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츠 시장의 본고장 미국 역시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2022년 불어닥친 고금리 시대의 파고에 매우 고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에퀴닉스, 디지털리얼티 등을 위시한 데이터센터 섹터와 같은 ‘뉴 이코노미’ 자산의 경우엔 계속해 가공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셀프스토리지’ 역시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섹터 중 한 곳입니다. 그중에서 반세기 이상의 업력을 가지고 꾸준히 미국 셀프스토리지 시장의 개척자이자 대장의 위상을 가진 곳이 있습니. 바로 퍼블릭스토리지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매장 수 등 물리적인 규모 면에서만 보면 더 큰 리츠는 따로 있습니다. 엑스트라스페이스란 셀프스토리지인데요. 2023년 업계 5위 플레이어(라이프스토리지)를 인수하면서 규모 측면에서는 퍼블릭스토리지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여전히 엑스트라스페이스(시총 300억 달러)보다 퍼블릭스토리지(510억 달러)가 높습니다. 직접 운용 방식의 차별화된 구조를 차치하더라도 시장에선 퍼블릭스토리지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 브랜드 가치 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엑스트라스페이스의 사례와 같이 셀프스토리지 섹터는 인수합병이 가장 왕성한 자산이기도 합니다. 영세 창고 공간을 모태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일정 부분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영세형 창고를 넘어 중소형 플레이어들이 늘어났고, 지금의 대형 플레이어들로 재편되었습니다. 퍼블릭스토리지 역시 수 차례의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또한 미국을 넘어 유럽 시장으로도 확장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퍼블릭스토리지 등장과 성장, 만개한 셀프스토리지 섹터
셀프스토리지는 개인이나 법인 고객의 물건과 물품을 단기 혹은 중장기적으로 빌려주는 공간, 즉 창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셀프스토리지 업체들은 이 창고의 공간을 대여하면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셀프스토리지 리츠의 경우엔 이를 통해 투자자(주주)들에게 임대수익과 추가수익 등을 분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리츠의 대표 셀프스토리지는 퍼블릭스토리지와 엑스트라스페이스가 있습니다. ‘퍼스트무버(First mover)’와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 비유되는 최상위 플레이어들입니다.

퍼블릭스토리지는 ‘퍼스트무버’ 답게 미국 셀프스토리지 업계를 넘어 셀프스토리지 리츠의 개척자로 묘사됩니다. 지난 1972년 첫 번째 셀프스토리지가 문을 열었는데요(1970년대에는 리츠 구조가 아닌 법인 구조). 미국 서부인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성장해 50년을 훌쩍 넘은 지금은 3,000개에 넘는 셀프스토리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퍼블릭스토리지의 성장 자체가 셀프스토리 섹터와 리츠 시장 전반의 확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퍼블릭스토리지는 이미 1980년대부터 미국 최고의 셀프스토리지 플레이어 반열에 올랐습니다. 사람들의 인식 역시 단순한 창고의 이미지를 넘어 미국 전역에 '셀프스토리지'란 섹터를 각인시킨 곳이기도 합니다. 퍼블릭스토리지는 1984년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고, 1995년에 자금조달에 이점이 있는 지금의 리츠 구조로 자리잡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을 넘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으로 확장했습니다. 2006년 유럽 셀프스토리지 브랜드인 슈가드(Shugard) 스토리지 인수가 기점이었습니다(현재는 35% 안팎의 지분을 보유).

사실 셀프스토리지 업계를 논할 때 퍼블릭스토리지와 함께 엑스트라스페이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후발 주자이지만 외형을 빠르게 키우면서 퍼블릭스토리지를 턱밑까지 추격한 곳인데요. 언급한대로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자산 규모는 이미 퍼블릭스토리지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퍼블릭스토리지와 엑스트라스페이스는 경쟁자이자 동업자로 셀프스토리지 시장의 양적, 질적 발전을 동행하고 있습니다.
금융상품으로서 셀프스토리지, 그중 퍼블릭스토리지의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대형 이벤트에도 크게 흔들림 없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저금리 국면에서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이 치솟은데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유휴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지 등을 배경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며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임대료와 공실률 등은 모두 전고점을 돌파하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2022년 고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분위기는 확연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셀프스토리지의 임대료와 공실률은 오히려 지표가 둔화 혹은 후퇴하는 흐름을 보이는 등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주가에도 그대로 나타났죠. 물론 고점 대비 내려오긴 했지만, 전통 섹터(오피스, 물류, 리테일 등) 리츠들과는 비교우위의 방어력을 보였습니다. 올해는 셀프스토리지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퍼블릭스토리지가 겪은 위기의 순간, 그리고 분위기 변화
셀프스토리지 업계는 고금리 국면과 함께 2023년과 2024년 공급과잉 이슈란 변수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호황을 누리던 물류센터 업계가 공급과잉 이슈란 후유증에 시달린 것과 비슷한데요. 셀프스토리지 업계 역시 급증한 수요로 개발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우려를 키웠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려가 현실화했고, 대도시 인근 셀프스토리지의 경우 임대료 성장이 둔화되거나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와 외부 변화가 주는 영향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정작 플레이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퍼블릭스토리지의 경우엔 여느 ‘골리앗’ 리츠가 누리고 있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대표적인 곳입니다. 미국과 유럽 시장 최상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업 연속성도 꾸준히 증명되어 왔습니다. 일례로 리츠 수익의 중요 요인은 임대율, 그에 연결되는 임차인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퍼블릭스토리지는 영업성과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들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FFO(경상적영업이익),NOI(순영업소득) 등의 지표가 크게 둔화되진 않았습니다.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리츠 수익의 원천인 임대수익이 큰 부침 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당배당금(DPS) 역시 계속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4년의 경우 대형 리츠에선 흔치 않은 대규모 특별배당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PS 비즈니스 파크를 블랙스톤에 매각하면서 발생한 수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했습니다.

현재 퍼블릭스토리지는 크게 세 가지 주요한 성장 엔진 동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인수합병을 축으로 개발과 재개발 및 확장 등입니다. 특히 그동안 개발 비즈니스의 경우엔 수익 보전과 증대에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셀프스토리지 운용 노하우가 축적된 상황에서 신규 물량 개발에서도 브랜드 파워에 기반해 사용자 니즈를 제고할 수 있는 역량과 경쟁력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셀프스토리지 리츠에 투자 레코드를 쌓아온 기관투자자는 “셀프스토리지는 역사만 보면 굉장히 오래된 섹터"라며 "다만 본격적인 성장과 사업화 관점에서 보면 오래되지 않은 섹터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뉴 이코노미’와도 결부될 수 있습니다”며 “셀프스토리지의 경우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사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고금리 이후 크게 부침을 겪으며 일정 부분 조정을 받은 섹터”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