution-services/iflow/short-thoughts/slr-and-srf-two-elements-of-treasury-market-resiliency.html
6)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files/monetary20250319a1.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