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의 대학가 공놀터기'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입니다. 전통적으로 공과대학이 강하기로 유명하며, 2만 3천여 명의 재학생과 약 15만 평에 달하는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한양대학교의 캠퍼스와 그 주변을 둘러싼 흥미롭고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보겠습니다.

캠퍼스 베이커리 열풍과 한대빵의 등장
이전 화인 신촌 편에서 다양한 리테일들이 대학교 안에 자리하고 있는 현황을 짚어봤습니다. 이번 3화의 주인공인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안에도 특별한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양베이커리(한대빵)’ 입니다. 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HIT(한양종합기술원) 건물 입구로 들어가면 한양베이커리 매장이 곧장 방문객을 반겨줍니다. 가게 곳곳에는 한양대의 마스코트 캐릭터가 있고, 빵과 음료를 먹으며 카공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름지기 대학생에게 빵이란 대학 생활의 든든한 동반자 같은 존재입니다. 1교시 강의 전, 아침을 먹지 않은 배가 꼬르륵거릴 때, 공강 시간이 애매하게 짧아 점심 먹기 어정쩡할 때 등등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빵을 찾게 됩니다. 그 때문에 대학가에는 학생들이 즐겨 찾는 로컬 빵집이 꼭 한 두개씩 자리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대학이 직접 빵 브랜드를 운영하며 대학 자체를 브랜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연세유업과 CU편의점이 출시한 ‘연세크림빵’은 출시 후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새로운 맛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역시 ‘고대빵’의 대표 메뉴인 맘모스빵을 편의점 상품으로 출시하며 ‘빵 연고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은 제빵 사업은 대학의 재정에 기여하고, 학생들은 물론 외부인들에게도 대학 브랜드를 강화합니다.


한양대생의 아침부터 캠퍼스 문화까지 책임지는 달콤함, 한양베이커리
한양대는 2024년 4월 한양베이커리를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캠퍼스 베이커리 흐름에 합류했습니다. 남양주 유명 베이커리 ‘고당’, ‘EP316’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한양베이커리는 한양대가 ‘한양’이라는 이름을 상표권으로 처음 사용한 사례입니다. 기존 베이커리의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60%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되며, 캠퍼스 중심부에 위치해 수업 전후나 공강 시간에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찾는 곳입니다.
한양베이커리는 단순히 ‘학교 안에서 빵을 판매하는 가게’에 그치지 않습니다. 교내 축제와 동아리 행사, 스포츠 교류전 등에 빵을 지원하며 캠퍼스 문화를 뒷받침하고,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합니다. 특히 경영대학 동아리, 자립준비청년 지원 커뮤니티 ‘십시일방’과 함께한 ‘방부기빵’ 캠페인은 눈에 띄는 사례입니다. 소보로·견과류빵·찹쌀떡을 기부 상품으로 구성해 학생들이 빵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외에도 취업박람회 ‘한양잡페어’에서는 기업 부스와 협업해 방문자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빵을 매개로 학생과 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합니다.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SNS 역시 활발하게 운영합니다. 빵 이름 공모전, 인기 메뉴 투표, 시험기간 응원 이벤트 등 참여형 콘텐츠를 운영하며, 릴스와 매거진 게시글로 메뉴를 홍보합니다. 이처럼 한양베이커리는 저렴한 가격의 빵과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학생복지 공간인 동시에, 캠퍼스 문화를 지원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한양대학교의 ‘커뮤니티 컬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캠퍼스 내 2호선 지하철역에서 성수동 상권까지, 서울에서 제일 놀기 좋은 대학
친구들과 캠퍼스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학교는 언덕이 많아서 힘들어.”, “캠퍼스가 커서 왔다갔다하기 힘들어.”, “지하철역이랑 학교가 가까우면 좋겠어.” 등의 문장이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한양대 역시 넓고 가파른 캠퍼스를 가지고 있지만, 마지막 문장에서는 자유롭습니다. 바로 학교 안에 2호선 한양대역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출구부터 곧 캠퍼스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축복받은 학교입니다. 덕분에 통학생 대다수가 지하철을 이용하여 등교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양대역 도보 15분 거리에는 서울 동북권의 핵심 교통 허브인 왕십리역이 있습니다. 2호선, 5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등 5개 노선이 교차해 강남, 용산, 여의도, 홍대 등을 환승 없이 30분 내로 갈 수 있습니다. 덕분에 수업이 끝난 뒤 어느 지역으로든 쉽게 놀러 갈 수 있죠. 과거 한양대생들은 한강 건너 압구정 등 강남 인근으로 많이 향했지만, 최근에는 한양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성수동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젠지세대 대표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성수동 상권을 학교 앞 상권처럼 즐기고 있는 것이죠. 서울숲과 뚝섬한강공원 역시 공강 시간 산책이나 수업 후 피크닉 장소로 자주 이용됩니다. 이처럼 뛰어난 교통과 입지를 고려하면, ‘서울에서 제일 놀기 좋은 대학’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한양대생의 한마디
👤: 한양대역이 학교 안에 있어서 지하철로 통학해요. 2번 출구로 나오면 공학관이 나와서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학교 뒤쪽은 거의 갈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2호선이라 수도권 사는 친구들은 대부분 지하철로 통학하고, 꼭 학교 근처가 아니더라도 2호선 라인에서 자취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 : 학교랑 성수랑 가까운 것이 가장 좋아요. 다리 하나만 건너면 성수가 나오기 때문에 자주 팝업이나 카페에 가곤 해요.
👤 : 저는 주로 서울숲에 놀러 가는 편이에요. 친한 동기랑 한 달에 한 번씩 피크닉을 가곤 하는데, 자전거도 타고 한강도 보면서 힐링할 수 있어서 좋아요.
대학 규모에 비해 의외로 한산한 한양대 대학가
한양대 캠퍼스는 성동구 행당동과 사근동에 걸쳐 있으며, 동쪽으로는 청계천이, 남쪽으로는 중랑천이 흐르는 모퉁이에 자리합니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 대학가 특유의 원룸촌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자취생들은 기숙사 인근 사근동, 왕십리역 인근 도선동, 정문 근처 ‘할렘’ 지역 등에 거주합니다. ‘할렘’은 수십 년 전 많은 하숙집과 미로 같은 골목 때문에 붙여진 별칭으로, 지금은 평범한 원룸촌이지만 현재까지도 학생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립니다. 마장역, 답십리역, 상왕십리역 등 까지도 많은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꼭 학교 주변이 아니더라도 신림이나 낙성대 같은 2호선 1인 거주지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원룸촌과 마찬가지로, 대학가 상권 역시 크게 형성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와 왕십리역 사이 ‘젊음의 거리’가 전통적인 한양대 대학가로 꼽힙니다. 왕십리(곱창)와 마장동(축산시장)의 영향으로 타 대학가에 비해 유난히 많은 고깃집을 가지고 있으며, 이 외에도 <악어떡볶이>, <이모네생삼겹> 같은 로컬 맛집들이 세대를 이어 학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양대 캠퍼스 크기나 학생 수에 비하면 어쩐지 작고 한산해 보인다는 인상을 줍니다.

