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특정 종목에 투자합니다. 가령 누구나 알법한 삼성전자의 경우 우리사주를 통해서 투자한 임직원, 삼성전자가 코스피 지수(인덱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투자한 투자자들, IT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 반도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에 투자한 사람도 있습니다.
리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가 차익을 위해서 또는 꾸준히 상승하는 부동산에 투자해 인플레이션에 헷징되는 자산 중 유동화가 쉬운 종목인 리츠에 투자한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임대료로부터 발생하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기 위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중 배당수익은 아마도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배당금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경우 투자자들이 주로 보는 지표는 배당금은 얼마이며, 배당금이 지속가능한지, 배당지급주기는 연/분기/월 배당인지, 배당금이 향후 성장가능한지 등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배당금이 리츠에 투자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몇 달 전, 필자에게 투자할 만한 리츠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투자 종목을 추천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잘 되면 투자한 본인의 능력이고, 실패하면 추천을 한 사람에게 책임이 전가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필자가 추천했던 종목은 바로 에퀴닉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판단한 이유는 '딥시크'라는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서 급락하였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리테일 리츠가 지고, 물류센터 리츠가 떠오르듯이 AI산업의 발전은 오피스 자산의 둔화로 이어지고, 데이터센터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이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한국에서는 경주 APEC 기간 엔비디아에서 GPU 26만장을 공급하고,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국내에 진출하는 등의 뉴스가 이어졌습니다. AI에 대한 수요는 견조하다는 뜻입니다.
부동산(자산) 및 임대료의 상승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산업이 성장한다면, 당연히 공급보다 수요의 증가가 훨씬 클 것(가격의 상승)이고, 수요 및 공급이 모두 증가하기 때문에 거래량 역시 자연스레 증가합니다.
AI의 눈부신 성장과정 중 일시적인 악재로 인한 급락장에 상승베팅하는 전략은 주식투자자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진부한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필자가 당시 데이터센터에 대해 주목했던 또다른 이유는 '구리'입니다. 올해 인플레이션 및 수요 증가로 인해 금, 은, 구리 등 원자재의 가격상승은 가팔랐습니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데는 1메가와트 당 27톤의 구리가 필요(구리개발협회)하며, 중형 규모의 데이터센터 1곳은 구리 5,000~1만5,000톤 정도가 사용됩니다. 기축(이미 지어진) 또는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는 구리가 일정 부분 투입된 상황입니다. 새롭게 지어지는 데이터센터는 구리의 양이 적더라도 조금 더 성능이 좋게 효율적으로 건설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구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동산을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건물을 짓는데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었는지(비용법) ▲당해 자산과 유사한 자산은 얼마에 거래되는지(비교법) ▲수익을 얼마나 주는지(수익법)입니다.
리츠 투자자들은 대부분 배당수익(배당금, 배당율, FFO 등)으로 리츠를 평가하는데, 주로 수익법을 기반으로 한 평가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구리'는 건축비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법의 한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리츠'임에도 올해와 내년까지 배당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리츠임에도 배당금이 없었던 사례는 코로나 19 때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크게 타격을 입은 리츠는 리테일, 호텔이었습니다. 흔히 사회적 거리두기, 컨택트가 적용되는 업종들입니다. 미국에 상장된 호텔리츠인 애플호스피탈리티, 영화관을 기반으로 한 EPR 프로퍼티스 등은 배당금을 지급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컨택트 업종 리츠와 현재의 페르미의 상황은 다소 다릅니다. 호텔, 리테일 리츠는 당시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자비용을 감당할만한 임대료가 유입되는지 등)은 계속되었지만, 페르미는 완공 전까지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나 완공 이후 꾸준히 매출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물론, 페르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테마주로 분류한다는 점(정권이 바뀌는 등), 자산의 완공 지연 등의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만약 필자가 페르미에 투자하는 것을 고민한다면 ▲스타게이트 등 다른 데이터센터 또는 발전소 등 유사모델과의 비교 ▲건축비용의 증가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예상하여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역산)할 것입니다.
이처럼 투자자들은 리츠 투자 시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업에 투자할 때 단순히 주가와 배당을 보고 투자하기 보다는 기업이 영위한 산업의 전체 파이 및 성장성, 기업이 영위한 사업 내에서 해당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제품의 비교, 시장에서의 브랜드 포지셔닝, 경쟁사 등을 토대로 분석해야 합니다. 리츠 역시 부동산의 목적이 되는 사업에 대한 분석 및 향후 미래에도 사람들이 그러한 '공간'을 필요로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