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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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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팬데믹 이후 많은 생활상이 바뀌었습니다. 그중 투자자 입장에서 크게 바뀐 점 중 체감할 수 있는 하나는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분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해외 주식 투자 경험은 미국 주식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외 국가들에 상장된 주식으로 직접투자를 경험해보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초 한 금융사에서 발간한 금융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2,5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주식 투자금액은 평균 2,822만원, 해외주식 투자금액은 평균 1,619만원이었습니다. 1.2억원 내외의 금융자산 중 약 35%를 주식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해외주식에는 평균적으로 금융자산 중 10%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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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은 어떨까요. 일본 주식에 투자해 보신 분이라면 처음에 당황할 법한 내용이, 일본 주식의 최소 주문 단위가 100주라는 것입니다. 국내나 미국의 경우 1주 단위로 매매가 가능하고, 특히 최근 특정 증권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수점 단위로도 매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한 번에 100주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일본 주식은 큰 부담입니다.
가령 주당 1.4만엔으로 거래되는 닌텐도 주식을 사고 싶다면, 최소 거래단위를 고려할 때 매수 금액은 140만엔, 약 1,330만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한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평균적인 해외주식 투자 금액이 1,600만원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일본 주식을 한번 사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해외주식 투자 금액을 동원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섹터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리츠입니다. 조금 복잡한 이야기지만, 국내와 유사하게 일본 리츠는 회사법이 아닌 투자신탁 및 투자법인법에 따라 설립되며,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라기보다는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펀드와 같은 구조로 인식됩니다. 때문에 리츠는 100주 단위로 거래해야 하는 규정에서 예외 처리되어 있으며, 1주 단위로 거래가 가능합니다.
이는 리츠가 일반적인 회사들과 다른 표현을 써야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아래 닌텐도와 'Nippon Building Fund' 두 회사의 주주 이익 환원 정책 관련 장표를 보면 몇 가지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닌텐도는 배당금이라는 의미의 'dividend'를 사용하고,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주당 배당금, 즉 'DPS(Dividend per Share)'라는 개념을 활용합니다. 반면 리츠인 'Nippon Building Fund'의 경우 'DPU'라는 개념을 활용합니다. 언뜻 비슷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배당금이 아닌 분배금이라는 뜻의 'distribution', 주식이 아닌 수익증권이라는 의미의 'unit'이 들어간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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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의 이유 - 주주권의 무게, 보수성 등등

다만 이것이 일본 리츠가 사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주식을 한번 사기 위해서는 100주 단위로 사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리츠 또한 주당 7~8만엔이 가장 낮은 가격대일 정도로 가격에 부담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종목인 'Nippon Building Fund'는 2024년 10월에야 기존 1주를 5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진행했고, 분할되어 낮아진 가격이 현재 14만엔을 상회하고 있어 분할이 없었다고 가정할 시 주당 70만엔, 한화 66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는 국내 리츠의 상황에 비춰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아래 예시에서 시가총액 10억달러인 SK리츠는 5천원대의 주가와 3억주에 가까운 주식으로 구성된 반면, 일본 'Daiwa Office'는 주당 38만3,500엔(약 350만원)의 주식이 94만주 발행된 것을 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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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데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일본에서 특정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집니다. 사실 아날로그 국가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꽤 오랫동안 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안내문을 보내는 것 또한 대부분이 여전히 우편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2022년 9월에 회사법이 개정되면서 주주총회 자료를 전자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주주 승인 없이도 주주총회 자료를 웹사이트 등에 게시하고, 주주들에게 이를 알리는 방식으로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대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일본거래소는 주주총회 소집 통지에 사용되는 종이 등 작성 비용, 우편을 통해 이를 각 주주들에게 통지하는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기존의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방식은 작성 및 송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주주들의 수가 많다는 것은 주주총회 소집 통지 대상도 많다는 것이며, 비용 또한 이에 따라 늘어날 것은 자명합니다. 때문에 리츠들 또한 더 적은 수의 주주를 두는 것이 비용상 이득이었으며, 이에 더해 1주 당 수십만엔을 투자할 정도의 투자자가 리츠의 성장성과 가능성을 이해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거칠 수 있다고 인식한 리츠들의 시각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높은 주식 구매가의 배경 - 주주우대제도


두 번째는 여러 기사를 통해 알려진 일본의 주주우대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전직 프로 장기기사인 일본의 75세 투자자 키리타니 히로토는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주주우대제도가 확립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주주우대제도란 각 회사들이 영위하는 사업에서의 혜택과 더불어 쇼핑, 음식, 가전 등 각종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을 통칭합니다. 약 30.8만엔을 투입해 100주의 'Oriental Land'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도쿄 디즈니 리조트의 1일 자유이용권을 지급하는 것이 그 예시입니다. 해당 티켓의 가격이 약 9천엔으로, 주주 입장에서는 3%의 배당을 현물로 지급받는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이러한 주주우대제도의 경우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에 더해 별도의 가치 환원으로 작동하며, 주주가 많을수록 관련 바우처 송부에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너무 작은 혜택은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주가 대비 과도한 주주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회사의 수익성을 침해하게 됩니다.
몇몇 리츠 또한 이러한 주주우대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Ichigo Office' 또는 'Ichigo Hotel' 리츠의 주주들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파트너인 'Ichigo 그룹'의 주주우대제도를 통해 무료 티켓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호텔 리츠인 'Invincible Investment'의 주주들은 리츠가 보유 중인 호텔의 숙박 시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다만 이를 노리고 일본 리츠를 매수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주우대제도 관련 바우처는 일본 현지 주소로 보내지기 때문에 현지 거주지가 필요하며, 국내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일본 주식이나 리츠를 매수하는 경우에는 주주 명부에 투자자 본인이 아닌 증권사 및 현지 브로커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러한 주주우대제도의 수혜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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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라진 분위기와 움직임

이와 같은 이유로 일본 리츠들은 더 많은 주주들이 크지 않은 금액으로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에 들어오도록 유도한 국내와는 다른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리츠의 전략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하며 주주로서의 혜택도 누릴 수 있는 준비된 투자자를 원한다는 목표가 드러난 것입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NISA' 등 개인투자자들의 금융자산 확대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도쿄거래소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과도하게 비싼 종목들의 액면분할 유도, 정책적으로는 100주 단위로 거래해야 하는 제도의 개정 또는 폐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발맞춰 주주우대제도 또한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해외 투자자 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대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배당성향을 끌어올리는 형태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리츠 중에서도 호텔 및 리조트 자산을 보유한 'Hoshino Resort REIT'가 보유 자산에 숙박 시 2천엔의 할인권을 주던 주주우대제도를 폐지하고 배당 전략을 더 구체화하겠다고 언급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일본 주식이 비싸야 하는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환경에서 리츠들이 여전히 비싼 주가를 유지하는 경우 포트폴리오 효과와 투자를 결정하는 난도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점차 일본 주식 매매의 난이도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리츠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지켜볼 만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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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와 투자자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