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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없는 건축』 북토크의 두 번째 프로그램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북촌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북토크는 저자 황두진 건축가와 함께 북촌의 중심에 위치한 ‘현역 건축물’, 중앙고등학교를 직접 답사하며 건축이 어떻게 도시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외부에 개방되지 않는 중앙고등학교 교정을 건축가의 해설과 함께 걸으며, 건물의 형태와 재료, 지형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관찰하고, 도시 속 건축이 ‘시간을 견디는 방식’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 없는 건축』 북토크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북촌 중앙고등학교 투어 현장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건축의 생명은 ‘쓰임’에서 유지된다


황두진 건축가는 “건물이 은퇴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쓰여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건축의 생명력은 물리적 수명이나 외형적 아름다움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며 쓰이고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른바 ‘지속되는 사용성(Use Value)’이 건축을 도시 자산으로 만드는 핵심 요건이라는 것이죠.
중앙고등학교는 이 원칙을 가장 잘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들이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교육시설로 기능을 유지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긴밀한 생활 리듬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은 도심 한가운데서 ‘기억이 쌓인 장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단지 오래된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중앙고등학교는 변화하는 북촌 지역 한가운데에서 물리적 축선과 상징적 중심성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는 공간입니다. 이는 흔히 부동산 개발에서 이야기되는 ‘노후 자산의 갱신’이 아니라, 쓰임을 유지한 채 시간과 함께 가치를 축적하는 방식, 즉 ‘유지로서의 가치 상승(Value Up by Continuity)’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지어졌지만 오랫동안 잘 관리되고 있는 중앙고등학교 건물들 ⒸSPI 플랫폼 마케팅팀 

  

북촌, 변화 속에서도 시간의 연속성을 지키는 지역


중앙고등학교가 위치한 북촌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지역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청와대 개방 이후 관광객 유입이 급증하며, 상권 구조도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의 경우 40~50평대 임대료가 월 2,000만 원에 근접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으며, 실제 매매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유동 인구 증가에 따른 상업적 반응을 넘어, 북촌이 최근 ‘도시 자산’으로서의 장소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오설록, 논픽션, 템버린즈 등 한국적 정서를 담은 브랜드부터 아디다스, 뉴에라와 같은 글로벌 리테일까지. 과거에는 북촌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리테일이 이곳에 들어서며 상권에 다양한 브랜드 레이어가 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북촌의 가장 큰 특징은 이처럼 상권이 변화하는 와중에도, 주변 지역이 지닌 시간의 결을 보존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창덕궁과 맞닿아 있는 지형, 계동과 재동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한옥밀집구역, 조선시대 사대문의 중심축에 위치한 북촌은, 단순한 관광지나 전통 마을을 넘어 서울의 도시 구조와 역사적 레이어가 실제로 겹겹이 드러나는 몇 안 되는 지역입니다.
북촌의 한옥 건물들 ⒸSPI 플랫폼 마케팅팀

『은퇴 없는 건축』이 제안하는 도시의 가치 모델


좋은 건축은 단지 잘 지은 건물이 아니라, 잘 쓰이고 있는 건물입니다. 『은퇴 없는 건축』이 제안하는 관점은 미학이나 보존을 넘어, 운영과 관리, 그리고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참여가 결합된 하나의 ‘도시적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 관리 방식과도 닮아있습니다. 공간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사용자와 관계를 맺으며,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흐름 속에서 재해석될 때 비로소 그 자산의 가치는 살아나고 성장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도시 개발이 ‘철거 후 재건축’이라는 급진적인 갱신 방식을 통해 자산 가치를 창출해 왔다면, 북촌과 중앙고등학교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시간을 기반으로 한 도시 밸류업, 즉 기능과 쓰임의 지속을 통해 가치를 더해가는 방식이야말로 『은퇴 없는 건축』이 말하는 진정한 지속가능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촌 중앙고등학교 본관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도시의 유산이 자산이 될 때


우리가 지금 짓는 건물이 훗날 레거시가 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는 결국 현재의 ‘운영과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 도시는 건축을 통해 기억되고, 건축은 도시를 통해 생존합니다. 중앙고등학교처럼 오랜 시간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며 도시의 축을 물리적으로, 상징적으로 지탱하는 건축은 단순한 교육시설을 넘어 도시 자산의 한 축이자, 지역의 브랜드 그 자체가 됩니다.
결국 『은퇴 없는 건축』이 말하는 레거시란, 하나의 철학이자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시간이 쌓인 건축은 쓰임을 통해 가치를 증명하고, 쓰임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모든 노력은 곧 도시 자산을 지키는 일이 됩니다.
 


[참고 자료]
1 정민경 기자. "서울의 유산 ‘북촌’, 신흥 상권으로 부상". 어패럴뉴스. 2025.08.19. https://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219414&cat=CA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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