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중심 업무 권역(CBD)에는 약 21만㎡ 규모의 신규 오피스 공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공급 지연이 있기도 하지만, 종각의 G1 서울, 을지로의 이을타워와 르네스퀘어 등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순차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이러한 신규 경쟁 자산의 등장을 앞두고 CBD 내 기존 오피스 자산들 역시 선제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광화문역 일대 오피스 자산들은 리테일 공간을 중심으로 자산의 특성과 이용자 경험에 변화를 주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 코람코자산신탁은 그랑서울의 컨시어지 라운지와 리테일부를 리모델링해 ‘스타필드 애비뉴 그랑서울’을 오픈했으며,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역시 건물 전반에 걸친 대규모 리모델링을 마쳤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공용부 개선과 상업공간 리뉴얼을 통해 자산 가치와 이용자 경험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일부 자산이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한편, 또 다른 자산들은 큰 공사 대신 상업공간의 구성과 테넌트 전략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광화문 D타워는 도로에 인접한 1층 핵심 리테일 공간에 웰니스 기반 라이프스타일 테넌트를 입점시키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자산들은 어떤 리뉴얼 방식과 테넌트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보완해 나가고 있을까요? 나아가 이용자 경험에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D타워와 그랑서울, 그리고 KT 광화문빌딩 웨스트를 중심으로 앞으로 3편에 걸쳐 살펴보겠습니다.
광화문역 일대 D타워, 그랑서울, KT 광화문빌딩 West의 위치. Ⓒ배경지도출처=국토교통부 브이월드
D타워 스타벅스 자리의 새로운 주인공, 웰니스 스토어 '올리브베러'
가장 먼저 살펴볼 곳은 광화문역 인근의 대표적인 프라임급 오피스, D타워입니다. 지난 1월 30일, D타워 대로변 코너에 올리브영이 새롭게 선보인 웰니스 플랫폼 ‘올리브베러’ 1호점이 문을 열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매장은 뷰티 상품에 중점을 둔 기존 올리브영 매장과 달리, 건강기능식품과 이너뷰티, 영양 등 일상 속 웰니스 제품을 큐레이션한 매장입니다.
D타워와 접해 있는 도로변 대각선 횡단보도에서 바라본 올리브베러 매장. Ⓒ시티폴리오
올리브베러가 입점한 공간은 2015년 준공 이후 약 10년간 스타벅스가 장기 임차해 왔던 자리로, 대로변에 인접해 D타워 리테일 중에서도 유동인구와 가시성이 뛰어난 핵심 위치로 꼽혀온 곳입니다. 이처럼 상징적인 위치에 웰니스 특화 올리브영이 들어섰다는 것은 단순한 테넌트 교체를 넘어 오피스 상권에서 소비 키워드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트렌드처럼 여겨졌던 웰니스는 이제 구체적인 앵커 테넌트로 구현될 만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헬스와 러닝, 식단 관리와 수면 관리에 이르기까지 웰니스가 현대인의 생활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일상 영역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웰니스 관련 상품과 브랜드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올리브베러 매장 오픈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축적된 웰니스 소비가 광화문과 같은 오피스 권역의 리테일 공간에 직접 구현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광화문 직장인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아우르는 공간·소비 전략
D타워에 문을 연 올리브베러의 핵심 타겟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직장인입니다. 실제 매장을 가보니, 출입구와 가까운 1층에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 등 직장인이 일상적으로 빠르고 부담 없이 웰니스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결제 키오스크 인근에는 샐러드, 샌드위치, 요거트, 닭가슴살과 같은 식사 대용 식품이 비치되어 있어, 필요한 상품을 바로 구매해 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있는 웰니스를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소비 경험으로 전환한 것이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 샌드위치, 닭가슴살 등이 1층 결제 동선 가까이에 진열되어 있다. Ⓒ시티폴리오
부스터샷, 올리브유레몬샷, 콜라겐젤, 비타민 워터스틱 등 트렌디한 웰니스 제품을 개별 단위로 판매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묶음 구매가 일반적인 파우치형 단백질 쉐이크 역시 낱개로 구성해 벽면 매대 섹션을 채워뒀습니다.
트렌디하지만 낯선 탓에 구매가 망설여지는 제품을 낱개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시티폴리오
이는 웰니스 제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한 번 써보는 경험’을 유도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SNS에서 유행하는 제품이지만 선뜻 구매하기 망설여졌던 제품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소량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웰니스에 익숙한 소비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끼는 중장년 직장인 세대까지도 웰니스 소비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웰니스를 간편하게 경험하게끔 유도하는 구성으로 꾸며진 올리브베러 1층. Ⓒ시티폴리오
2층은 1층과는 다르게 러닝·헬스 웨어와 액세서리를 비롯해 영양제와 수면 케어 제품 등 충분한 탐색과 비교가 필요한 웰니스 제품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다이어트 요리에 자주 활용되는 소스 등 식자재나 마녀스프 같은 간편식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식품 외에도 조명과 디퓨저 등 웰니스 무드를 완성하는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비교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입니다.
