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휘몰아치는 공격에 무너져 내린 일본이 치욕적 수모 속에 극도의 불평등 계약을 받아들인 것을 놓고 한국에서는 어찌 대처할지 갑론을박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을사늑약처럼 한국이 주권을 상실하고 식민지로 전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한국이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적 위치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중차대한 순간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협상을 최종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정부의 각료가 아닙니다. 정부의 결정을 지지, 반대하고 미래의 비전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비신뢰적 협상이 주도하는 시장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약속은 물론이고 자신이 직접 한 약속까지도 말을 바꾸고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극단적 위협을 수도 없이 남발하는 트럼프의 협상에 무너진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일 것입니다. 장기간의 신뢰에 기반한 상호 존중적 신뢰 관계에 익숙한 동아시아의 문화 속에서는 사실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한 것을 그보다 더 큰 이익을 돌려 받기 위한 선순환적 배려로 이해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약속은 물론이고 자신이 직접 한 약속까지도 말을 바꾸고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극단적 위협을 수도 없이 남발하는 트럼프의 협상에 무너진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일 것입니다. 장기간의 신뢰에 기반한 상호 존중적 신뢰 관계에 익숙한 동아시아의 문화 속에서는 사실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한 것을 그보다 더 큰 이익을 돌려 받기 위한 선순환적 배려로 이해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뢰를 가정한 상대방의 호의로부터 단기적 이익을 취하는 무도한 협상은 굳이 트럼프가 아니라고 해도 미국 시장에서 상당히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협상 기법입니다. 국가 차원에 이를 적용하니 당황스러운 것이지 미국 중고차 시장과 같은 신뢰가 정착하기 힘든 시장에서 딜러들은 사기에 가까운 협상 기법들을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신뢰관계를 가정하며 접근한 소비자에게 폭리를 취하는 레몬 시장의 현상을 조지 애컬로프가 분석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비신뢰적 레몬시장에서 상대를 더 잘 속여내는 사기적 기법들은 미국에서 ‘마케팅 기법’으로까지 격상되어 경영학과에서 교육되고 있습니다.
공격적 협상술(Aggressive Negotiation Tactics)
소위 'Hard ball tacktics'라고 불리는 협상 전략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일어나는 예를 통해 이를 살펴 보겠습니다.
소위 'Hard ball tacktics'라고 불리는 협상 전략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일어나는 예를 통해 이를 살펴 보겠습니다.
(모욕)
“이 차는 네가 가격을 깎는다고 살 수 있는 차가 아니야. 네가 가진 돈에 맞는 차를 보여줄게. 너는 이 정도 차를 살 자격이 없어.”
⇒ “아니. 나도 돈 있다고.”
“이 차는 네가 가격을 깎는다고 살 수 있는 차가 아니야. 네가 가진 돈에 맞는 차를 보여줄게. 너는 이 정도 차를 살 자격이 없어.”
⇒ “아니. 나도 돈 있다고.”
(위협 및 굴복)
“어따 대고 그런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나를 모욕하는 거야? 장난치러 왔어? 정말 화나네. 당장 나가.”
⇒ “죄송합니다. 모욕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얼마까지 주실 수 있으세요?”
“어따 대고 그런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나를 모욕하는 거야? 장난치러 왔어? 정말 화나네. 당장 나가.”
⇒ “죄송합니다. 모욕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얼마까지 주실 수 있으세요?”
(시간 압박)
“너무 좋은 차라 다른 고객이 이미 예약하고 두 시간만 기다려달라고 하기는 했는데 지금 당장 10% 더 낸다면 드릴게요.”
⇒ “다른 데도 둘러보려고 했지만 지금 사는게 더 이익일 듯 하네요.”
“너무 좋은 차라 다른 고객이 이미 예약하고 두 시간만 기다려달라고 하기는 했는데 지금 당장 10% 더 낸다면 드릴게요.”
⇒ “다른 데도 둘러보려고 했지만 지금 사는게 더 이익일 듯 하네요.”
(나쁜 경찰 좋은 경찰)
하급 딜러 : “이 이하로는 매입가도 못 맞추니 안된다고 지시받았는데 고객님이 제 돌아가신 어머님 같아서 어떻게든 제가 보스를 설득해 볼게요.”
보스 딜러 : “누가 이따위로 협상하랬어! 회사에 손해 입힐 거면 당장 짐싸서 나가!”
⇒ “저때문에 죄송합니다. 아까 그 가격에 살게요.”
하급 딜러 : “이 이하로는 매입가도 못 맞추니 안된다고 지시받았는데 고객님이 제 돌아가신 어머님 같아서 어떻게든 제가 보스를 설득해 볼게요.”
보스 딜러 : “누가 이따위로 협상하랬어! 회사에 손해 입힐 거면 당장 짐싸서 나가!”
⇒ “저때문에 죄송합니다. 아까 그 가격에 살게요.”
