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유상증자를 해야만 합니다. 리츠를 분석하는 입장에서 왜 유상증자가 필요한 지, 배경과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또한 시장에서 반복되는 주가 급락에 대해 우리나라 제도가 갖는 특수성을 해외 사례와 비교하여 설명,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유상증자에 대해 어떤 시선을 바라봐야 하고 대응해야 할 지도 함께 언급해보았습니다.
유상증자의 효과 – 성장 그리고 비용 감소
리츠가 유상증자를 하게 되는 배경으로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새로운 자산을 편입해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또는, 지출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당장 또는 장기적으로). ‘그냥 자산을 편입할 수도 있는데 왜 꼭 유상증자를 해야하나’라는 질문에는 리츠가 다른 일반 주식회사와 다른 차별화된 구조에 답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이 새롭게 투자에 나선다면, 기존에 모아둔 이익잉여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한 해 벌어들인 수익에서 배당 등을 제한 뒤 남은 금액을 잉여금으로 적립) 그러나 리츠는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잉여금을 적립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가상각비 범위에서 초과 배당하기 때문에 벌어들인 수익보다 더 큰 돈이 나가면서 결손금이 쌓이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신규 자산 편입을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최대로 활용하더라도 유상증자가 필요합니다.
‘유상증자를 감내할 만큼 신규자산 편입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라고 질문하실 수 있습니다. 부동산의 속성으로만 리츠를 바라본다면 개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짜 부동산을 가지고 임대수익만 잘 나오면 그만이죠.
그러나 주식 관점에서 리츠를 바라본다면 규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1)자산편입은 주식(기업)의 성장을 말합니다. 2)유동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3)거래량이 많을수록 주식(기업) 가격은 정보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형성됩니다(각 부분에 대한 상세 설명은 추후 상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주식으로서 리츠는 성장을 도모하고 유동성을 확보해 갈 유인이 존재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리츠는 아직 미비하기에 증자를 통한 편입이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증자를 하는 경우입니다. 주주 돈으로 빚을 상환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며, 필자 역시 우리나라 유상증자 제도상 해당 목적만을 위한 증자는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사례는 리츠를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이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리츠에서도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재무건전성은 리츠의 가치를 드러내는 핵심 지표로 활용됩니다. 리츠 목표주가 산정 시 가장 많이 활용되는 NAV(순자산가액) 계산과 더불어 신용평가 주요 방법론에서 리츠 등급을 평가할 때 재무건전성 지표 가중치는 50% 과반을 넘어갑니다. 부채를 잘 관리하는 것이 리츠 운용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고, 전략적 차원에서 증자를 통해 채무 상환 시 재무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면 이는 올바른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과도한 주가 급락을 유발하지 말 것, 2)상환 이후 가시적인 개선 효과가 즉시 나타날 것, 3)충분한 사전예고와 IR 활동을 통해 'Debt Rebalancing' 효과를 어필할 것. 이어서 해외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국내 제도상에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과 함께 국내 AMC가 벤치마킹해야 할 포인트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해외 리츠 유상증자 사례에서 말해주는 것,
투명성과 신뢰도가 바탕이 되면, 효율적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리츠에게 있어 증자는 필수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리츠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각 나라의 구조적, 제도적 차이에 따라 증자가 이뤄지는 방식과 시장의 해석이 크게 다른 것이 현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리츠 자금조달의 반복성과 목적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 중심의 시장(특히 미국)의 경에 증자 시 할인율이 낮고, 절차가 빠르고, 발행가 투명성이 높아 유증에 따른 가격 충격을 최소화합니다.

