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준비 없이 임기응변식 빠른 공격으로 일관하는 트럼프가 택하는 공격대상은 주로 손쉽게 공략할 수 있는 약점이 드러난 상대입니다. 그러나 적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국가가 망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할 리가 없습니다. 결국 대상은 미국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속을 터놓은 우방 동맹국으로 한정되고 이들을 공격하는 것은 신뢰에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그리고 신뢰에 기반해 건설된 금융자본주의의 패권국이 신뢰를 저버리면, 패권은 와해되고 맙니다. 강한 자가 지배하는 국가 간에 영원한 약속 같은 것은 없지만 트럼프 이전의 미국 지도자들이 어떻게든 국가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공정함을 추구하는 시늉이라도 했던 이유는 바로 그를 통해 구축된 패권으로 이익을 누리는 주체가 미국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패권국인 미국은 굳이 신뢰를 낮출 필요도 없이 동맹국들을 보이지 않게 수탈할 수 있는 수많은 장치를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IMF와 같은 경제위기를 일으킨 후 구제라는 명목으로 달러 발권국가가 돈을 찍어내 헐값에 모든 자산을 인수해서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은 단적인 일례입니다. 굳이 신뢰를 저버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공적 신뢰에 대한 불신이 권력을 장악할 때
그렇다면 트럼프는 대체 왜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보여주기식 극단적 무리를 자행하는 것일까요? 물론 트럼프라고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할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트럼프라는 인물은 가족 및 자신에게 절대적 충성을 바치는 극소수 최측근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장기적 신뢰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며 기존 제도가 보이지 않게 운영하는 미국의 패권보다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난 쇼를 통해 얻는 대중으로부터의 권력이 더 중요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대체 왜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보여주기식 극단적 무리를 자행하는 것일까요? 물론 트럼프라고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할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트럼프라는 인물은 가족 및 자신에게 절대적 충성을 바치는 극소수 최측근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장기적 신뢰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며 기존 제도가 보이지 않게 운영하는 미국의 패권보다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난 쇼를 통해 얻는 대중으로부터의 권력이 더 중요할 뿐입니다.
이렇게 공적, 제도적 신뢰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는 리더가 권력을 장악하는 상황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체제에 대한 해결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정상적 개혁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와 질서 자체를 뒤집어 엎고 싶어 할 때나 벌어지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한 대표적 인물로 히틀러를 들 수 있습니다.
히틀러 역시 트럼프처럼 ‘개인적 충성’에 기반한 극소수의 가신만 신뢰했으며 트럼프처럼 기존의 질서와 체제를 무시하고 경멸했습니다. 히틀러가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며 국가간의 조약들을 마음대로 파기하자 기존의 국가들은 당혹감 속에서도 마지 못해 이를 용납했고 독일 국민들은 환호했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국제사회가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죄를 묻기 위해 요구했던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갚기 위해 겪었던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기 전에 국제사회는 이미 대부분의 배상금을 취소했다는 것입니다.
즉 히틀러는 정상적 경로로 독일을 정상화 시킬 수 있었음에도 극단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었던 독일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하기 위해 허구의 '국제 사회의 독일 착취' 이미지를 정치적 선동으로 이용해 조약을 파기하고 전쟁을 준비했고, “유태인들이 독일 국민들의 부를 훔친다”며 유태인들을 살해함으로써 대중들의 증오를 조직화해 국가를 통제했습니다. 유태인들에 대한 폭력은 독일 국민들의 증오를 조직화하는 도구였을 뿐 아니라 언제든 그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두려움의 원천이었습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착취당했다”는 선동이 아무리 말도 안되는 억지라도 미국 내의 극단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분노로 인해 최우방 동맹국들을 수탈하는 모습에 환호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진실을 인지하는 지식인들을 포함해 기존의 체제를 유지해온 세력들이 아무리 이를 비판해도 이를 막을 수가 없는 이유는 분노가 바로 기존의 체제를 뒤집고 싶어하는 미국의 국내 상황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트럼프 역시 “불법 노동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훔친다”며 이주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해서 대중의 증오를 조직화 했습니다. 이에 사용된 무소불위의 폭력은 이에 반하는 어떤 세력도 감히 목소리조차 높일 수 없는 두려움의 원천으로 작용했습니다.
