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달, 안녕하셨습니까? 우리나라 주식 투자 인구수를 감안(1,442만명, 2025년 말 기준)하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전쟁 여파로 역대급 변동성을 보인 주식 시장 속에서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을겁니다. 이 전쟁통에 리츠 시장은 어땠는 지 한번 확인해볼까요.
전쟁이 발발하기 전 2월 27일 종가 대비 지난 3월 24일까지 약 3주간의 수익률을 비교해보았습니다. 한국 증시는 코스피(KOSPI) 기준 11.1% 하락한 반면 리츠 지수(KRX부동산리츠인프라)는 1.6% 하락에 그치며 선방한 모습입니다. 되려 SK리츠는 같은 기간 7.3% 상승하며 무려 시장을 18.4% 아웃퍼품(outperform)하였습니다. ‘리츠’이기 때문에, 안전 자산이라서, ‘역시’ 시장에 큰 변동성이 찾아와도 잘 버티는 것일까요?
전쟁이 발발하기 전 2월 27일 종가 대비 지난 3월 24일까지 약 3주간의 수익률을 비교해보았습니다. 한국 증시는 코스피(KOSPI) 기준 11.1% 하락한 반면 리츠 지수(KRX부동산리츠인프라)는 1.6% 하락에 그치며 선방한 모습입니다. 되려 SK리츠는 같은 기간 7.3% 상승하며 무려 시장을 18.4% 아웃퍼품(outperform)하였습니다. ‘리츠’이기 때문에, 안전 자산이라서, ‘역시’ 시장에 큰 변동성이 찾아와도 잘 버티는 것일까요?
잠시 시선을 돌려 미국 증시를 확인해보겠습니다. 한국 리츠와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4.7% 하락한 데 반해, 리츠 지수(FTSE NAREIT All Equity REITs)는 7.5%나 하락하면 시장을 하회했습니다. 시가총액 1, 2위인 웰타워와 프롤로지스 모두 5.1%, 8.6% 각각 하락하며 역시 부진한 모습입니다.
같은 리츠인데, 왜 이럴까요?
소음과 구조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
전쟁은 일회성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의 영향은 결코 일회적으로 소멸하지 않습니다. 전쟁뿐 아니라 우리가 ‘일회성’이라 여기는 대부분의 대외 이벤트가 모두 해당됩니다. 경제와 시장은 개별 사건이 독립적으로 지나가는 구조가 아니라, 수많은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속적인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전쟁 역시 ‘발발’과 ‘종결’이라는 단일 시점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금리, 유가, 환율, 심리, 자금조달 환경 속에서 계속 상호작용하며 파급효과를 남기는 변수로 봐야 합니다.
‘이 게임을 우리는 해봤어요’라며 외부 변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태도는, 낙관 편향이 강한 주식 시장에서는 얼핏 그럴듯해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외부 충격이 곧바로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일시적 소음과 근본적 변화는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자칫 중요한 구조적 변화를 외면한 채 더 큰 흐름을 놓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음과 근본적 구조 변화를 가를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다시, 전쟁 이슈로 돌아가봅시다. 소음일까요? 근본적 구조 변화일까요? 전쟁 발발 초기와 지금의 시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판단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나 개인의 판단이 아닌 시장의 심리를 따라가보면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 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3월 2일 대비 3월 24일 기준 2년물 국채금리가 3.47%에서 3.90%로 43bp 상승했고, 10년물도 4.05%에서 4.39%로 34bp 올랐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10년 기대인플레이션이 2.29%에서 2.33%로 4bp 높아지는 데 그친 반면, 10년 실질금리는 계산상 1.76%에서 2.06%로 약 30bp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장은 이번 전쟁 이슈를 소음이 아니라 근본적 구조 변화로 인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0년 기대인플레이션보다 실질금리가 더 크게 올랐다는 것은, 시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물가 쇼크보다 더 높은 실질 할인율과 더 경직적인 금융여건의 문제로 해석하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치는 할인율(Cap rate)에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이에 실질금리의 변화는 즉각적으로 부동산 가치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상장시장은 가격형성(pricing) 기능이 즉각적으로 반영됩니다. 미국 상장 리츠가 지수보다 보수적인 주가 흐름을 보인 것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한 시장의 심리가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명목금리는 2년물이 3.001%에서 3.475%로 43.1bp 올랐고, 10년물이 3.632%에서 3.859%으로 20.3bp 올랐습니다. 한국은 미국보다 단기물 상승이 보다 가팔랐지만, 장기물 상승폭은 더 작은 모습입니다. 최근 소비자동향조사 기준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2월 2.6%에서 3월 2.7%으로 10bp 올랐습니다만, 미국보다는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정도가 약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마다 다른 특징이 있듯이, 국내 상장 리츠 투자자들은 미국처럼 할인율 변화에 따라 장기 자산가치를 민감하게 재산정하는 시장이라기보다, 배당 안정성과 임대수익의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성격이 더 강하다는점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국내 상장 리츠 시장에서는 할인율 변화가 미국만큼 즉각적이고 순도 높게 프라이싱되기보다는, 배당 매력과 수급 요인 속에서 보다 완만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강한 헤드라인을 남기지만,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시장이 무엇을 바꾸기 시작했는가입니다. 금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실질 할인율은 높아졌는지, 자본비용은 어떤 방향으로 재평가되고 있는지, 그리고 각 시장은 그 변화를 어떤 속도와 강도로 가격에 반영하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이번 국면에서 미국과 한국 리츠가 보여준 차이는, 같은 외부 충격도 시장의 구조와 투자자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결국 필요한 것은 낙관이나 비관이 아니라, 소음과 구조적 변화를 가를 수 있는 분별력입니다. 부지런하고 현명한 투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