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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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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우스갯소리를 좀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한국 느와르 영화의 형님들은 왜 대개 그럴듯한 건설사를 하고 있을까요? 00개발, 00토건, 00실업이라는 이름으로 그럴싸한 사무실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가 아는 그런 어두운 일을 수행하시고(?) 계시죠. 어느 정도 영화적 장치로 현실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고착화해서 차용하고 극적으로 과장해야 하다 보니 이럴 수 있습니다만, 완전히 허공에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죠. 우리 경제의 가팔랐던 고속성장 이면에는 늘 '개발'이 있었고, 그 개발을 둘러싼 암투와 검은 돈의 흐름은 대표적인 서사 재료였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부동산 디벨로퍼의 사고법' 저자 피터 헨디 브라운은 본인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디벨로퍼의 이미지에 대해 물어보면, '사기꾼, 탐욕스러운, 착취자, 불도저, 악마, 기회주의자'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쉴 새없이 이야기한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삼포길로 빠지기 전에 다시 맥락을 짚어보면, 우리나라에서 개발은 건설사가 주도하는 암흑의 경로로 진행되었던 기억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신용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의 개발사업은 말 그대로 '맨 땅에 박치기'와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은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었고, 때로는 땅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개발 이익만을 근거로 선제적으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래서 우리나라 개발사업은 무엇이라도 '믿을 수 있는 것'을 중심에 둘 수밖에 없었고, 그 신용의 공백을 '무언가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건설사가 대신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가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형태로 제도화됐습니다. 미래의 개발이익을 담보하는 역할은 건설사 몫이었고, 이를 각종 보증과 책임준공 약정 등의 형태로 제공했습니다. 개발 금융은 어느덧 '사업성'을 보기보다, '누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그 뒷배를 먼저 봤고, 신용 보강의 주체인 건설사를 보게 되었죠. 
그리고 훗날 이 지점은 실물 리스크, 즉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건설사의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경로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건설사를 믿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건설사의 신용이 흔들리는 순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익히 봐왔던 PF 우발채무의 작동 매커니즘입니다.
2022년,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순식간에 건설사를 흔들고, 나아가 금융시장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금융당국은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구호 조치에 나섰습니다. 2023년 약 5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하고, PF 리스크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죠. 이 과정은 PF 제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취약점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습니다. 다만 이러한 대응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안정화 조치에 그칠 뿐입니다. 개발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건설사의 신용이 떠안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경기 사이클마다 유사한 문제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가 꺼내 든 해법이 바로 ‘프로젝트 개발 리츠’입니다. 
개발 리스크가 건설사의 신용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그 부담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단계부터 자기자본을 두텁게 쌓고 리스크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리츠는 이러한 정책적 방향을 제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앞서 제가 작성한 칼럼에서도 살펴봤듯, 리츠는 정책 도구로서의 적합성과 활용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수단입니다. 프로젝트 개발 리츠의 도입 역시 이 연장선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사의 신용 뒤로 개발 리스크를 숨겼던 과거 PF와 달리, 프로젝트 개발 리츠는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 해당 리스크를 자기자본이 먼저 흡수하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개발 주체가 리츠가 되면서 사업 과정과 재무 정보가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드러나고, 그 결과 시장의 자율적인 감시와 규율 기능이 작동하게 됩니다. 이제 개발 리스크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단순한 금융기법의 차이를 넘어, 개발사업에 대한 정책적 관점 자체가 전환됐다고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다음 도표는 2025년 11월 시행된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및 행정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번 개정은 프로젝트 개발 리츠 도입을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해 개발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사업투자보고서 도입과 정보공개 강화 등 감시·관리 기능을 함께 명시하며 제도의 정책적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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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이번 개정은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프로젝트 리츠에 대한 현물출자 과세이연 특례까지 함께 담아냈습니다. 이는 제도 설계 차원의 보완을 넘어, 실제 개발 현장에서 반본적으로 마주해온 병목을 겨냥한 조치에 가깝습니다. 유휴자산(토지 및 건물)이 있음에도 각종 세부담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현실적으로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물출자에 대한 과세이연은 이러한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도 개발 구조 안에, 리츠라는 제도 하에 편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이런 점에서 프로젝트 개발 리츠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세제와 제도를 결합해 실제로 작동 가능한 개발 경로를 제시한 실효적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리츠 개정안 시행 이후, 현재 ‘동탄 헬스케어 리츠’와 ‘천안역세권혁신지구 재생사업리츠’가 첫 프로젝트 리츠로 승인되었습니다. 두 사업 모두 당초에는 PFV 방식으로 공공이 함께 참여하던 개발 사업이었지만, 프로젝트 리츠 제도 도입 이후 리츠 구조로 전환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 사업을 프로젝트 리츠의 초기 선도 모델로 삼아, 향후 제도 정착 과정에서도 공공과 함께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개발 사업이 암묵적인 경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떤 구조적 요인을, 리츠라는 비히클을 통해 풀어보려는 이 시도는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의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자금조달과 신용의 문제에 가려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사업성이, 이제는 제도권 안에서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나아가 개발 리츠가 준공 이후 수익 안정화 단계를 거쳐 공모 리츠로 전환된다면, 우리는 개발과 운영을 하나의 연속된 자산 생애주기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개발이 위험하고 불투명한 영역이라는 오래된 불신 대신, 위험은 관리되고 성과는 공유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개발 리츠로 인해 단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최소한 개발을 바라보는 방식이, 그리고 개발을 둘러싼 신용과 자본의 역할에 대해 사회 전반의 인식이 달라지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작점에 우리가 함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프로젝트 개발 리츠의 출항, 기대되는 2026년의 시작입니다. 
박세라

박세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건설/부동산 담당 연구위원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자와 소통하는 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