그 결과
물론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의 대가를 천만 국민들의 목숨으로 치루게 됩니다. 즉 이러한 과정은 타국은 물론이고 자국 국민들에게도 해를 끼치게 됩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히틀러가 권력에서 축출되기까지 장장 12년간 세계는 이를 견디어 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세계는 히틀러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하지 못했기에 수천 만 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루어야 했습니다. 히틀러가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곧 망한 것이 아니었기에 히틀러가 행했던 결정들과 트럼프가 내린 결정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우리는 트럼프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의 대가를 천만 국민들의 목숨으로 치루게 됩니다. 즉 이러한 과정은 타국은 물론이고 자국 국민들에게도 해를 끼치게 됩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히틀러가 권력에서 축출되기까지 장장 12년간 세계는 이를 견디어 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세계는 히틀러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하지 못했기에 수천 만 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루어야 했습니다. 히틀러가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곧 망한 것이 아니었기에 히틀러가 행했던 결정들과 트럼프가 내린 결정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우리는 트럼프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동맹을 신뢰하지 않고 자국만을 우선한다
개전 초반 압도적 군사력으로 유럽 대륙 전역을 장악했을 때 히틀러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었습니다. 유일하게 버티고 있던 영국마저도 히틀러가 스페인에 위치했던 지중해의 관문 지브롤터 영국 기지만 점령하면 제해권을 상실하고 식민지들과 단절되는 처지였고 독일은 중동의 석유를 확보하며 승리를 굳힐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과의 동맹만 강화시켰더라도 히틀러에게는 승리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한국전의 은인인 미국에게 협력적인 것처럼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은 히틀러의 군사 지원으로 스페인 내전을 승리하며 탄생했습니다. 태생부터 히틀러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지브롤터를 공격하는 대가로 스페인이 요구했던 것은 내전으로 파탄 난 경제를 지원해 달라는 정도로 최소한의 보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히틀러는 동맹과 이익을 나눌 생각도 동맹의 경제를 지원할 생각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에게 동맹국은 단지 점령국보다 조금 더 다루기 쉬운 신뢰할 수 없는 소모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트럼프가 동맹국들을 대하는 태도와 대동소이했습니다. 스페인을 지원해 스페인이 부강해지는 것이 히틀러에게는 탐탁한 일이 아니었던 근본 이유는 히틀러는 동맹국이 강해질수록 자신에게 순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히틀러가 의심을 높이면 높일수록 스페인은 더욱 더 자신의 살길을 도모해야 했고 이는 더욱더 의심을 높이게 됩니다. 압도적 힘을 가진 패권국의 불신이 신뢰와 협력의 관계를 파탄내는 하향 사이클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결국 히틀러는 자신이 직접 소련을 공격해 독일의 국토를 확장하고 자원을 장악하는 쪽을 선택했고 이를 위해 동맹국들은 독일의 부속품처럼 일방적 수탈을 당하는 역할을 부과당했습니다.
트럼프 역시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동맹들과 협력하자고 말하며 정작 수탈한 것은 중국이 아닌 동맹국들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트럼프 역시 히틀러가 스페인을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동맹국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중국을 제압하는 것은 동맹국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 트럼프는 한국이 중국을 제압해 줄 것을 전혀 신뢰하지 않으며 언제든 자신의 힘이 약해지고 한국의 힘이 강해지면 중국 편으로 전향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히틀러와 같습니다. 트럼프에게 협력의 의미는 동맹국들을 수탈해서 얻은 자원으로 미국을 강화시켜 미국이 직접 중국과 대적하겠다는 뜻입니다. 트럼프는 한국을 포함한 어떤 동맹국도 미국과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동반자로서 발전하기 위해 중국을 제압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불신과 강제적 수탈 속에 동맹국들은 각자도생만이 살 길이기에 불신은 더욱 심화되고 트럼프는 자신의 의심을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오직 자국만이 압도적으로 강한 위치에 있을 때만 동맹국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고 그 때만 억지로라도 중국과의 전선에 총알받이 정도로나마 내보내 소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앞에서 최소한의 각자도생은 국가 생존의 필수적 조건일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분쟁을 일으키면 중국의 미사일이 가장 먼저 날아들 곳은 미국 본토가 아니라 한국 정중앙에 거대하게 위치한 미군기지라는 사실을 우리는 인지해야 합니다. 미국은 베이징을 포함한 핵심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국에게 가장 위협적인 기지를 한국의 외곽 지역이나 섬이 아니라 수천 만 명이 거주하는 한국 중앙에 위치했습니다. 미국 영토 내에서는 적의 공격 목표로 예상되는 전략무기들을 절대로 인구 밀집지역에 위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단지 직접적 공격만이 아닙니다. 전쟁에 얽혀 들어갈 수 있다는 위협은 세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계산할 때 실질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입니다. 한국을 정말로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소는 현재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분쟁입니다. 이는 세계의 한국투자, 그리고 한국 시장의 발전을 결정짓는 요소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