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월, 자산 배분 관점에서 리츠 포트폴리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중 확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한 바 있습니다. 이제 그 연장선에서, 중동 전쟁이란 대형 이벤트를 겪은 이후 주식시장이 직면한 방향성과 리츠 투자의 실질적인 리스크를 재점검하고자 합니다
'26년의 주식시장은 흡사 '22년의 데자뷰처럼 느껴집니다. '22년 시장은 고점을 찍은 후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된 각 국의 유동성은 주식, 부동산, 코인 뿐만 아니라, 실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NFT(대체불가능토큰)조차 상승시켰습니다. '22년 시장을 선도했던 업종은 메타버스, 공유플랫폼 등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은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메타버스 사업을 이끌 리더로 평가받았고, 유니티, 로블록스와 같은 기업들의 주가흐름은 견조했습니다. 배달업체인 도어대시, 다다넥서스, 메이퇀디엔핑 그리고 원격진료업체인 텔라닥, 공유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 등이 시장을 이끌었으나 지금까지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M7인 메타 그리고 에어비엔비, 도어대시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업체 대다수는 "예전에 그런 기업이 있었지"로 회자될 뿐입니다.
과거 메타버스, 공유플랫폼이 있었다면, 지금은 AI 섹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AI가 경제적 풍요를 가져올 실체 있는 기술이며, 이전의 메타버스보다 강력한 수익 창출력을 가졌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을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입니다.
주가 조정 가능성과 우려
현재 주식시장에서 '22년을 기시감을 느끼는 결정적인 이유는 과연 제대로 된 조정이 있었는가?라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쇼크로 인해 시장이 크게 조정받은 이후, 끊임없이 상승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상승폭을 확대했으며, 미국 시장 역시 호르무즈 해협 사태, 마이클 버리의 GPU 감가상각, BREITS 환매 중단, AI 수익성 악화라는 악재 속에서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슈가 시장을 본질적으로 되돌릴만큼 깊은 조정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리츠의 주가 상승 역시 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 중 하나로 보입니다. K리츠는 국내 증시 안에서 일반 종목 대비 늦게 반응하는 후행적 성격을 보여왔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코스피 랠리가 시작됐을때도 잠잠했던 점, 대기업 스폰서 리츠의 수혜가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된 점(국내외 기준금리는 2024년부터 인하) 등이 대표적인 흐름들입니다. 필자는 자산 시장의 온기가 늦게 도달하는 곳까지 닿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고점에 임박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주가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전쟁' 여파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러-우전쟁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로 인해 하락장을 겪었지만, 이는 전쟁의 불확실성에 따른 것입니다. 두 전쟁은 본질이 비슷합니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 즉 공급망 이슈입니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새로운 부의 질서를 만듭니다. 세계1차대전 이후 일본의 벼락부자를 뜻하는 나리킨(成金, なりきん)이 등장했고,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를 겪은 미국 역시 2차대전이 일어난 1940년대 급격히 성장합니다. 하지만, 과대생산된 제품의 재고문제라는 후유증이 뒤따랐습니다.
재고로 인해 타격을 받았던 100년전과는 달리, 지금은 물류의 문제입니다. 러-우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사태는 전쟁으로 인해 제때 공급되어야할 재화가 적기에 공급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불안감과 공급 지연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탄력적인 수요에 비해 비탄력적으로 반응하는 공급은 필연적으로 수급 미스매칭을 야기합니다. 공급자는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수요자는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결국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 그리고 한국의 이재명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릴 금리 결정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야를 넓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다소 생소한 국가인 '호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2022년 초 0.1%였던 금리를 2023년 11월 4.35%까지 급격히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금리를 3.6%까지 낮추며 완화 기조를 보였으나, 최근 중동 분쟁발 물가 상승으로 인해 태세가 급변했습니다. RBA는 2026년 2월과 3월, 연달아 금리를 인상하며 현재 4.1%까지 도달했으며, 오는 5월에는 다시 4.35%로의 상승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수치에 따라 금리가 6%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매파적 전망까지 나옵니다.
머나먼 호주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이 됩니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수출로 극복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호주는 철광석, 알루미늄, 구리, 유연탄 등 핵심 자원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자원 부국입니다. 이 극명한 구조적 차이가 금리라는 변수를 만나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합니다.
자본은 본능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안전성을 좇아 이동합니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 통화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는 원화 대비 호주 달러의 강세를 부추기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과거 달러당 1,350원을 저항선으로 여겼던 환율이 어느덧 1,500원을 넘어선 현실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결국 호주 달러의 가치 상승은 한국 주력 산업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용의 증가'로 돌아옵니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축인 자동차와 조선업에 필수적인 철광석은 물론, 시멘트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 역시 호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수입 단가 상승으로 촉발된 철강과 유연탄 가격의 폭등은 건설사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는 결국 분양가 인상과 재건축 조합의 추가 분담금 발생 등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되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이러한 전방위적 비용 인상 압박(Cost-push Inflation)은 한국은행이 물가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명분이 될 것입니다.
유효한 보수적 관점
지난 2월 제시했던 리츠 투자에 대한 보수적 관점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은 기업의 실적을 훼손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은 미래 가치를 깎아내리는 할인율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부채 의존도가 높은 리츠에게 금리 인상은 즉각적인 비용 증가와 직결되는 요인입니다.
리츠 투자자들에게 지난 '22년과 '23년은 잊을 수 없는, 악몽과 같은 때입니다. 만약, 그때와 같이 비슷한 경제상황이 연출된다면,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보유한 리츠의 비중을 축소(매도)하고, 포트폴리오 내 현금 또는 단기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2) 은퇴자들처럼 배당소득이 중요한 투자자들이라면 현재 시점에서 리츠의 부채 만기(듀레이션)이 길고, 임대만기(WALE)은 짧게 유지해 인상된 물가를 임대료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리츠를 선택해야 합니다.
3) Flight to Quality(안전 자산 선호). 입지가 좋은 신축건물, 우량임차인을 보유한 리츠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유효할 것입니다. 물가 상승은 건축비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건물의 신축을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즉, 이미 지어진 건물 중 가장 최신의, 입지 좋은 자산의 가치를 희소하게 만듭니다.
또한, 과거와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리츠들의 우선주 편입 또는 SK리츠의 이천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와 같이 고수익자산의 편입이 예상됩니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큰 규모의 자산 편입이 수반되는 유상증자의 진행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