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에필로그 편에서 미국 리츠의 가장 큰 강점이자 특징 중 하나로 섹터의 다양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에퀴닉스)와 통신탑(아메리칸타워), 셀프스토리지(퍼블릭스토리지) 등 앞서 언급한 대형 리츠들의 면면이 이를 보여주는데요. 당연히 국내 리츠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산들입니다. 이번 회차에 소개할 섹터 역시 국내 리츠 투자 초보들에겐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 보면 어렵지 않고 매우 친숙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바로 라이프사이언스입니다.
라이프사이언스 섹터는 바이오테크를 비롯한 생명과학과 관련된 공간과 시설, 인프라 자산을 망라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오피스 섹터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광의의 의미에선 오피스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물론 점점 간극은 벌어지고,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상이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섹터가 오피스에서 신규 분류된 자산이기도 합니다. 라이프사이언스 리츠는 당연히 전방산업으로 볼 수 있는 바이오테크 업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이는 다른 섹터의 미국 리츠가 전방산업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라이프사이언 리츠를 이끌고 있는 대표 주자는 어디일까요. 이름부터 웅장한(?) 알렉산드리아 리얼 에스테이트(Alexandria Real Estate Equities Inc, 이하 알렉산드리아)입니다. 신규 섹터로 인정받은 만큼이나 라이프사이언스와 알렉산드리아의 성장, 주가 상승 곡선은 드라마틱했습니다. 바이오테크 관련 수요가 폭발하면서 리얼에스테이트 역시 고속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높은 프리미엄을 받던 알렉산드리아는 이를 대거 반납하고, 가치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과거와 현재
라이프사이언스(Life Sciences)는 직역하면 생명과학을 의미하. 이와 관련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리츠를 라이프사이언스 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단순화해 생명과학 관련된 부동산이라면 바이오 연구소(lab), 사무공간(office), 캠퍼스(campus)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사명 역시 고대 과학의 중심지였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죠. 과학과 혁신 연구의 장소라는 의미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는 1994년 처음 설립됐습니다. 회사가 설립된 직후부터 일종의 틈새 전략으로 바이오테크 등 생명과학 관련 부동산에 집중했습니다. 오피스 섹터 안에 속했지만,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역시 초반에는 사모 구조로 운영되었습니다. 이후 유연한 자금조달을 위해 1997년에 뉴욕 증시에 입성하며 상장 리츠로 닻을 올렸습니다.

성장 전략은 생명과학에서 시작해 생명과학으로 끝나는 일관적 측면이 부각됩니다. 알렉산드리아는 복수 생명과학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 이들이 몰린 지역에 집중 투자해서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일종의 ‘클러스터’라고 볼 수 있는데요.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와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을 비롯해 뉴욕, 보스턴, 샌디에이고, 시애틀 등 동서부 대도시 클러스트들을 주요 거점으로 구축한 배경입니다.
실제로 알렉산드리아는 클래스 A 혹은 A+급의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메가 캠퍼스’ 체제를 구축했는데요. 지금까지 소개한대로면 알렉산드리아의 강점은 자연스럽게 파악이 가능합니다. 생명과학이란 업 자체만 보더라도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관련 시설 역시 그에 부합할 수 밖에 없죠. 당연히 해당 섹터로의 진입장벽은 높을 수 밖에 없어 알렉산드리아 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돈 셈입니다. 크면 클수록 누릴 수 있는 이점과 유사 시 리스크 대응력도 제고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의 강점으로는 자산 개발 역량을 꼽는데요. 알렉산드리아는 단순히 라이프 사이언스 자산을 운용해서 임대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아닙니다. 축적된 노하우와 역량을 기반으로 직접 자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립니다. 부침을 겪을 때도 알렉산드리아가 가진 개발 역량에서 일정 부분 우려를 해소할 수도 있죠. 대형 리츠들이 대부분 개발 사업에 적극적이란 점에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오피스와 다른듯 했지만…그래도 유효한 금융상품 가치
알렉산드리아는 초반 틈새 및 특화 전략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트리거였습니다. 재택근무로 벼락을 맞은 오피스 리츠와는 완전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습니다. 오피스 리츠가 주가 반토막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면, 라이프사이언스 리츠는 정반대로 수직상승했습니다. 물리적으로 임차기업의 재택근무가 불가했고, 전염병 국면에 바이오테크의 위상이 올라간 점 등이 라이프사이언스엔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22년 고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깊은 침체에 빠져들었습니다. 성장주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서 ‘거품론’이 크게 부상하면서 크게 디스카운트 된 가격에 주식이 거래됐습니다. 또한 코로나 앤데믹 속에 전방산업인 바이오테크의 침체도 그대로 영향을 주면서 주가는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팬데믹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을 정도입니다.

사실 아이러니한 점은 알렉산드리아의 실적, 재무 지표 등 펀더멘털이 표면상 크게 이상이 없었던 대목입니다. 임대율과 임대료, NOI(순영업이익), FFO(경상적영업이익) 등 리츠의 안정성 및 수익성 관련 지표는 크게 둔화한 흐름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에 연동되지 못하고 업황 전반의 분위기와 불확실한 미래 전망에 더 수렴했습니다(물론 임대료 상승률 등 전과는 다소 상이한 기류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여느 호황 사업이 겪는 공급 과잉 이슈까지 겹치면서 알렉산드리아는 이후 침체 늪에서 계속 빠져 있습니다.
다만 설립 이후 현 시점까지의 장기적 시계열 곡선으로 보면 라이프사이언스 섹터의 주주수익률은 여전히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2년 이후 큰 폭의 하락을 겪긴 했지만, 꽤 오랜 기간 상승곡선을 그려왔던 만큼 손실 구간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양호한 배당수익률을 감안할 필요도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역시 이러한 점을 시장과 주주들에게 강조하고 어필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라이프사이언스는 닮은듯 다른 '헬스케어' 섹터와도 물고 물리는 지점들이 많아서 동반 성장에 대한 기대와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라이프사이언스 역시 인간의 생명과 진화, 치료 등을 궁극적인 정체성으로 하는 만큼 영원히 소멸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큰 시장입니다. 이를 위한 라이프사이언스의 R&D, 실험실과 의료기기 등은 모두 성장성이 유망한 파트입니다.

기관투자자는 “오피스 섹터에서 분화한 라이프사이언스 섹터는 자산의 특성 만큼이나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준과 가치도 기존 섹터와는 다릅니다”며 “특히 전방산업인 바이오테크에 무서울 정도로 연동돼서 움직이는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느 자산이나 섹터도 예외가 없듯이 현 시점에서는 침체된 기류가 이어지고 있고, 알렉산드리아가 오히려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라이프사이언스 역시 어느 정도 바닥을 다지고 금리 안정화 국면에 맞춰 정상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