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인식의 전환, 기능의 전환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AI의 등장과 함께 부동산 시장의 주요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 운영, 공간 활용의 모든 측면에서 말이죠. 이에 시티폴리오는 기술과 부동산의 접점을 소개하는 시티& 테크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첫 시리즈로 물과 데이터가 바꿔 가는 미래 도시의 인프라 부동산에 대해 소개합니다.
도시에는 주요 기능을 담당하지만 부동산 가치와 무관한 인프라가 있습니다. 하수처리장이 대표적입니다. 혐오시설이자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프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도시에서는 하수처리시설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기능을 갖췄다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하수처리시설의 가치까지 높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하수처리시설이 단순 공공시설을 넘어 부지 공유, 냉각수와 전력에 활용 가능한 자원 등을 갖춘 인프라 자산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것입니다. 과연 하수처리시설은 데이터센터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인프라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찾는 단서가 될 내용을 공유합니다. 더불어 투자자의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 가치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늘날 도시 인프라의 담론 속에서 가장 화려한 주목을 받는 존재는 단연 데이터센터이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 스트리밍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는 특정 기업의 전산실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와 도시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였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과 전력 인프라를 제공하려 노력 중에 있다. 나아가 데이터센터를 위해 도시계획을 조정할 정도로 그 중요성과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같은 도시의 한 축에서 묵묵히 작동하는 하수처리시설은 여전히 ‘혐오시설’, ‘부담스러운 시설’이라는 낡은 인식 속에 갇혀 있다.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데이터센터가 미래를 여는 열쇠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 인류의 생존과 건강에 가장 근본적인 기여를 해온 것은 하수처리 시설이다. British Medical Journal의 연구는 지난 160년간 인류 기대수명을 연장한 가장 큰 요인이 백신도 항생제도 아닌 Sanitation(하수처리)임을 분명히 밝혔다. 런던, 파리, 뉴욕 같은 도시에서 근대적 하수도 체계가 도입되자 전염병이 급격히 줄었고, 이는 시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하수처리시설은 도시계획의 걸림돌, 혹은 비용 부담 요소로만 다뤄지고 있다.
이처럼 극명한 대비가 이뤄지는 두 인프라는 같은 도시에서 공존한다. 데이터센터는 성장과 기회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자원 과부하를 유발하고, 하수처리장은 외면과 비용의 상징이지만 잠재적 인프라 허브의 역할을 품고 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두 인프라가 어떻게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며, 나아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완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덕영 제공
AI 시대의 상징이 되어 버린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21세기 도시의 디지털 심장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150억 달러였고,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만 보더라도 2025년 기준 147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될 예정이며, 총 설비 용량은 591MW에 달한다. 업계는 불과 4년 후인 2029년에는 이 수치가 4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이는 단순한 산업 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되는 지점이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AI 학습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금융·의료·물류·교육 등 전 부문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65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100MW 전략을 생산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는 20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한다. Ⓒ김덕영 제공
이러한 데이터센터의 확장은 도시와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데이터센터 개발을 통해 주변 지역의 통신망과 전력 인프라는 고도화되고, 토지 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장기 임대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글로벌 REITs와 인프라 펀드에서도 각광받는다. 더 나아가 클라우드 기업, AI 스타트업, 핀테크 기업 등이 데이터센터 주변에 집적하는 산업 클러스터 효과도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데이터센터는 분명 도시 성장의 새로운 동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반드시 짚어야 할 부담이 존재한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부지와 전력, 그리고 물을 필요로 한다. 첫 필요조건인 수만 평에 달하는 부지는 도심에서 확보하기 어려우며. 외곽으로 이전 시에는 네트워크 지연(latency)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 조건인 전력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 한 기에 해당하는 규모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 미국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주 전체 전력 소비량의 21%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00MW급 데이터센터는 하루 20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하는데, 이는 6,500가구가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과 같다. 멕시코 케레타로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이 지역 전체 물 수요의 13%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민 갈등이 폭발하기도 했다. 국내 상황도 동일하다. 한국의 데이터센터 냉각수 사용량은 2025년 744억 리터에서 2030년 1,549억 리터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즉, 데이터센터는 도시의 미래를 지탱하는 심장이지만, 동시에 자원 블랙홀이 될 위험을 안고 있다. 투자자는 수익을, 도시는 경쟁력을 얻지만 그 대가로 도시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할 시설을 필요로 한다. 사진은 네덜란드의 한 데이터센터. Ⓒ셔터스톡