제품을 충분히 탐색하고 비교할 수 있게 샘플과 매대를 적절하게 배치한 2층 공간. Ⓒ시티폴리오
말차 밀크티를 시음하거나 웰니스 무드에 필요한 인테리어 소품도 큐레이션된 모습. Ⓒ시티폴리오
광화문 상권은 여타 도심 업무지구와 달리, 유동인구의 구성과 이용 목적이 복합적입니다. 일상적인 동선 속에서 짧게 머무는 직장인부터, 약속이나 방문을 목적으로 찾는 이용자, 외국인 관광객까지 체류 시간과 소비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입지적 특성은 상업공간에 단일한 소비 방식을 전제하기보다, 서로 다른 선택의 밀도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웰니스 소비를 ‘즉각적인 구매’와 ‘신중한 선택’이라는 두 가지 층위로 나눈 구성은 광화문 상권을 오가는 다양한 이용자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맛집 중심 리테일에서 일상 소비 거점으로 확장
2015년에 문을 연 D타워는 지하 ‘아케이드’에 머물러 있던 광화문 오피스 상권의 F&B를 지상으로 끌어올린 사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레스토랑과 식음 매장을 전면에 배치하며 기존 오피스 리테일과는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D타워 상업공간에는 직장인의 일상속에서 보다 라이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형 매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레스토랑과 카페를 중심으로 구성된 D타워 내부 리테일 공간. Ⓒ시티폴리오
D타워 1층은 베이커리, 수제버거, 인기 레스토랑 등 F&B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이크아웃 위주의 카페나 선물용 디저트 숍, 소품 매장이 일부 자리하고 있으며,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빌딩과 마주보는 쪽에는 유니클로 매장이 위치해 있습니다. 5층까지 이어지는 내부 상업공간 역시 전반적으로 비즈니스 미팅과 주변 방문객들의 약속 장소로 활용되는 레스토랑이 주를 이루면서, 전반적으로 식당 중심의 리테일 성격이 두드러집니다.
가격대 측면에서도 살펴보겠습니다. D타워 입점 리테일 브랜드들은 대체로 중·고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출퇴근길이나 업무 도중에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형 소비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목적형 소비에 가깝습니다. 상업공간의 정체성과 시설 콘셉트를 고려할 때, 기존 편의점과 같은 생활 편의 시설을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일정 부분 제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테넌트로 자리한 올리브베러는 D타워 리테일의 이용 방식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D타워가 주로 ‘맛집을 찾아 식사하러 가는 공간’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웰니스를 매개로 출근길과 퇴근길, 점심시간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는 일상적 라이프스타일 소비 거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플라이트 투 퀄리티를 유도하는 테넌트 전략
D타워의 변화는 공간의 전면적인 리뉴얼이 아니더라도, 기존 상업공간에서 비어 있던 기능을 보완하는 테넌트 배치만으로 이용자 경험에 의미 있는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테넌트 전략의 핵심은 주변 상권과 권역을 오가는 유동인구의 특징과 니즈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느냐에 있습니다.
광화문 한가운데에 위치한 프라임급 자산은 입지적 특성상 전면적인 리모델링이나 대규모 공사에 여러 제약이 따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D타워는 직장인의 일상 동선과 맞닿은 웰니스 테넌트를 도입하며, 기존에 식사 중심으로 한정돼 있던 소비 흐름을 보완했습니다. 그 결과 출퇴근길이나 짧은 체류 시간에도 이어질 수 있는 소비 흐름이 형성되었고, 상업공간의 이용 방식 역시 한층 확장되었습니다. 이처럼 권역의 이용자 특성을 반영한 테넌트 구성의 변화는 지속적인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이 사례는 자산의 유·무형 가치를 끌어올리고,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를 유도하는 전략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자산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있어 변화나 리뉴얼의 규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앞서 기존 자산이 갖고 있던 구조적 한계나 기능적 공백을 정확히 짚고, 이를 어떤 프로그램과 테넌트로 보완해 또 다른 사용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용자와 소비를 유입시키며, 기존 자산이 지닌 잠재력 위에 또 다른 가능성을 덧입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보다 넓은 범위의 상업공간 리뉴얼을 통해 자산을 적극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사례로 그랑서울을 살펴보겠습니다. CBD 광화문역 인근에서, 서로 다른 전략이 자산과 이용자 경험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이어서 짚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