신뢰와는 거리가 먼 분쟁을 타결하기 위한 협상은 당연히 더하겠지요.
(손실 과대 증폭 위협)
“우리야 져도 되지만 너는 지면 파산이야. 법정으로 가면 백만불 이상 내도록 만들 거니까. 그냥 지금 십만불 내고 끝내.”
“우리야 져도 되지만 너는 지면 파산이야. 법정으로 가면 백만불 이상 내도록 만들 거니까. 그냥 지금 십만불 내고 끝내.”
(강한 힘 과시)
“이제까지 나한테 대적했던 상대는 어떤 방법으로든 100% 굴복시켰다는 사실을 너도 잘 알고 있지?”
“이제까지 나한테 대적했던 상대는 어떤 방법으로든 100% 굴복시켰다는 사실을 너도 잘 알고 있지?”
공격적 협상은 왜 미국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가
물론 신뢰가 사라진 시장은 한국에도 존재하며 상호간의 신뢰가 없는 시장이라면 어떤 국가라고 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양태가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이러한 형태가 더 많이 보여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인간 관계보다 계약이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동양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내뱉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에 해당하며 협상 자체보다는 협상 이후 얼마나 서로가 잘 협력을 이루어 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신뢰가 사라진 시장은 한국에도 존재하며 상호간의 신뢰가 없는 시장이라면 어떤 국가라고 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양태가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이러한 형태가 더 많이 보여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인간 관계보다 계약이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동양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내뱉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에 해당하며 협상 자체보다는 협상 이후 얼마나 서로가 잘 협력을 이루어 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서양의 계약은 탈인격적입니다.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든 상관 없이 법적 문구에 의해 구속되도록 만든 것이 바로 서구 자본주의의 근본 혁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신뢰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던 투자 행위를 상호 일면식도 없는 주체들의 계약관계로 바꾸어 놓은 주식회사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동양에서는 계약이 이루어진 맥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서양은 계약의 문구가 중요하기에 끝도 없이 긴 수백 페이지의 계약서가 작성되어 인간적 신뢰가 개입할 여지 자체를 줄입니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아무리 상대를 모욕하고 인간적 신뢰를 깨뜨려도 법적 계약만 확보하면 끝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굳이 트럼프가 아니라고 해도 미국의 일반적 협상에서는 공격적 요소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기에 한국인들은 당황스러운 경험을 할 경우가 많습니다.
동양의 중앙집권적 체제가 강제하는 법은 어느 정도 공정함을 통해 모두에게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강제합니다. 법에 기반해 국가가 규정한 계약인 한국의 부동산 등기는 그 대표적 예입니다. 미국의 경우 등기 제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부동산에 대해 당사자들은 완전히 다른 계약을 체결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임차인의 보증금이 등기에 기록되는 한국과 달리 수리비나 계약 위반 등의 이유를 들이대며 아예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월등히 많이 발생합니다.
동양의 중앙집권적 법 시스템과 반대로 분권적 시스템에서 이루어진 서양의 계약은 힘을 가진 주체들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더 큰 힘을 가진 주체가 더 약한 주체에게 그 힘의 역학을 문서화하는 것은 그저 계약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질 경우가 많습니다. 힘이 약한 주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해도 불공정하다기 보다는 힘을 고려한 적절한 교환이라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양보와 배려=굴복
따라서 인간적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행해지는 양보와 배려는 서양에서 단순한 굴복으로 해석될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한 걸음 양보해서 향후 더 많은 것을 얻어 내는 신뢰를 다지는 것이 아니라 양보한 쪽의 손실은 계약을 통해 영구히 확정됩니다. 더 나아가 양보를 반복한 주체에게 이는 약함의 증거로 해석될 경우가 많습니다. 양보를 한 일본에게 트럼프가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이유입니다. 약한 자에게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여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입니다. 이를 중재할 중앙권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국제관계에서 이것이 더욱 두드러질 뿐입니다.
따라서 인간적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행해지는 양보와 배려는 서양에서 단순한 굴복으로 해석될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한 걸음 양보해서 향후 더 많은 것을 얻어 내는 신뢰를 다지는 것이 아니라 양보한 쪽의 손실은 계약을 통해 영구히 확정됩니다. 더 나아가 양보를 반복한 주체에게 이는 약함의 증거로 해석될 경우가 많습니다. 양보를 한 일본에게 트럼프가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이유입니다. 약한 자에게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여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입니다. 이를 중재할 중앙권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국제관계에서 이것이 더욱 두드러질 뿐입니다.
다시 말해 ‘등가 교환’의 원칙에서 물러나 상대방에게 배려를 한 쪽은 동양에서 대인적 성숙함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서구에서는 기본적 능력조차 없는 나약한 존재로 비쳐집니다. 대놓고 싸울 필요까지는 없다고 해도 서구의 협상에서는 최소한 준 만큼은 얻어내어야만 지속적 상호 존중을 받아 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