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담동에 위치한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에 ‘르 카페 루이 비통’이 문을 열었습니다. 오사카와 도쿄의 ‘르 카페 V’로 시작해 확장한 루이 비통의 레스토랑 브랜드로, 방콕, 밀라노, 뉴욕에 이어 4번째 매장입니다. 전통적인 다이닝을 재해석해 가볍고 직관적인 ‘하이엔드 스내킹(High-end Snacking)’을 제공합니다. 한 입의 요리에서도 루이 비통이 추구하는 미적 기준을 체감할 수 있는 경험 공간입니다. 오픈 직후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인 모노그램이 찍힌 만두가 SNS를 가득 메웠을 정도로 화제성도 높습니다.
'하이엔드 스내킹'을 제안하는 '르 카페 루이 비통' 내부 Ⓒ루이 비통 홈페이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메뉴를 제안하는 '르 카페 루이 비통' Ⓒ루이 비통 홈페이지
공간을 통해 세계관을 완성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루이 비통뿐 아니라 디올, 구찌, 에르메스, 티파니 등 여러 럭셔리 브랜드들이 미식 공간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서울만 해도 강남구 도산에 에르메스 카페 마당, 성수에 디올 컨셉 스토어 내 카페 디올 등이 있죠. 한남동 구찌 가옥에 있던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은 9월 4일부터 구찌 청담 플래그십으로 자리를 옮겨 운영 중입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미식공간은 고급 소비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는 트렌드와 연결됩니다.더 이상 새롭게 선보일 제품이 없을 정도로 럭셔리 브랜드의 상품은 이미 방대합니다. 그와 비례해 소비자들은 더 이상 럭셔리 브랜드 제품 소비와 소유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소장가치, 희소성, 럭셔리 등의 감각을 제품으로 온전히 채우지 못하는 것이죠. 이에 럭셔리 브랜드들은 고객의 정서적 욕망까지 충족시키기 위해 도시-공간-브랜드를 연결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 제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카페, 레스토랑, 더 나아가 호텔까지 런칭하는 이유 중 하나이죠. 공간을 통해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의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도시와 공간, 브랜드와 사람의 정서적 연결을 통한 비즈니스 확장
이와 관련해 도서 <감각의 설계자들>에서 '라이프스타일 아키텍처'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개별 브랜드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의 하루 일과와 동선, 공간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연결해 전체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하나의 일관된 정서적 흐름으로 느껴지도록 공간을 설계하는 브랜드 전략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LVMH가 직접 운영 중인 ‘슈발 블랑 호텔’이 대표 사례입니다. 2026년 루이 비통 호텔이 문을 여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입니다. 미식공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전체를 담당하는 호텔로 공간 확장을 해 나가며 제품보다 브랜드의 서사와 감각을 체감하게 하는 것이죠.
LVMH가 운영하는 프랑스 파리 '슈발 블랑 호텔' 외관과 로비. 5성급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팰리스 등급(Distinction Palace)'을 받았다. Ⓒ슈발 블랑 호텔 홈페이지
이제 공간은 브랜드의 서사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활용됩니다. 동시에 소비자가 브랜드를 감각하는 플랫폼 역할도 합니다. 전시를 통해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직접 브랜드 감각을 경험하며, 호텔을 통해 브랜드 접점을 일상의 여정으로 확장합니다.
LVMH 다수의 매장을 디자인한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고 디올 조향사가 어매니티 제작을 하는 등 럭셔리한 디테일로 채운 슈발 블랑. 사진은 에펠 스위트 침실 Ⓒ슈발 블랑 호텔 홈페이지
결과적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은 단순한 경험, 제품의 홍보를 넘어 도시 전체에서의 일상적 라이프스타일 속에 브랜드 철학과 감각을 통합하려는 시도 중입니다. 이를 위해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도시 전체를 자신들의 정서적 가치가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고,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넓혀가고자 하는 움직임입니다.
경험을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브랜드의 공간 전략 사례 등을 다룬 <감각의 설계자들>의 저자 김양아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았습니다.
[미니인터뷰] <감각의 설계자들> 저자 김양아 대표
Q. 작가님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22년 차 마케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주로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활용하며 브랜드의 공간 구현 및 도시별 운영 전략 등을 설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럽의 일하는 방식, 디테일한 의사 결정 등을 몸으로 체득했습니다. 또한 직접 발로 뛰며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새롭게 부상하는(emerging) 공간과 브랜드를 찾아 아카이빙 했습니다. 현재는 ㈜어메이즈(A+MAZE)의 대표로 럭셔리·리테일·호스피탈리티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하며 브랜드 경험, 공간 전략, 소비자 접점을 설계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무엇에 반응하고, 그 반응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되는지”를 설계하는 일을 합니다.
Q. 책을 내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 시장은 현재 ‘감각 경제의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이 시기, 유럽의 여러 사례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유럽을 쇠퇴한 시장으로 인식하지만, 직접 경험한 유럽은 오히려 감각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데 가장 앞서 있는 실험실에 가까웠습니다. 이에 유럽에서 발견한 미래 소비 비즈니스를 주제로, 무형의 자본이 어떻게 경제적 가치와 장기적 기업 경쟁력으로 전환되는지를 책에 담고자 했습니다.제 책이 앞으로 한국 리테일 시장의 미래 기회와 리스크를 가르는 핵심 변수인 ‘감각 자본(Sensory Capital)’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감각의 설계자들>에 소개된 공간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비즈니스 모델과 지속성을 중시합니다. 그 외에도 저만의 네 가지 필터가 있습니다. 첫째는 명확한 수익 모델과 확장성, 둘째는 차별화된 경쟁 우위와 모방 장벽, 셋째는 한국 시장 적용 가능성, 마지막으로 미래 트렌드 관점에서의 주목도를 고려했습니다.
Q. 공간에서 느끼는 감각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제가 말하는 감각은 미적 요소가 아닌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차별성과 충성도를 만들어 내는 무형의 자산을 의미합니다. 비즈니스에서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의 근거이자 시장 확장의 원동력이며,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이유가 됩니다. 감각의 유무가 브랜드, 공간 등의 지속성과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Q. 럭셔리 브랜드들의 감각 설계 방향의 공통적 특성은 무엇인가요? 럭셔리 브랜드는 ‘깊이(Depth)와 디테일(Detail)’을 무기로 삼습니다. 제 책에서 사례로 언급한 LVMH의 슈발 블랑 호텔은 브랜드의 감각을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전략 공간입니다. 그들은 건축부터 음식까지 일관된 세계관을 제공할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하며, 브랜드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게 물리적으로 구현합니다. 또한 남다른 디테일로 미세한 부분까지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꾸준히 이 같은 경험에 노출되면 소비자는 브랜드에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친근해지고, 충성하게 되죠.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들은 감각이 브랜드 충성으로, 장기적 가치로 전환되는 구조를 설계한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Q. 앞으로 리테일에서는 어떤 감각 설계에 주력해야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소비자 만족을 높일 수 있을까요? 머무는 경험 자체가 공간 내 서비스로 진화해야 합니다. 핵심은 시간 가치와 감각 자본의 결합입니다.문화, 교육, 소셜 기능 등 다양한 경험 제공을 통한 방문 이유를 다각화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해야 하며, 커뮤니티 플랫폼화를 고려하는 세 가지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소비자가 기꺼이 시간을 쓰고 싶은 무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SPI 플랫폼 마케팅팀
부동산이라는 그릇 안에 자본, 도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깨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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