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한국이 현재의 문화 강국으로 부상한 이유는 침략자들에게 끝까지 저항하며 나라를 지켜낸 선조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영국이 아편전쟁에서 청나라를 굴복시키고 수탈한 전쟁 배상금은 청나라 국가 재정의 약 30%였습니다. 이로 인해 청은 재정의 파탄을 맞이하고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그 액수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그들이 너무도 쉽게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입니다. 시작이 어렵지 일단 굴복에 맛을 들이자 청나라의 권력은 자신의 안위만 챙기며 벌떼처럼 달려든 서구 열강과 일본에 나라를 조각조각 팔아 넘기고 무너졌습니다. 21세기의 중국이 미국의 거센 압박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맞서는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한 3,500억 달러는 한국 국가 재정의 70%를 넘어섭니다. 아편전쟁의 치욕적인 배상의 두 배에 달하는 셈입니다. 미국이 지시하는 곳에 돈을 예치해 이익은 미국이 가져가고 손실은 한국이 지는 것을 누구도 ‘투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수탈을 투자라고 부르는 파렴치함에 순순히 농락당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울 정도입니다. 질 때 지더라도 침략자에게 거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던 우리의 선조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글은 중국어나 일본어로 쓰여지고 있을 것입니다.
공격의 비용과 공세종말점
당하는 입장에서야 트럼프가 종횡무진 쏟아붓는 공격에 일방적으로 손실을 입는 듯이 느껴지고 압도적인 힘 앞에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지만 모든 분쟁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공격을 쏟아부어 한국에 손실을 입히려면 미국 역시 어떤 식으로든 손실을 감당해야 합니다. 공격이 지속될수록 자원은 소진되기 마련입니다. 군사 전략에서는 이러한 순간을 ‘공세 종말점’이라 부릅니다.
당하는 입장에서야 트럼프가 종횡무진 쏟아붓는 공격에 일방적으로 손실을 입는 듯이 느껴지고 압도적인 힘 앞에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지만 모든 분쟁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공격을 쏟아부어 한국에 손실을 입히려면 미국 역시 어떤 식으로든 손실을 감당해야 합니다. 공격이 지속될수록 자원은 소진되기 마련입니다. 군사 전략에서는 이러한 순간을 ‘공세 종말점’이라 부릅니다.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에게 순식간에 압록강에서 서울까지 빼앗기며 패퇴했던 한미 연합군은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도망치기조차 급급해 거의 학살에 가까운 엄청난 손실을 감수했던 연합군은 그 순간 중공군 또한 식량, 탄약, 병력까지 소진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공황 상태에서 도망치던 패잔병들을 뒤에서 총으로 위협하기까지 하며 가혹하게 독전해 후퇴할 때 하더라도 적에게 손실을 입히라고 명령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군의 리지웨이 사령관이었습니다. 목숨을 바쳐 이를 수행한 미군과 한국군이 결국 중공군을 공세 종말점에 도달하도록 만들었고 중공군은 스스로 서울을 포기하고 후퇴합니다. 이로부터 형성된 피로 맺은 신뢰의 관계는 현재 한미 동맹의 기초입니다.
신뢰를 깨버린 모욕
그런데 트럼프는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관세로 동맹을 협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을 돕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파견된 한국 최고의 기술자들을 총과 장갑차로 위협해 쇠사슬과 족쇄를 채워 끌고 갔습니다. 화장실조차 제대로 없는 돼지우리보다 못한 방에 수십 명을 가두어 개밥보다 못한 식사를 던져주며 우롱하는 모욕까지 가했습니다. 상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무릎을 꿇리기 위한 미국식 공격적 협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관세로 동맹을 협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을 돕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파견된 한국 최고의 기술자들을 총과 장갑차로 위협해 쇠사슬과 족쇄를 채워 끌고 갔습니다. 화장실조차 제대로 없는 돼지우리보다 못한 방에 수십 명을 가두어 개밥보다 못한 식사를 던져주며 우롱하는 모욕까지 가했습니다. 상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무릎을 꿇리기 위한 미국식 공격적 협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이 미국의 이민법을 위반했느니 아니니 하는 이성적 논리로 그 이유를 추론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동기들을 괴롭혀 현금을 갈취하는 일진들이 무슨 이유를 들이대며 뺨을 때리든 이는 심리적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모욕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그 이유를 곱씹으며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일진이든 트럼프든 상대가 감히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만 모욕을 가합니다. 일본처럼 더 강하게 짓밟으면 더 굽신거릴 것이라는 기대 하에 한국에 더 많은 현금을 갈취하려던 미국에 한국인의 존엄한 대응은 충격이었습니다. 대한항공(Korean Air) 국적기를 파견해 미국의 폭압으로부터 자국민을 당당하게 구출한 장면은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졌고 트럼프의 전횡에 시달리던 국가들에 이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뒤늦게 트럼프가 제발 자국에 머물러 달라고 특별 비자를 운운해도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쉽게 짓밟히지 않는 강건한 모습이 피해자들을 규합하면 일진은 발붙일 수가 없습니다.