인류의 생존 기반인 하수처리시설
데이터센터와는 인식에서 정반대에 있는 하수처리시설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앞서 설명했듯 하수처리시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숨은 인프라다. 19세기 런던은 ‘대악취(Great Stink)’로 불릴 만큼 오염된 템즈강의 냄새가 악명 높았다. 이로 인해 콜레라 등 질병으로 고통받기도 했다. 하지만 근대적 하수도 체계가 도입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기대수명은 20년 이상 늘었다. 이는 단순한 위생 개선이 아니라 도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했다. 하수처리와 깨끗한 식수 공급이 공중보건 혁명의 초석인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하수처리시설은 ‘혐오시설’로 낙인 찍혀 있다. 막대한 유지관리비를 필요로 하고, 도심 한복판에 존재하면서 주변 토지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서울시만 해도 연간 8,000억 원 이상의 하수처리 운영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노후화 시설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전국의 600여 개 하수처리장 중 상당수는 1990년대에 건립된 시설로, 현대적 자원화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하수처리장은 단순히 오염수를 정화하는 시설이 아니다. 도심 속 전략적 부지, 하수 속 유기물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 그리고 처리수라는 형태의 자원을 동시에 품고 있는 주요 인프라이기도 하다. 덴마크 Aarhus에서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도시 전력의 10%를 자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NEWater라는 이름으로 하수 재이용수를 정수해 산업용수와 상수도로 활용한다.
즉, 하수처리장은 더 이상 비용만 발생하는 부담이 아니라, 도시 자원의 순환을 가능케 하는 전략적 인프라 허브가 될 수 있다. 사실상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부지·전력·물이라는 세 가지 자원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인프라인 셈이다.
도시 인프라의 분절성과 구조적 한계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도시 인프라 시스템은 철저히 분절되어 운영되고 있다. 전력은 전력망에서, 물은 수도·하수도에서, 폐기물은 별도의 처리 시설에서, 통신은 통신망에서 독립적으로 관리된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자원의 순환성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제약을 낳는다.
데이터센터의 사례는 도시 인프라 시스템 관리의 분절성이 가진 구조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부지·전력·물을 동시에 필요로 하지만, 현재 도시 시스템에서는 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 전력은 한전, 물은 수도 사업본부, 하수처리는 또 다른 주체가 담당하면서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복합적 자원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자원 부족과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하수처리장이 자원을 품고 있으면서도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상태인 셈이다.
보완과 통합으로 만드는 미래 방향성
이제 보완과 통합의 시선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은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파트너다.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일부를 충당할 수 있으며, 처리수는 데이터센터 냉각수로 재활용될 수 있다. 하수처리장의 넓은 부지는 데이터센터 입지 문제를 완화할 수 있고, 나아가 두 시설을 결합하면 환경적 가치까지 높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시도가 아니라 도시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각자 제 기능만을 수행하던 시설들이 이제는 자원을 공유하고 순환시키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고, 산업적으로는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ESG와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 투자 기회가 된다.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사진은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 Ⓒ셔터스톡
결국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기후위기와 디지털 경제의 확장이 맞물린 상황에서, 더 이상 분절된 인프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는 도시의 디지털 심장이지만, 동시에 부지·전력·물이라는 치명적 제약을 안고 있으며, 하수처리장은 인류 생존을 지탱해 왔지만 저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두 인프라는 본질적으로 같은 도시 안에서 공존하며, 서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질문은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분절된 인프라를 서로 연결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 그 답은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의 새로운 결합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미래 도시를 지탱할 진정한 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