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입지, 입지, 입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입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투자 격언입니다. 비슷한 규모와 유형의 부동산이라도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입지 조건도 자산의 유형에 따라 세부적인 요건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입지를 판단하는 요인으로는 교통, 직주근접, 주변 편의시설, 지역 경제 활성화 정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요소들만으로는 특정 부동산의 입지를 제대로 평가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은 사용 목적에 따라 입지 판단 기준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대표적인 자산 유형인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어떤 입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접근성 또는 교통적 요소
오피스 빌딩 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택이나 리테일과 마찬가지로 대중교통 접근성입니다. 오피스 빌딩은 많은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이용하고, 외부 방문객이 수시로 찾아오기 때문에 편리한 교통은 입지를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요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망이 잘 발달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산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하철역과의 연결 여부입니다. 지하철과 직접 연결되거나 지하 공공보도와 연계된 빌딩은 이용자 만족도가 높아 자산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한, 광역급행철도(GTX)가 순차적으로 개통되면서 노선의 주요 역 인근 빌딩들도 자산가치에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GTX A 노선은 서울역, 삼성, 용인을 관통하며 주요 업무 권역을 연결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 오피스 빌딩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더불어 오피스 빌딩은 대로변 인접성, 주차장 접근성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임차인이 이전을 고려할 때 주차 공간 확보는 기본이며, 진입 도로 여건이나 접근 편의성 역시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됩니다.
인력 채용 또는 직주근접
오피스 빌딩 입지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인력 채용의 용이성입니다. 임차인의 대부분은 법인이며, 사업 성과는 우수한 인재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강남권역과 판교권역입니다. IT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VC 투자자와 벤처 창업이 활발한 강남을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재들도 강남 인근에서 주로 채용되었고, 이후 판교가 개발되고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IT 기업들이 강남과 판교를 양축으로 삼아 입지하게 되었습니다.
콜센터를 보유한 빌딩들의 입지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콜센터는 인력 수급이 용이한 지역에 주로 위치하며, 출퇴근이 편리하고 임대료가 합리적인 지하철 역세권 빌딩을 선호합니다. 특히, 복수 노선이 교차하거나 강북과 강남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지가 형성하는 업무 권역
오피스 빌딩의 입지적 특성은 업무 권역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도심권역(CBD), 강남권역(GBD), 여의도권역(YBD)을 들 수 있습니다. 각 권역에는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권역별 임대료 수준의 차이는 곧 입지 가치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각 권역에는 랜드마크 자산이 존재합니다. 랜드마크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입지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서는 입지뿐만 아니라 규모, 시인성, 디자인 등 추가적인 요소도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신흥 업무 권역이 등장하며 기존 전통 권역에 영향을 주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입지의 중요성과 더불어, 변화하는 업무 방식과 쾌적한 근무 환경 제공 여부가 빌딩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경제 상황이나 기업 내부 사정에 따라 임차인이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 입지가 절대적인 요소를 항상 압도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시사합니다.
이처럼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입지를 살펴보면, 부동산에서 입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입지의 가치는 자산 유형과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보다 세분화된 분석이 필요합니다. 좋은 입지를 선별하는 것은 부동산 투자의 기본이지만,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개발이 고도화되면서 과거의 우수 입지가 금세 쇠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격언인 ‘입지, 입지, 입지’에 더해 사회적 변화와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