트럼프 공세는 양날의 칼
현재 트럼프 공세의 핵심 위협은 관세입니다만 관세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당하는 입장에서야 억울하고 손해만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정작 궁극적 손실은 미국이 입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물론, 미국이 손실조차 입기 전에 한국이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고 미국에게 이익을 상납하면 트럼프의 공세종말점은 결코 다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거센 공세를 휘몰아쳐도 어쩔 수 없이 후퇴하고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해도 끝까지 참을성을 가지고 버텨 내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트럼프 공세의 핵심 위협은 관세입니다만 관세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당하는 입장에서야 억울하고 손해만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정작 궁극적 손실은 미국이 입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물론, 미국이 손실조차 입기 전에 한국이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고 미국에게 이익을 상납하면 트럼프의 공세종말점은 결코 다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거센 공세를 휘몰아쳐도 어쩔 수 없이 후퇴하고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해도 끝까지 참을성을 가지고 버텨 내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1930년대 루즈벨트 대통령이 관세를 인하하기 전까지 세계 최고의 관세율을 자랑하던 미국은 이를 통해 영국을 넘어설 수 있는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 육성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의 미국은 그 시절과 완전히 다릅니다. 관세를 올려도 미국 내에는 수입품을 대체할 제조업 자체가 없습니다. 배터리도, 반도체도, 선박도, 휴대전화도 미국에는 생산 공장 자체가 없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조차 미국에서는 단 한 대도 생산되지 않는 것입니다. 관세로 보호할 미국의 기업 자체가 없는 분야에서 관세는 미국 산업의 비용만 올리고 인플레이션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한국은 견딜 수 있다
트럼프라고 이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결국 관세는 협박을 위해 상대의 팔을 비트는 수단일 뿐입니다. 무리한 고관세를 지속할 의지도 능력도 미국에는 없는 것입니다. 한국이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가 많아 이를 상쇄할 응징적 수탈을 수행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는 마치 백화점에서 쇼핑을 많이 해서 빚을 졌으니 백화점이 거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고 나오는 이유는 트럼프가 한국의 흑자를 한국의 약점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관세라는 협박은 흑자가 큰 국가일수록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트럼프는 상생과 윈윈의 협상이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상대의 가장 고통스러운 약점을 비틀어 내는 협상을 추구합니다.
트럼프라고 이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결국 관세는 협박을 위해 상대의 팔을 비트는 수단일 뿐입니다. 무리한 고관세를 지속할 의지도 능력도 미국에는 없는 것입니다. 한국이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가 많아 이를 상쇄할 응징적 수탈을 수행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는 마치 백화점에서 쇼핑을 많이 해서 빚을 졌으니 백화점이 거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고 나오는 이유는 트럼프가 한국의 흑자를 한국의 약점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관세라는 협박은 흑자가 큰 국가일수록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트럼프는 상생과 윈윈의 협상이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상대의 가장 고통스러운 약점을 비틀어 내는 협상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입니다. 그리고 그 중국마저도 전체 수출의 20%도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미 다변화된 무역으로 세계 밸류 체인의 중심에서 견고한 경제를 건설해 내었습니다. 아무리 관세가 높아도 미국의 수출이 0으로 줄어드는 상황은 결코 닥치지 않을 것이며 설사 미국 수출이 0이 된다고 가정해도 한국은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수출 10% 늘고 주는 일이야 늘상 일어나는 경기 변동 정도일 뿐입니다. 한국은 이제 미국에 목을 매고 굽신거려야 살아 남는 멕시코 정도의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약 동맹이 배신한다면 더 큰 이익을 위해 과감히 새 길을 찾아야 합니다.
급한 쪽은 미국이다
최근 한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한 이유는 미국이 중국을 신뢰하지 못해 생긴 빈자리를 한국이 메웠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서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했다는 것이고 이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극도로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현재 배터리, 반도체, 조선, 전자 등 첨단 제조업은 중국과 한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한국 없이 미국은 경제는 물론 군사 패권조차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수출을 ‘허용’해 주는 대가로 수탈을 할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고맙게도 신뢰를 유지하는 최우방 동맹국으로서 안정적 수출을 ‘유지’해 미국을 지탱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히려 그 대가로 미국이 최우방 동맹의 합당한 이익을 ‘보장’해야만 하는 처지라는 것을 미국은 아직 깨닫지 못하는 듯 합니다.
최근 한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한 이유는 미국이 중국을 신뢰하지 못해 생긴 빈자리를 한국이 메웠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서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했다는 것이고 이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극도로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현재 배터리, 반도체, 조선, 전자 등 첨단 제조업은 중국과 한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한국 없이 미국은 경제는 물론 군사 패권조차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수출을 ‘허용’해 주는 대가로 수탈을 할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고맙게도 신뢰를 유지하는 최우방 동맹국으로서 안정적 수출을 ‘유지’해 미국을 지탱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히려 그 대가로 미국이 최우방 동맹의 합당한 이익을 ‘보장’해야만 하는 처지라는 것을 미국은 아직 깨닫지 못하는 듯 합니다.
한국은 동맹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까지 굳이 저물어가는 미국과의 관계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의 금융자본주의 세계 패권의 기본 전제는 신뢰에 기반한 동맹 관계입니다. 이를 깨고 세계의 일진으로 전락한 미국이 단기적으로 몇 푼을 뜯어내며 무력으로 위협한다고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