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세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의, 식, 주가 그것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 ‘주’에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리츠의 기초자산은 오피스, 물류센터 등 일상적으로 우리 주변에 있지만, 실제로 잘 와닿지는 않을 수 있는 자산입니다.
하지만 집은 다릅니다. 내 공간이자, 내 휴식터로 집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은 좋은 오피스, 최신식 물류센터가 주는 매력과는 별개의 사안이며, 말 그대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죠.
때문에 일본에 상장된 임대주택 리츠들 또한 자료를 통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이 얼마나 살기 좋은 지를 강조합니다. 오피스 리츠들이 외국계 회사의 본사가 임차인으로 있으며, 층고가 얼마나 높고, 로비가 얼마나 세련됐는지 등을 언급할 때, 임대주택 리츠들은 주방 구조를 어떻게 바꾸었고, 리모델링한 욕실이 더 깔끔하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일본 임대주택 리츠는 2004년 'Japan Residential Investment Corporation', 현재 'Advance Residence'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설명과도 같이, 임대주택 리츠는 타 섹터 대비 높은 성장성을 자랑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고 낮은 경기민감도와 꾸준한 임대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임대주택 리츠를 볼 때 주목할만한 점은 주요 섹터 중에서도 배당수익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6월 말 기준 임대주택 리츠의 시가배당률은 가중평균 기준 4.29%로, 4.46%의 오피스, 4.84%의 다각화, 5.35%의 리테일, 6.2%의 호텔 등과 비교해 낮고, 미즈호 증권에서 집계하는 월말 일본 리츠의 평균 시가배당률인 4.9% 대비해서도 유의미하게 낮습니다.
이는 일본 임대주택 리츠의 두 가지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일본에서는 1991년 차지차가법이라는 법이 공포되는데, 이는 풀어서 보면 '땅과 집을 빌리는 것에 대한 법'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땅과 집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는 모든 임차인에 대한 보호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임대차 계약의 갱신 거절 및 해지 요건을 정의한 제28조, 그리고 임대료 증감에 대한 요건인 제32조를 들 수 있습니다. 제28조에서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고 기재되어 있고, 임대인이 임의로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는 것이 실제로 매우 어렵고, 재건축의 경우에도 그대로 건물을 사용할 경우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할 정도가 돼야 재건축을 목적으로 임차인과의 계약을 종료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기준을 요구합니다.
제32조에서는 임대료의 상승 또는 하락 시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호 동의가 필요하며, 동의가 되지 않는 경우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기존 임대료만 지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에 더해 임대료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세금 제도가 바뀌어 부담이 커지거나, 주변 건물과 비교할 때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한해 법정에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두 조항을 포함한 차지차가법은 당연히 임대주택의 임대차계약에도 적용되고, 때문에 리츠 입장에서는 기존 임차인과의 동의 없이는 새로운 임차인을 받는 것도, 기존 임차인의 임대료를 올리는 것도 어렵습니다. 상가의 경우에는 이런 특징을 살려 3대, 4대째 이어지는 우동집 등이 명물로 남을 수 있었지만, 임대주택 내의 수많은 임차인과 임대료에 대한 협상을 매번 진행해야 하는 임대주택 리츠 운용역의 노고도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굳이 비싼 임대료를 주고 도쿄 중심부에 살아야 할 필요가 없었던 2021~2023년 시점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Comforia Residential REIT'는 매 반년마다 전체 임차인 중 10% 내외의 계약이 만료되며, 임차인 교체 시 임대료 상승률이 빠르게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낙폭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나라와 같이 통상 2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는 일본의 임대주택에서도 거시경제의 변화가 큰 시점에 임대료 또한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위 차트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 상승률을 기록한 2020년 1~7월에 계약한 임차인들의 임대차 만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들이 떠나고 새로 들어온 임차인의 임대료 하락률은 무려 8~9%로, 당시 상승률보다 더 큰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차지차가법과 통상 2년 간의 임대차기간은 리츠에게 불리한 시점에 만기가 도래하는 임차인들에 대한 리츠의 가격결정력을 크게 낮추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임차인은 재계약을 통해 0~1%대의 임대료 인상에 합의,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그 상승 여력이 다른 상업용 부동산 대비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임대주택 리츠의 낮은 시가배당률을 설명할 수 있는 한 축입니다.
다만 팬데믹 기간과 그 이후의 임대료 하락은 현재 반전되었으며, 다시 도쿄 중심부로 기업과 직장인들이 모여들고 있는 최근에는 임대주택 리츠의 가격결정력이 크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급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도쿄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매보다는 임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또한 리츠의 임대료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모습입니다.

두 번째 이유 역시 국내와 비슷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펼치며 일본에서도 빠르게 물가 상승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대비 2021년 단 5%만 높아졌던 일본의 공동주택 개발비는 1년만에 다시 5%, 그 1년 후에는 10% 이상 올라 신규 자산의 개발 난도를 빠르게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임대주택을 편입하는 리츠가 신규 자산을 취득할 시에 오히려 배당수익률을 저해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리츠는 신규 자산 대신 안정화된 자산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Advance Residence'는 현재 보유 중인 2만2,900실의 임대주택 중 35%에 달하는 약 8,000실의 임대주택에 대한 장기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으며, 비용 안분과 배당 방어를 위해 13년간 이를 나누어 리모델링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러한 리모델링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투입되고, 임차인을 내보낸 뒤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임차인을 받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무수익기간도 감내해야 합니다. 실제 임대주택 자산을 개발, 운용하는 'Sekisui House'의 4월 결산 자료에서는 임대료가 빠르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건물들의 장비 교체 등 자본적지출(capex) 투입의 영향으로 실제 이익의 증가는 없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리츠들이 늘어난 임대료를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며, 'Advance Residence'의 장기 계획 또한 한동안 유사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듯 팬데믹을 거치며 자산의 공실률을 방어하고, 임차인의 임대료 하락 요구를 잘 이겨내는 데 집중했던 임대주택 리츠들은 이 기간을 잘 버텼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향후 어떻게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역시 함께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 도쿄의 유입 인구와 주택 분양 가격, 도쿄 주민들의 평균 소득이 모두 상승세를 보이면서 임대주택 리츠에는 우호적인 상황이 나타난 점을 고려할 때 임대주택 리츠에 대해 알아볼 필요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