대학가 바로 옆에 위치한 왕십리역에는 대형 쇼핑몰도 위치해 있습니다. 지하 3층부터 지상 19층까지 건물 면적만 3만 3천 평에 달하는 왕십리민자역사(비트플렉스몰)가 자리하고 있죠. 종합 패션몰 엔터식스와 이마트, CGV, 식당, 카페 등 다양한 리테일이 한 건물에 모여 있어 대형 상권을 압축해 놓은 듯 보입니다. 대학가 상권이 작고 한산한 이유가 대형 쇼핑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한양대생들은 왕십리역 자체를 자주 찾지 않는 편이라고 합니다. 한양대역에서 지하철을 탑승해 왕십리역 안에서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거나, 가끔 CGV나 다이소 등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는 등 ‘가끔 지나치는 곳’이지만, ‘놀러가는 곳’은 아니라는 답변이 대다수였습니다.

이처럼 한양대 대학가가 캠퍼스 규모에 비해 한산한 풍경을 보이는 것은 아파트 단지와 하천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징, 캠퍼스에 연결된 지하철역과 이에 따라 넓어진 학생들의 생활 반경, 성수동이라는 강력한 대체 상권이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한양대 정문 건너편에 위치하지만, 학생들의 주 동선에서 벗어나며, 코로나 이후 공실을 해소하지 못하고 매각·오피스로 전환된 서울숲 더샵 ‘엔터식스 파크에비뉴 한양대점’ 역시 ‘대학’이라는 구심점이 약화하는 흐름에 영향을 받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즉, 한양대 대학가는 오늘날 대학 상권이 더 이상 캠퍼스 앞에만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체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엔터식스 한양대점의 오피스 컨버전을 시작으로 왕십리와 한양대 일대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성수동에 패션·IT 기업을 중심으로 새롭고 힙한 분위기의 업무·문화 권역이 자리 잡은 만큼, 또 어떤 변화가 이어질지 주목해볼만 합니다.
취재를 위해 찾은 한양대학교 캠퍼스는 마침 가을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기업 홍보 부스나 화려한 아티스트 라인업 등 ‘요즘 대학 축제’의 상업적인 면모를 엿볼 수도 있었지만, 직접 마주한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는 여전히 ‘대학 축제만의 낭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야구복, 티셔츠, 반다나 등 한양대 굿즈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거나 삼삼오오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 각 동아리의 개성을 살린 주점들과 이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캠퍼스를 가득 채우는 그 활기찬 에너지야말로 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변치 않는 낭만이 아닐까 합니다.

*본 아티클은 한양베이커리 오전 아르바이트 경험을 보유한 서연님, 행당산의 기운을 받은 기성님 외 인터뷰에 응해주신 한양대 재학생들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고자료]
김지원 기자, 「한양베이커리, 학생들의 아침을 책임지다」, 한양대학보, 2024.04.10, https://www.newshyu.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8468
강민정 기자, 「자립준비청년의 목소리를 전하는 HY-LIGHT 여섯 번째 이야기, ‘십시일방’」, 한양대학보, 2024.03.26, https://www.newshyu.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8213
이명오 기자, 「한양, ‘한양’을 상표로 걸다」, 한양대학보, 2023.04.18, https://www.newshyu.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5383
왕십리민자역사 비트플레스몰 공식홈페이지 https://www.bitple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