미국 리츠 시장은 선등록제도를 기반으로 한 수시발행제도인 ATM(At-the-Market) 증자 방식을 보통 활용합니다. 시장에 발행 규모를 사전에 공시함으로써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후에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분산 매도 발행을 통해 증자 자금을 조달합니다. 시장가격에 발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할인율 없이 시장 상황을 보면서 자금을 유연하게 조달할 수 있습니다. 증자 자체에 대한 시장 판단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증자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장 왜곡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적, 제도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도 주주우선배정 방식의 증자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기관 수요예측에 기반한 공모 방식이 보다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증자 공시 이후 해당일 종가를 기준으로(종가에서 예상 배당금 차감) 할인율은 대개 2~5%이며, 할인율 밴드에 따른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최종 발행가가 결정됩니다. 증자 공시부터 신주 납입까지 2주가 채 소요되지 않습니다. 배당 권리락을 반영한 기준가에 할인율이 더해지다보니 시중 가격 대비 낮은 금액으로 신주가 상장되지만, 낮은 할인율과 기관 장기 보유 중심의 투자 구조로 단기 주가 반응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주주우선권이 강력하게 보호되는 국내 상장 리츠의 경우 대부분 주주배정 일반공모 방식으로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에게 공평한 기회 보장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최초 유상증자 공시 이후 청약, 납입을 거쳐 최종 신주가 상장되기까지 평균 2~3개월이 소요되며 해당 기간 동안 주가는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유상증자의 목적과 배경을 떠나, 3개월의 증자 과정에 있어 우리나라 시장 참여자들은 ‘합리적인 매도’에 나서게 될 유인이 큽니다. ‘유상증자=악재, 단기 주가 하락’의 시장 믿음이 만연할 경우, 신주인수권을 활용한 시세 차익에 나설 수 있습니다. 신주배정 기준일 이후에도 약 한달 이상의 시차가 존재하며, 현 주가 대비 신주 발행가액이 더 낮아질 것이라 판단한다면, 본 주식 고점 매도, 신주인수권을 활용한 저점 매수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유상증자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자기충족적 예언’이 현실화되면서 시장의 과잉반응을 유발하여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상황입니다.
제도적으로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경직된 주주배정 일반공모 방식이 활용되면서 시장 가격 왜곡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제3자배정(기관 수요예측 포함, 주주배정)에 있어 현실적인 제약(빈약한 기관 참여, 최대주주 지분 요건 및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상증자=주가하락’이라는 선입견이 국내 상장 리츠 자금 조달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츠 유상증자를 대하는
AMC와 투자자에게 드리는 조언
유의미한 시장 변화(기관 참여 독려)와 제도적 보완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리츠의 실질적인 운영주체인 AMC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유상증자는 곧 주가하락이라는 선입견을 타파하는 것입니다. 리츠의 증자는 앞서 설명한 바 성장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편입 자산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분명 중요하지만, 개인 투자자 중심의 국내 시장 구조를 감안하여, 증자 이후 리츠 투자 지표(주당 NAV, 주당 DPS) 비교와 같은 직관적 설명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증자로 인한 리츠 성장을 부각하여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극적인 기관 IR을 토대로 우호적인 기관을 확보, 제3자배정 기관 유상증자 횟수를 늘리는 것 역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리츠를 투자처로 선택한 개인투자자라면, 유상증자가 단순히 주가 희석이나 단기 조정의 원인으로만 비춰져선 안 됩니다. 특히 상장 리츠의 유상증자는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닌,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성장 전략의 일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츠는 자산을 편입하고, 그에 따른 배당 여력을 키워가는 구조적 특성을 갖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유상증자입니다. 다시 말해, 유상증자는 외형 확장과 배당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필연적인 성장의 과정입니다. 소액 투자자들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리츠가 추구하는 장기적 가치 창출의 궤적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리츠를 투자함에 있어 기간수익률(배당수익률과 주가수익률의 합)를 고려한 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배분 전략을 실천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앞서 설명 드린 리츠의 구조와 우리나라 리츠 증자 제도에 대한 설명이 국내 상장리츠 유상증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리츠는 단기 주가보다 자산 가치와 배당 흐름에 주목해야 하는 상품입니다. 성장을 위한 유상증자도 그 관점에서 바라볼 때, 훨씬 입체적인 판단이 가능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