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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26일, 양일간 경복궁 서쪽의 조용한 골목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독일 하이엔드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Leica)의 팝업스토어 'Leica M Connect' 때문입니다. 이번 팝업은 단순히 브랜드 활동 또는 신제품 출시를 기념한 행사라기 보다 기술 중심의 브랜드가 공간과 지역 상권을 동시에 실험한 사례에 가깝습니다. 
총 4층 구조로 구성된 팝업의 세부 프로그램은 브랜드 역사 아카이브, 최신 M EV1 체험, 크리에이터 인터뷰, 루프탑 전망 등 사용자를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기술보다 ‘시선(Viewpoint)’과 태도를 경험하게 하는 공간 배치로, 브랜드 철학을 체류형 공간 전략으로 전환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보여주기' 대신 '경험시키기'라는 방식을 활용한 것입니다. 
서촌에서 진행된 라이카 팝업스토어 'Leica M Connect'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서촌 


라이카는 1914년 ‘휴대용 카메라’를 처음 발명했으며, 장인정신, 클래식한 디자인, 한정판 제품 등의 요소로 꾸준히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메시지 또한 일관적인데요. 브랜드 탄생 100년이 지난 지금도 라이카는 여전히 기술보다 ‘시선’과 ‘태도’를 파는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지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브랜드의 철학과 헤리티지는 오래된 것과 최신의 트렌드가 섞이며 새로운 시선이 존재하고, 삶에 대한 일관된 태도를 느낄 수 있는 서촌 지역과 맞닿습니다. 성수·한남처럼 ‘트렌드’ 중심이 아닌, ‘취향의 지속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찾는다는 점에서 브랜드와 지역의 접점이 만들어진 것이죠. 
팝업 야외 공간에서 이뤄진 게더링 프로그램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인구, 독립 브랜드가 증가하는 체류형 상권 적극 활용


서촌은 경복궁 서쪽, 한옥과 공방, 독립서점이 혼재하는 골목입니다. 최근 카멜커피, 테일러커피, 어나더플래닛 등 감성 독립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단순 소비를 넘어 체류형 경험 중심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적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상업용 지도 데이터에 따르면, 서촌·누하동·필운동 일대 카페 입점 빈도와 밀집도는 최근 2년간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이같은 영향으로 경복궁역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약 38,000명에 달합니다. 이는 서울 평균 대비 1.7배 높은 수치입니다. 외국인 방문객 역시 전년 대비 63% 증가했습니다.
(좌)안국역 일대에 가득한 사람들. (우)웨이팅이 끊이질 않는 카멜커피 서촌점. 서촌 대표 러닝 코스 '댕댕런'을 뛰고 온 러너들의 핫플로도 알려져있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서촌 일대는 자연스레 방문자가 늘고, 이들이 머무는 시간 또한 길어지고 있습니다. 공간에서 소비자가 머무르는 시간 증가 → 체류형 소비 강화 → 브랜드 경험 효과 상승이라는 체류형 상권의 가치 선순환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죠. 상권의 경제적, 글로벌 잠재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했을 때 서촌은 하이엔드 브랜드 라이카의 가치와 철학을 체험 중심으로 전달하기에 제격인 장소였던 셈입니다.

 

기억-체험-공간의 3단 구조로 짜인 팝업 공간 


브랜드의 방향성은 팝업 스토어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이어집니다. 라이카 100년의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전시가 진행되는 1층, M EV1 모델을 경험할 수 있는 2층, 박찬욱 감독부터 이종원 배우까지 라이카 제품을 사용하고 브랜드를 애정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3층, 라이카 망원경으로 서촌 일대를 관찰할 수 있는 루프탑까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사용자 중심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기술이나 기능보다 '시선'을 키워드로 한 체험이 중심입니다. 라이카가 줄곧 강조해 온 브랜드의 키워드인 '관점(Viewpoint)’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공간을 활용해 기술과 감성의 교차점을 만들다 


라이카의 신제품 M EV1 출시는 기술의 진보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라이카는 이를 기술의 인간화 과정으로 커뮤니케이션 했습니다. 전자식이라는 디지털의 언어를 서촌이라는 지역적 감성 언어로 번역하며 기술과 감성의 조화로운 결합을 보여주었습니다.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 세계관을 알리려는 시도는 애플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커뮤니티 허브로 재정의 하거나 루이비통이 공간 큐레이션을 통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전달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공간 전략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공간은 브랜드의 새로운 콘텐츠 채널이자 마케팅 자산임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기술 중심의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죠. 
 

브랜드가 '어디서' 말하는지가 '무엇을' 말하는가만큼 중요하다


라이카 역시 공간을 브랜드 채널로 적극 활용해 왔습니다. 트렌드와 타겟, 브랜드가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팝업스토어 운영 지역이 달라졌습니다. 2020년까지는 소규모 사진전과 팝업을 통해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습니다. 2021년 더현대서울에서 플래그십을 열며 하이엔드 소비층과 대중 접점을 넓혔죠. 이후 2023년에는 성수 '라이카 하우스'를 통해 크리에이터와 SNS 중심의 체험형 마케팅으로 젊은 감성을 포착했습니다. 이에 더해 2025년 서촌에서 팝업을 열며 기술과 감성,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브랜드임을 강조했죠. 
 2023년 성수에서 진행된 팝업 '라이카 하우스 성수' 모습 Ⓒ라이카 카메라 보도자료

단순히 지역만 옮긴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대화하는 '청중'의 전환입니다. 성수의 트렌드 소비자에게서 서촌의 취향 지속 소비자로 타겟을 바꾸며 더 깊고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선택한 것입니다. 라이카의 팝업 공간 변화에서 살펴볼 수 있듯,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증폭시키는 미디어이자 언어입니다.

"기술은 사람의 시선을 대체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선을 확장시킬 뿐이다."라는 브랜드의 메시지가 경복궁의 풍경, 서촌이라는 지역의 감각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팝업 스토어를 어떻게, 어떤 공간에 운영하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공간이자 브랜드 철학을 더 깊게 이해시키는 장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죠. 또한 브랜드와 소비자의 시선이 만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라이카의 팝업 사례를 통해 미디어이자 브랜드 채널로서 공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SPI 플랫폼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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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라는 그릇 안에 자본, 도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투자 감각을 깨우고, 자산을 운영할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