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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기여분
상속재산
최근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주요쟁점 중 하나가 부부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도가 얼마인지, 그에 따라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을 얼마나 할 것인지였는데요,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제도(기여분 제도)가 있습니다.
 

기여분이란?


기여분은 상속인들 중에서 (1) 망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동거, 간호 등의 방법으로), (2) 망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는 경우, 그 상속인에게 그 기여에 상응하는 상속재산을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특별히’라는 단어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우리 민법은 부부 사이 또는 부모·자식 사이에 인정되는 부양의무를 넘어서는 특별한 기여가 있는 경우에만 기여분을 인정합니다. 특별한 기여에 해당하는 예로는, ① 망인이 경영하는 사업에 무상으로 노무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재산을 제공하여 상속재산의 유지·형성에 기여하는 경우, ② 통상의 부양, 간호의 정도를 넘어 그러한 요양이나 간호로 상속재산이 유지되는 경우(예를 들어 요양이나 간호의 비용을 상속인이 부담하여 상속재산의 손실이 없었던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부모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였더라도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보상(급여, 주식 등)을 받았다면 기여분을 인정받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배우자의 일반적인 가사노동이나 간호는 부부의 동거·부양·협조 의무 범위 내의 행위이므로 특별한 기여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혼에서의 재산분할의 경우에는 부부 각자의 상대적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이기에 ‘특별한’ 기여인지가 중요하지는 않은데요, 상속재산분할의 경우에는 특별한 기여인지가 중요합니다. 기여분 제도라는 것이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므로,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여분이 인정된 사례


 
① 가정을 버린 남편 vs. 홀로 남은 어머니에게 헌신한 자녀들
A씨(남편)는 30년 전부터 아내와 별거하며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아내와 자녀에게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았고 공장을 여러 번 이전해 아내가 자신의 거처를 알 수 없게 했습니다. A씨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A씨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되기도 하였습니다. A씨는 아내가 투병생활을 할 때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장녀는 취직 이후 어머니에게 매달 생활비를 주고 급여, 퇴직금, 대출금 등으로 구입한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장남 역시 어머니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냈고 어머니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2억여 원을 주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심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장녀와 장남은 어머니의 병간호를 도맡아 하며 어머니의 병원비, 장례비 등 일체를 부담했습니다. 장남은 병간호를 위해 자신이 운영하던 한의원을 폐업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돼 퇴원한 이후에는 장남 본인의 집에서 어머니가 사망한 때까지 간병했습니다. 아내의 사망으로 법정상속인 중 1인이 된 남편 A씨가 자녀들(장녀, 장남, 막내)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자 장녀와 장남은 자신들의 기여분이 각 50%라고 주장하였습니다(막내는 기여분을 주장하지 않음).
위 사안에서 법원은, 장녀와 장남이 부모·자식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망인(어머니)을 특별히 부양하였고 망인의 재산 유지 및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였다고 보아 장녀와 장남의 기여분을 각 40%로 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남편 A씨에게 귀속된 상속재산은 기여분 주장이 없었을 경우의 비율인 33.3%1에서 6.7%2로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② 그 외의 사안
수십 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배우자가 운영한 사업체에서 실제로 주요업무를 수행한 사안, 배우자와 사별한 후 홀로 남은 망인을 자녀 중 1인이 오랜 기간 같이 살거나 가까이 살면서 꾸준히 간병하고 망인의 임대업을 도운 사안 등에서 법원은 일반적으로 10%~30% 정도의 기여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기여분으로 인정받기 위한 증거수집의 필요성, 기여분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의 대안


기여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므로 계좌이체 내역, 계약서, 병원비 영수증 등의 증빙을 잘 모아놓아야 합니다. 만약 병원비, 간병비 등이 특별한 기여에는 해당하지 않아 민법상 기여분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상속인들(예; 형제들)을 상대로 각자의 분담분에 대한 구상청구는 할 수 있으므로, 어쨌거나 증빙을 잘 챙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1] 1.5/4.5(=A씨 1.5+장녀 1+장남 1+막내 1) = 33.3%
[2] 20%(=100%-40%-40%)*1.5/4.5 = 6.7%
황태상

황태상

변호사

숫자를 볼 줄 아는, 회계사 출신 변호사입니다. 세금, 상속, 부동산 문제를 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